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시네마 패션

패션 큐레이터 2016. 5. 27. 03:22



시네마 패션 섹션에서는 패션의 역사와 다양한 관련 주제를 다룬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제자들에게 꼭 한번 쯤 보라고 권하는 영화가 있는데요. 2001년작 일본영화입니다. 제목은 <화장사> 현대적으로 보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겠지요. 화장, 꾸밈, 장식, 이런 단어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Adornment 라는 즉 장식의 범위와 한계, 그것이 가져야 할 미덕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정샘물 선생님을 참 좋아합니다. 예전 팟캐스트에도 초대해서 함께 인터뷰를 한 적도 있고, 방송에서 함께 특강을 하기도 했죠. 정샘물의 작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그녀가 가진 예술에 대한 생각, 메이크업에 대한 철학을 인정하고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아이의 첫돌 사진을 찍기 위해, 아침일찍 메이크업을 하러 갔습니다. 한복을 입고 하는 촬영이라 아내는 여기에 맞게 단아한 화장을 했죠. 머리와 함께 조형해낸 메이크업은 그 자체로 얼굴에 선을 긋고, 색을 부여하고, 질서를 잡아주는 기술입니다. 생각보다 이 메이크업을 가지고 많은 철학자들이 단상을 남겼습니다. 최근엔 프랑스의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였던 샤를 보들레르가 쓴 <화장예찬>을 읽고 있는데요. 화장은 인위와 자연, 그 경계선에서 인간을 초대해서 더 아름답게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위무합니다. 화장은 그저 꾸밈의 행위를 넘어 인간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꽤 괜찮은 실천입니다. 


영화 화장사도 이러한 논리, 화장에 담긴 진정한 세계를 그려냅니다. 14회 도쿄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화장사란 제목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매우 시각적인 부분에 투자를 하겠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미장센과 화장을 시행하는 한 순간의 매혹이랄까요? 이런게 강조될거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드라마 내부의 이야기 구조가 탄탄합니다. 코삼바란 이름의 화장사는 시장통 2층에 작은 가게를 내고, 여자들을 위한 색조화장을 해줍니다. 


한 인간의 특별한 순간을 위해, 화상을 입어서 더 이상 아름다와지기를 포기한 여인과 그녀를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사진 스튜디오에서 혼을 다해 메이크업을 해줍니다. 화장으로 인간의 결손을 메우는 일이지만, 이것이 은폐란 단어로 쓰여지지 않는 것은, 남편의 실수로 화상을 입은 아내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남자의 마음의 금을 메워주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배우를 꿈꾸며 글을 익히는 여인을 위해서는 분장을 해주고, 뭐 이런 이야기들 입니다. 물론 놀라운 반전이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참 따스한 영화였어요. 특히 봄에 벚꽃이 무럭무럭 피어날 때, 그 아래서 예쁜 한 벌의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봄기운에 취하고 싶을 때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