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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큐레이터 2021. 7. 29. 20:27

부산 문화회관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 <매그넘 인 파리>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매그넘과 관련하여 파리 패션의 매혹적인 미학과 역사를 풀기 위한 강의를 했습니다. 저 보다 앞서서 소설가 선생님이 프랑스 문학에 나타난 파리를 이야기했고, 사진 평론가 선생님은 매그넘 사진의 의의를, 또 한 미술사가 분은 예술로 만나는 파리를 강의하셨어요. 매그넘 인 파리 전시 도록을 함께 쓰신 분들이시더군요. 저도 이 전시의 패션 분야를 책임졌던 만큼, 이번 전시에 나타난 파리 패션의 다양한 양상들을 매그넘의 소중한 사진들을 통해 하나씩 설명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대극장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하며 모인 분들이 객석을 채워주셨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객석을 가득 메우는 것을 보고 기뻐했겠지만, 요즘은 이런 것들을 기대할 수가 없고, 저 조차도 상상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4 단계에 진입하기 전이었기에, 많은 분들을 볼 수 있었음을 감사할 뿐이지요. 

 

<첫 컬렉션을 준비중인 이브 생 로랑> 1957년, 매그넘/잉게 모라스 재단

개인적으로 매그넘 인 파리 전시에 함께 하면서 가장 기뻤던 것은, 저 스스로 매그넘이란 거대한 문화운동이자 사진 아카이브의 전설이라 불리는 존재를 제대로 알게 된 계기를 갖게 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사실 패션의 역사를 기록하는 큐레이터이자 작가로서, 가장 힘든 것이 한 시대의 패션을 제대로 포착한 한 장의 사진, 혹은 시각자료들입니다. 패션과 관련된 사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패션쇼의 면면을 찍거나, 혹은 제품 사진들을 고화질로 찍어놓은 것들이 전부인 줄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대를 한 벌의 옷을 통해 변화시키고, 때로는 혁명에 가까운 목소리를 담아 표현한 이들의 내밀한 측면들을 사진으로 잡아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1970년대 이전까지는 이런 기록상의 어려움들이 많았지요.

 

매그넘의 아카이브를 뒤질 때마다, 너무나도 매혹적인 파리 패션의 면면에 눈에 황홀했습니다. 1947년 디올의 뉴룩 컬렉션과 이를 소개하는 실제의 디올의 매종에서 열린 트렁크 쇼나, 디올의 바 자켓(Bar Jacket)을 입고 거리를 걷는 일반 파리 여성들의 모습들, 68 혁명의 와중에서 패션의 혁신가가 되기로 작정한 이브 생 로랑과 그가 이끄는 모델 그룹들의 모습은 매그넘 최초의 여성 사진작가 잉게 모라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요. 사실 매그넘 인 파리에서 전하지 못한 수없이 많은 패션 사진들이 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도 이런 아직 소개되지 않은 사진들을 중심으로, 파리 패션의 역사와 그 매혹의 요소들을 한 번씩 통사적으로 훑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부산시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