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

홍승환 2008. 11. 11. 10:19

 

꽃은 가둘 수 없다

 

                                            이시훈

 

 

길가에 핀 낯선 꽃의 이름을 물었더니
꽃이 아름다운 건 이름 때문이 아니라는
그 말씨 어여뻐 가슴에 찰랑인다.

꽃병을 만들려다 막사발이 되어 버린
흙을 뭉개어 다시 빚으니
느닷없이 술병이 되어 버렸다.

사발이 되었건 술병이 되었건
아직도 꽃을 꿈꾸는 흙의 표면에
이름 모를 그 꽃을 그려 넣는다.

젖은 얼굴을 드러내는
맑은 빛깔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부르다만 노래를 다시 추스려 본다.

어떤 밝은 음조도 내게로 오면
느린 단조의 비가(悲歌)로 바뀌어 버리는데
흙에 파묻힌 꽃은 고요히 잎을 열고 있다,
흙에 갇힌 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사발 위에 그려 넣은 꽃이 피어나고
술병에 꽂아 놓은 흙 꽃이 향기를 품는
이 무모한 노래를,
나는 멈출 수 없다.

 

 

* 11월 11일 언제부터인가 빼빼로데이라는 이름이 붙어버렸습니다.

  (롯데제과 마케팅팀의 공로겠죠. ^^)

   어떤 이는 가래떡데이라고도 하고 젓가락데이라고도 하더군요. ^^

   재미있는 하루 신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너무나 멋진 글..
시..라는 건 짧은 글 속의 느낌이 참으로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