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업무실수, 고마왔던 학생과 교수, 얄미웠던 동료
댓글 44
일상에서
2019. 3. 29.
맙소사,
학생이 시험본 시험지를
문서 세단기에 파쇄해버렸으니,
눈앞이 깜깜했다.
시험 마친 시험지를
교내 우편으로 교수에게
보내 주어야 하는데,
또 다른 학생 시험보려고 기다리고 있었어
그 학생먼저 시험 안내해주느라
받은 시험지를 책상위에 두었다, 깜빡하고,
수학문제 풀었던 연습장들과 함께
세단기에 넣은듯했다.
우선 함께 근무했던 풀타임 직원인 캐시에게
자초지정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실수할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면서
다음부턴 그런 유사 실수를 할수있기에
페이퍼 파쇄는 일 마칠때쯤 하게 두라고.
(내가 1시간 먼저 퇴근하기에 미리 미리 한건데)
시험본 학생 연락처를 찾아 전화해달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몇시간 뒤에 전화가 왔다.
수업중이라 연락이 늦었다고.
연락 기다리면서
수업마치고, 일하러 갔나?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곳에 있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다음수업이 있었어 교내에 있었다.
자초지정을 이야기했더니
웃어면서 그런 실수를 할수도 있다며
괜찮다고, 바로 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캐시가 그 학생이
같은 시험을 봐도 될지 모르겠다며,
자기가 담당 교수에게 사고건에 대해 이메일을 보냈는데
아직 답장이 없으니
휴가중인 보스 대신 엠버(비서)에게 연락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 보란다.
나 한테 물어 보지도 않고선.
그 시험이 중요한 시험이 아니고,
성적 비중이 낮은퀴즈였는데다
교수가 시험시간 1시간을 주었는데,
그 학생은 15분만에 마쳤고,
(그림을 그려 시험지 한장을 다 채웠기에
내 눈엔 90점 이상은 될것 같았다)
전화통화하고 5분내로 왔으니
그냥 재 시험쳐도 될것 같은데...
그래 엠버에게 자초지정을 말하고,
중요시험도 아니고 퀴즈니
난 일단 그 학생에게 동일 시험을 보게하고
내가 교수에게 양해를 구하겠다고 하니
그러라고 했다.
내가 제일 걱정한것은 학생이
교내에 없을 경우였는데,
학생이 교내에 있었으니 걱정을 덜었다.
다행히 중요한 시험도 아니고,
또 바이오 수업 퀴즈였는데,
내가 사이언스 학과 앞에서 일을했기에
바이오 담당 교수들은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은 교수들도
만날때면 서로 인사는 하는 사이였기에
내가 직접 담당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양해를 구하면 될것 같았다.
사이언스 학과 비서인 친구 수에게
담당 교수 인상착의와 그날 일정 대해 물었더니
마침 그날 내가 근무하고 있었던
로미오빌에 3시에 수업이 있어 출발했다고 했다.
그래 수업 시작전에 강의실 앞에서 기다렸다
교수를 만나니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가끔씩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던
Dr. 윌리엄스 였다.
정식 이름과 수가 설명해준 인상착의가 달랐기에
만나서 너인줄 몰랐다고 했더니
웃어면서 결혼전 성이라고.
그녀에게 자초지정을 이야기하고선
일단 이 학생이 재시험을 봤다고 했더니
호탕하게 웃으면서 It's OK 하더니
She is a good student 라고.
십년 감수했네.
캐시에게 담당교수를 만났더니
아는 사람이더라며
교수가 말한대로 이야기 했더니
휴가중인 보스에게 사고에 대해 이메일을 보내란다.
그래 약간 화가나서
문제가 해결되었고, 휴가중이니
다음주에 출근하면 구두로 보고하겠다고 했다.
비서인 엠버에게도 문제 해결되었다고 전화로 통보하면서
케시 듣는대서
보스에겐 다음주 출근하면 구두로 보고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했다.
내가 큰 실수를 한것은 인정하지만
도와주는척하면서
문제를 더 확대시키는 캐시가 어찌나 얄밉던지.
어처구니 없는 내 실수에도
웃으면서 괜찮다며 배려해준 어린 학생과
호탕하게 웃어면서 괜찮다고
아량을 보여준 교수가 많이 고마왔다.
실수로 몇시간동안 마음 고생했지만,
마음 공부도 하고, 값진 교훈을 얻었다.
그래도 이런 실수 다시는 하지 않아야지.
2019. 3. 29. (금) 경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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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차 2019.03.29 19:27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미국사람중에서 캐시같은 사람 많은 것 같아요. 겉으로는 친절한 척하지만 경쟁심이 강하여 뒷북치는 사람들이요. 동료들에게는 가능하면 약점을 보이지 말고 문제가 있으면 상사에게 직접 얘기하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답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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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정말 다행입니다.
답글
까다롭게 일을 확대하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될 수 있으면 실수를 보이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잘 해결되어 참말 다행입니다.
이상하게 뭔가 집중을 하지 않으면 꼭 실수하게 되어서
저도 하나의 일에는 하나의 집중만 할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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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이란 실수가 따르게 마련
답글
많이 당황되셨지만 순차적으로 잘 해결되어 다행입니다.
아마도 이번 기회로 두 번 다시 이런 실수는 없으실겁니다. 맘 고생하셨네요 -
에고...
답글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그 어린 학생이 문제 삼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네요.
제가 대학원 다닐 때, 들은 얘기인데, 교수님이 미국에 계셔서 학생들이 시험을 친 걸 특급우편으로 보냈는데 사라졌데요. 그래서 다시 시험 쳤다고 들었어요. 그 후부터 사본을 떠 놓고 그 사본을 보내기 시작했데요.
저는 계량경제학 시험을 컴퓨터로 보는데 밤 12시가 되어가니(시험이 4시간 걸려요...) 경비가 랩 전기를 꺼버려서 컴이 꺼지면서 그 다음 주에 다시 봤어요. 그 때는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요. 저만 실기 먼저 시작하고 프린트만 하면 되고, 필기만 남았는데 둘 다 다시 봤죠. 동기들은 필기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실기만 봤는데요.
그렇게 대단한 시험도 아닌데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문제를 키운 동료분은 정말 얄밉네요.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가 관건인데 문제를 더 키웠네요.
탈탈 잊으시고 다음번에 실수 안 하시면 되죠. 작은 실수를 하셨으니 더 큰 사고를 예방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너무 자책마시고 힘 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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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시험지를 파새헸다는거 까지만 보고 깜짝놀랐습니다,
큰 경험 하셨네요.
누구든 실수는 할수도 있고 동료도 나름 도와준다고 그리하지 않았을가요?
이번일로 경란씨가 조심성도 키우고 더 세심하게 일하게 되었어니 전화위복이라
생각하시고 크게 공부했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주무실 시간이네요.
멋진 주말을 맞이하기위해 편한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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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면서 배워 나가는거지만 처음엔 진짜 아찔했겠다! 좋게 잘 해결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다!! 나중에 여행갈려고 돈 버는 거라니 너무 무리하지말고 건강에 신경쓰면서 일하길~~ 나이에 상관없이 건강이 제일 소중하지만 ,젊을 땐 쉽게 회복되는 것도 나이 드니까 오래 가더라~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서 다행이다. 건강해!!
답글 -
정 2019.03.31 05:33
안녕하세요? 요즘 몸이 아팠습니다 누구든
답글
실수합니다 전 직장다닐때 입금을 잘못했나했더니 바로 잘들어갔습니다
여유를 가지시구요 그 외국인데.잘하시고 계십니다 여긴 어제 비바람 그리고
오늘은 눈..별일없지요? 늘 건강빕니다 -
수고 하셨네요...여전히 잘 보내시니 반갑습니다.
답글
오늘도 기쁜 날!
좋은 내용 잘 보았습니다.
세번째 달도 잘 보내시길…
이곳도 들러 주시길....생명의 양식도…
http://blog.daum.net/henry2589/34400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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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19.03.31 17:04
에고 잠시지만 살떨리는 경험이셨겠네요. 케시가 평소에 어떤 태도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문제 생기지 않도록 다 챙겨준 것 같은데요. 미국사람들이 너무 원리원칙대로 인 것이 문제를 확대시키는 면도 있지만 경란님은 시작하신지 얼마 안되셨으니까 까다롭더라도 원칙대로 하시는게 나중에 덤터기 쓰게 되지 않는 길인 것도 같아요. 케시가 그래도 처음에 호들갑떨지 않고 걱정하지 말라고부터 말해 준 걸 보면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데 옆에서 일하시는 경란님이 그런 미묘한 느낌은 또 다르실 수 있지요 ㅎㅎㅎ 미국 사람들 중에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겉다르고 속다른 사람들도 많으니 판단 하기 쉽지 않죠. 암턴 잘 해결되어서 너무 다행이고. 보스들 중에 나중에 생트집 잡는 사람들도 있으니 걍 이메일 보내 놓고 읽던 안읽던 일단 잊으시고 나중에 나오면 구두로 한번 더 얘기하는게 낫지 않나 싶어요.
답글 -
일을 빨리 ,깔끔하게 정리하고픈 욕심 많은 분들이 할수 있는 실수입니다.
답글
모바일 폰 상의 Delete도 즉시가 아니라 한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려 노려중입니다.
순간 얼마나 난감 했을까 상황이 그려집니다.
가슴은 얼마나 뛰셨을까요?학생 ,교수 참 좋은분들입니다.
한국 학생,교수 같으면 막 화를 내거나 하찮은 권위를 들먹 거렸겠네요.
북미 사람중에 많은 케시 같은 타입.
잘하면 남의 불행을 행복으로 여길 동료입니다.ㅎㅎㅎ -
그정도 실수는 누구나 할수 있는데..
답글
아주 중요한 시험도 아니고 담당교수도 문제삼지 않았는데
캐시라는 그 직원이 말씀처럼 얄미운 사람이네요
신입직원때야 사소한 일로도 당황하고 덜컥하기도 하고
또 깐깐한 상사한테 하드트레이닝을 시키는 경우도 있겠지만
분명 같은 상황일때 진심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좋은 동료일듯..
언젠가 경란씨가 한방먹일 기회가 올수도? ㅎㅎ -
Sponch 2019.04.01 00:15
일을 시작하면서 한두번 실수가 없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나마 크지않은 일을 기회로 경란님이 마음을 새롭게 하실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화이팅!!
답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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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2019.04.02 19:27
헐 엄청난실수(?)..
답글
언니 파쇄는 한번더 확인하고 하기를..
일을하다보면 실수도 있는법인데 실수라기보다는..
다음에는 꼭 재차확인하는 습관을 기를수 있도록해라..
그래도 잘 해결되었어니 역시 미국학교는 다른가보네..
한국에는 있을수도 없는일일것같은데..
십년감수(?).. -
와
답글
진땀 나셨겠어요.
잘 처리되어 다행입니다.
자신을 defend 하기 위한 변명에 급급하기 보다 우선 학생을 위해 일처리를 신속하게 마무리 하신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군요.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감당하는가 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과 양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더군요.
실수. 하면서 배우지요. 실수 안 하는 사람 어디 있겠어요?
경란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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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는 일어난 실수에 대해서 연대 책임을 지는 사회가 아니라서
실수한 개인에게만 책임이 돌아갑니다.
수퍼바이즈를 잘 못한 상사에게도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요.
선배나 동료가 덮어주고, 가려주고, 야단치고 뒤에 등을 토닥이는 실수에 대한 처리는 정작 실수로 인한
손실을 해결하진 못하지요.
글을 자세히 읽어보니까 동료들이 모두 해당학생이 경란님의 실수로 인해 피해를 입을것을 염려해서
사태수습에 우선 하게 독려한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과오를 이메일로 남겨 명명백백하게 뒷처리를 하는 것도 당연한 단계인 것 같습니다.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직장 문화,
더러는 섭섭 하셨겠지만 몇년 지나면 앤드류엄마도 익숙해지시겠지요.
이런 기본적인 직장에서의 문화 차이로 타문화에서 온 사람들이 익숙하지 못해서
걸림돌이 되는 걸 더러 보았습니다.
경란님의 긍정적인 태도로 빠르게 배워나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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