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07

eunbee 2007. 12. 27. 03:49

부에노스 아이레스.

중학교 지리선생님이 '맑은 공기'의 뜻을 가졌다며, 소개하던 그 곳. 지구 저편의 땅.

그 지명을 내 맘속에 새겨둔지 50년이 흐른 지금, 난 그곳에 갈 수 있었다.

'맑은 공기', 그러나 그곳의 바람과 공기는 뜨거웠다.

 

12월의 한여름,

이제 막 대지가 뜨겁게 달구어 지기 시작하는 오전11시 40분에 공항에 도착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와의 첫대면이 이루어졌다. 공항 앞에 펼쳐진  라 쁘라타 강.

그 강은 흙탕물로 넘실대는 넓디넓은 바다 같은 강이었다.

그러나 그곳 시인은 아름다운 강이라고 읊조린대나?

라쁘라타 라는 말은 은이 넘친다는 뜻이란다.

무엇을 보느냐 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항상 그 가치를 바꾸어 놓는 것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보러와서, 나는 먼저 그 도시 보다 더 흥미로운 사람과 만났다.

음유시인 같기도,  작은 철학자 같기도, 또는 영원한 에뜨랑제의 혼령이 씌운 사람같기도 한

조용함으로 포장된  뜨거운 파도 같은 사람.

우리에게 그 도시를 소개하면서, 한권의 잘 쓰여진 기행문을 줄줄 읽어 내려 가는 듯함을 느끼게

해 주는 인텔리겐치아. 나는 그 거리를 다니는 동안, 많은 사람에게 말을 걸고, 웃음을 보내고

농담을 던지고, 질문을 했었지만, 정작 내가 말을 건내고 싶은 그 사람에겐 단 한마디도 하지못했다.

엉터리 영어와 한두마디의 스페인어로 낯선 타국인에게 가볍게 말을 건내면서도

내 나라말을 하고, 내 나라 사람인 그에게는 단 한마디를 건내지 못함은 왜 였을까?

이제 생각하니, 다시 돌아가 그와 긴긴 얘기를 나누고 싶어 진다.

분명 그에겐 낯선 땅보다 더 흥미롭고 진지한 무엇이 있다.

여행이란 이렇게 예기치 못한 것을 발견해 낼 수 있는 미지의 매력 주머니다.

 

 5월 광장, 대통령궁 앞. 사람들은 무심히 오가는데... 

며칠 전, 여성이 이 나라의 새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소식. Bravo !!

 

 5월 광장 주변 거리엔 멋진 건물들이 즐비하다. '잠들지 않는 거리'는 어디인고?

 

 그들이 '은빛 찬란한 칼과 같다' 라고 칭송한다는 오벨리스크가 저만치 보인다.

 

항상 바쁜 우리는 버스에 앉은채, 남미의 파리라고 불리우는 아름다운 동네, 폴로경기장과 경마장과

골프장이 모두 공원내에 갖추어져 있고, 130년 전 부터 녹색 공원으로 조성되었다는

'레골레타 마을'을 빙빙 돌아서, 7월9일 대로와, 오벨리스크와, 떼아뜨르 꼴론을 스치며, 에바 페론이

잠들어 있는  공동묘지에서 하차할 수 있었다. 음유시인은 낮은 목소리로 끈임없는 '시구'를

뱉어내고, 나는 그의 시(말)에 취해 어질거렸다.

 

남국의 여름이 시작된지 오래인 그 날, 한낮의 웽웽대는 뙤약볕 속 공동묘지는  숨이 막혔다.

땅값이 비싸서 부자들만 묻힐 수 있다는 묘지. 

돈 없어도 되는 고양이 한마리가 묘지속의 귀신들 혼령에 갇힌듯, 비실비실한 몸으로

망령같은 눈을 뜨고 묘지 계단에 앉아있다.

미로같은 묘지들의 소로를 지나, 에바 페론의 가족 무덤을 보고는, 뙤약볕 때문인지 묘지의 망령들

기운 때문인지, 몽롱해 지려는 기분을 안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왔다.

파리에 있는 그 많은 묘지들이며, 어디를 가나 보아야하는 세상 여러곳의 묘지에 갔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몽롱한 느낌, 그것 또한 그 음유시인과 남국의 강한 햇빛 때문이 아니었을까.

 

 레꼴레타 마을에 있는 공동묘지엔 예수님이 고요롭게 서서 그곳의 영혼들을 보살피고 있다.

 

 죽은 부자와  살아있는 부자들이 함께 사는 마을.  땅값이 무지무지 비싸다고...

 

 

 무덤속 망령에게 밤마다 괴롭힘을 당했을 것같은 가여운 고양이. 뭘 좀 잘 찾아 먹고 다니지. 쯧쯧.

 

 에바 페론과 그녀의 가족묘. 죽어서도 사랑 받는 이유가 뭘까? 타당한 대우인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