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패션 큐레이터 2021. 4. 4. 13:12

줌ZOOM으로 강의를 한 지가 꽤 되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강의시장은 얼어붙나 했더니 줌을 이용한 강의는 더욱 활발해 진 느낌입니다. 최근엔 대학특강도 수차례 녹화를 하고, 줌을 통해 학생들과 만나 복식미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변모한 환경은 처음에는 생소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고 또 새로운 옷을 입게 되는 것이죠. 과거나 지금이나 강의는 일종의 퍼포먼스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내용을 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텍스트를 사유하고 강의자가 철저하게 씹어서 아기새들에게 먹이를 주듯, 준다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강의자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장인들이 오랜시간의 반복을 통해, 형태의 독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선을 추구하듯,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일본어에 타쿠미(たくみ)란 단어가 있지요. 교묘함, 공들임, 솜씨가 좋은 장인의 기예와 의식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번에는 안산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랜선인문학 강좌 프로그램에 동참했습니다. 줌으로 만나니 몸은 한결 편해졌지만, 사실 상호작용의 결과 밀도는 많이 떨어지긴 합니다. 이것을 채우기 위해 강의를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채팅창을 열어놓고, 많은 분들에게 실시간 질문을 던져달라고 부탁합니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서는 낯설어 질문하지 못하던 분들도, 곧잘 질문을 올려주시더군요. 저는 패션의 역사를 강의하면서 동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와 연결짓는 것을 좋아합니다. 패션을 통해 마케팅과 브랜딩, 리테일을 가르쳐왔는데요. 사람들은 고대시대의 매장Store 풍경을 그림이나 벽화로 보고선 종종 놀라곤 합니다. 최근엔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비트코인과 패션, 가상 멀티버스 세계 속 패션, 패션의 생태학과 같은 주제들을 계속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이해시키려고 노력 중이죠.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패션분과는 몇일만 공부를 쉬어도 따라가기 힘듭니다. 업계가 그만큼 변화의 속도를 타고 빠르게 진행하기에 그러하지요. 4월 중순에는 제주대학교 학생들을 만나게 되네요. 한학기 공부를 책임져야 하는데 일단 질문지를 받았고, 여기엔 인문학적 성찰과 패션의 미래에 대한 '부상하는' 흐름들을 녹여내 가르쳐 보려고 합니다. 항상 마음 속으로 되뇝니다. 제 강의의 매순간, 경제와 문화, 사회사의 깊은 통찰을 넘어, 인간의 원초적인 감각에 호소하며 미묘한 차이를 빚는 내용들로 가득차길. 그런 순간을 만들어내길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