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홍승환 2011. 2. 17. 11:57

[김호의 궁지] 홍보, 너무도 밥맛없는!
한겨레
» 김호
인정하건대, 참으로 ‘밥맛’없었을 것이다. 내가 1990년대부터 해온 홍보란 분야 말이다. 이를테면 자기 약점이나 실수는 철저히 가리고, 입만 벌리면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그런 ‘밥맛없는’ 친구를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런데 기업이나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홍보는 이와 같은 ‘얌체’ 친구의 모습을 쏙 빼닮아 있다. 아주 ‘현실적인’ 홍보의 기술은 다음과 같다. 먼저 조직의 실적이 좋거나 그럴듯한 이벤트가 있다고 치자. 홍보는 언론을 통해 이를 ‘부풀리기’ 마련이다. 반면 잘못을 하거나 실수가 있으면 침묵하거나 축소시켜 왔다.

홍보를 뜻하는 영어 단어 ‘피아르’(PR)는 우리 사회에서 ‘제 자랑’을 뜻한다. 하지만 ‘피아르’의 원뜻은 공중(public)과의 관계(relations)라는 심각한 뜻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소비자와, 정부가 시민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피아르에게 던지면 이렇게 답한다. 질 좋은 관계는 그에 합당한 ‘소통’(커뮤니케이션)에서 온다고.

소통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받는 것, 즉 말하기와 듣기가 있다. 사실 진정한 소통은 듣기가 말하기보다 더 ‘중요하다’. 사람이 듣지 못하면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사람은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더 ‘좋아한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보다는 혼자서 떠들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업과 정부는 ‘소통한다’고 하면서 사람들의 소리를 그리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기업과 정부가 보도자료에서 광고까지 ‘일방적 홍보’를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메가폰’에 대고 계속해서 쏘아대면 시민과 소비자들은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힘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었겠지만, 조직이 가지고 있는 ‘메가폰’이라는 소통 수단은 딱히 없었다. 그래서 시민들은 조직이 쏘아대는 메시지가 사실인지 과장인지, 축소한 것인지 서로 의견을 소통할 수 없었다. 9시 뉴스에서, 신문에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 수밖에 없었다. 기업과 정부가 기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소수의 기자들만 ‘잘 회유해서’ 이들이 기사를 ‘잘 써주면’ 시민들의 긍정적 의견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일해 온 홍보의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가고 있다. 그놈의 트위터니 페이스북이니 하는 소셜 미디어 때문이다! 이제 기자들에게만 잘 보여서 시민들의 의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들끼리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조직이 ‘홍보’를 통해 메시지를, 이미지를,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생각’을 통제하기는 더 힘들어지고 있다. 젠장!

필자가 일하는 회사에서 작년 국내 트위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지난 1년 사이 특정 제품에 대한 사용 경험을 인터넷에 올린 적이 있었다. <오마이뉴스>의 ‘모든 시민은 기자다’란 말은 뒤집으면 ‘모든 시민은 홍보인이다’란 말도 된다. 모든 시민이 자신이 경험한 제품과 서비스에서부터 정치인까지 긍정이든 부정이든 나름의 ‘보도자료’를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홍보 2.0’으로의 변화는 과거 기자에게만 잘 보이던 것에서 이제 소비자들에게까지 직접 잘 보여야 한다는 도전이다. 일방적 메가폰식 홍보로는 시민들 의견에 영향을 미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홍보의 역사상 가장 큰 패러다임의 변화를 우리는 이렇게 겪고 있다. 아쉬운 것은 기업과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일부 ‘1.0식’ 리더들은 아직도 메가폰에 ‘뻥튀기식’ 홍보를 원하고 있고, 그 밑에서 월급 받는 ‘홍보맨’들은 그 입맛에 맞춰야 하는 ‘밥맛 떨어지는’ 현실이다. 더랩에이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