살며 사랑하며

eunbee 2007. 12. 2. 17:23

 

살아 오는 동안, 이런 꿈 꾸어 보셨나요?

총천연색, 컬러풀한,  수채화보다 더 생생한,

영화속 풍경보다 더 확연하게 아름다운... 그런 색깔있는 꿈.

 

스무살이 갓 넘으면서부터

나는 그런 꿈을 꾸었지요.

밤에 코~~자면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어지는 잊혀지지  않는 신기한 꿈들.

 

꿈 1

시퍼렇게 짙은 물빛을 가진  폭이 좁은 긴 강.  

어디선가 노랫 소리가 들린다.

물 속에서 머리가 긴 여자랑 구리빛 살색의 남자가 나왔다.

그들은 흑인인듯, 인디언인듯, 아니면 어느나라의 원주민인듯한 모습이다.

두사람은 길고 굵은 밧줄을 양쪽 끝에서 잡고, 천천히 음악 소리에 맞추어 일렁대는 동작으로,

밧줄이 출렁이게 물속에 넣었다 꺼냈다 하며 웃고 있다.

밧줄에는 청태같은, 강물 속에서 자라는 푸른 말 같은 것들이 잔뜩 엉켜있어서 더욱 멋지고

짙은 초록색은 무겁게 느껴지도록 짙푸르다.

음악은 계속되고, 그들은 똑 같은 몸짓으로 춤추듯 밧줄을 일렁이며 웃고 있었다.

 

꿈 2

들판, 낮은 구릉.

몇 발자국의 도움닫기로  가볍게 땅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내가.

그렇게 날아 오른 나는 약간의 높이에서 아래를 보았다.

초록 들판이 바로 눈아래 보이고, 멀리엔 낮은 구릉이 펼쳐져있다.

노랑 빨강꽃들이 피어있는 초록들에서  하이얀 빨래를 널고 있는 젊은 여인이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그런데 빨랫줄이 보이질 않는다.

나는 그리 높지 않은 높이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그렇게 날고 있었다.

날아가는 기분이 참 황홀했다. 멀리 날아 온듯 싶은데 아주 잠깐이었다.

 

 

 

꿈 3

넓고 얕은 강.

여울물같이 얕은 강물이 햇빛에 반짝이며, 강바닥이 보일만큼 맑게 흐른다.

몸은 그리 크지 않으며 다리가 긴 하얀새 한마리가 천천히 걷고 있다.

아라베스크 동작을 하는 것처럼, 아주 우아하고 느린 몸짓으로

맑은 물을 사랑스럽다는 듯  감상하며 그렇게 걷고 있다.

물은 은빛으로 빛나기도 하고, 더러는 회색빛 자갈이 비치어 흰새의 몸빛이 회색이 되기도 한다.

이 꿈은 내가 몇년간의 시차를 두고 반복해서 꾸는 꿈이었다. 서너번은 꾼 것같다.

나는 가끔 생시에서 그 강물에 가고 싶어진다.

 

꿈 4

강당. 천정이 매우 높다.

그곳은 내가 다닌 학교의 강당.

내가 발레를 하고 있다. 점프를 했다.

팔은 옆으로 날개처럼 펴고, 두다리는 앞뒤로 일자로 펴고

마치 한마리 새처럼 그렇게 날았다.

내 머리가 강당 천정에 닿았다. 엄청 높은 천정이다.

머리가 강당 천정에 닿는 순간, 참으로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천정에 닿는  감촉이 그렇게 포근하다니...

길고 느리게 천천히 그어진 포물선이다.

한 동작의 滯空/滯室/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졌다.

포물선의 最頂點을 지나 다시 아래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순간,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황홀한 간지러움과 

달콤하면서도 시원하고 그러면서도 포근한

기분좋은 느낌이 가슴으로 머리로 마구 휘돌아 다녔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특별한 느낌'이다.

 

 

 

 

꿈 5

산, 구름, 푸른 들

먼산이 보인다.  내가 푸른 들에 서있다.

초록색이 반짝이는 상쾌한 풍경이다.

먼뎃 산 위에는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있다. 목화솜처럼 몽실몽실 보드랍게 떠있다.

그때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하얀 발레복 튀튀를 입은 두명의 발레리나가 춤을 춘다.

푸른 산 위 구름속에서, 구름을 무대삼아...

아주 짧은 순간, 춤을 추었는가 싶더니 펑! 하고 사라져 버렸다.

소녀들은  하얀 발레복에 붉은 꽃을 머리에 꽂았다.

춤추는가 싶더니 사라져버린 그들은 구름과 함께 어디론가 가 버렸다.

나는 초록이 눈부신 들판에 서서, 오래오래도록 그 흰구름 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40여 일이 지나면, 내 나이 예순 하고도 셋을 꽉 채운답니다.

스무살이 넘었을 적부터 꾸어 오던 아름다운 천연색 꿈,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

쉬흔이 넘어서 부터는 꾸어본 일이 없는 것같네요.

아니, 없답니다.

꿈도 늙는가?

몇 십년 전에 꾼 그런 꿈들을 지금까지도 기억할 수 있다는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요.

어제밤에 꾸었던 꿈도 까마득히 아물대지 않나요?

다시 그 날들로 돌아가  그런 꿈을 꾸고 싶어요.

하늘을 날고, 초록 들판을 내려다 보고, 높이높이 점프하며 춤추는 꿈... 그런...

 

여행은 그런 꿈을 현실에서 꿀 수 있는 한가지 방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룰 수 없는 꿈속의 꿈을 찾으러 떠납니다.

적도를 건너... 

콘도르 날개에 올라  안데스를 넘으며....

 

내 천연색꿈을 그곳에서 다시 주워 올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