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패션 큐레이터 2018. 4. 4. 22:06



전라남도 장성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의 21세기 장성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인문학 특강시간이었습니다. 지금껏 종종 해온 지방 기관에서 기획하는 강의려니 하고 갔는데 저보다 앞서 2월에 하신 분들을 보니 면면이 놀랍습니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님을 비롯하여, 경제학자 우석훈, 화가 김현정 등. 저 다음에는 의사 이국종 선생님이시더군요. 지방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려니 했는데 역사가 22년째라고 합니다. 



한주도 빠지지 않고 강사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한 지방자치단체의 뚝심이 놀랍습니다. 봄 기분 좀 느끼려고 아내가 사온 겨자색 풀오버를 입었습니다.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요. 장성의 컬러 마케팅 색이 노랑색이랍니다. 이런 멋진 우연이 있을까요? 어떻게 알고 입고 오셨냐고 부 군수님의 입이 함지박만해지셨습니다. 최근 로컬과 지방기관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거대한 메트로폴리스 서울이 가진 문화산업적 잠재력은 강력하지만, 중심의 힘이 로컬과 같은 주변부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중심에만 고여있다보니 많은 사회적 문제점들이 노출되는 요즘입니다. 



서울도 마찬가지긴 합니다. 창의적인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 Creative Economy의 프론트에 서야 할 이들이 실제로는 로컬의 한 지역을 자신의 창의성을 발현해 어느 정도의 입지를 만들어놓아도, 이건 부동산업자들의 이익으로만 환원될 뿐, 젠트리피케이션의 사회적 문제는 사실 심각한 수준을 넘어 해악에 가까운 수준이 되었지요. 지역은 지역대로, 부족한 예산과 스태프들의 힘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터전을 마케팅하고 자기만의 색을 입히려고 노력 중입니다. 장성의 황룡강변에 3.2킬로미터에 달하는 노랑색 만발한 꽃의 잔치가 벌어집니다. 작년에만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들렀다네요. 



저는 과거에 연극에 몰입하던 시절, 프랑스의 연극도시 아비뇽에서 열리는 국제 연극제를 보며 그 규모와 지방이라는 특성과 연극이라는 문화를 잘 결합하는 그들의 균형감각이 부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프랑스의 망통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열리는 망통레몬축제는 145톤의 감귤을 이용해, 관광객들의 동선채널을 열어줍니다. 지역이 삭막한 메트로폴리스에서 느끼지 못하는 친환경과 문화적 의미의 장을 결합하는데서 나오는 강력한 흡인력이겠지요. 오늘은 강의 후기를 패션이야기가 아닌, 장성이란 옐로시티에 대한 이야기로 채우고 있군요. 저는 역사를 통해 패션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개인의 스타일링 전략을 넘어, 한 시대, 한 도시의 패셔너블함을 만들어내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요? 요즘 저의 화두입니다. 과연 패셔너블하다, 혹은 매력이 있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타인들에게 호소하는 강력한 한 줄기의 빛과 같은 흡인력을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번 강의에선 이런 이야기들을 주로 풀어냈던 거 같습니다. 200여명 되는 도민 분들이 가득 자리를 채우고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풍경은 느껴본 이들만이 알지요. 너무 강의가 많다보니, 후기를 언제부터인가 잘 쓰지 않는데 오늘은 이렇게라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10월에는 꼭 다시 앵콜강연하러 장성에 다시 가고 싶습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