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2021년 02월

18

좌충우돌시골살이 우수눈발,

#. Y 선생께서 생전에 썰 하시기를 1인칭은 나 2인칭은 너 그 외 우수마발이 다 3인칭··· #. 곧 우수라는데 하늘은 요란스럽게 눈을 뿌렸다. #. 시절 잊은채 쏟아지는 눈 속에 잠시 우수마발을 빌려 쓰기로 하여, #. 우수눈발이다. #. 명절에 아이들 내려오겠다고 한 날부터 슬금슬금 시작한 감기 기운이 이내 본색을 드러내더니 기침 콧물 재채기, #. 시내의 병원과 의원들은 연휴의 날들에 굴비처럼 엮여 모두 휴진 중이었다. #. 하여 더운물 마시기와 마스크로 무장한 채 스스로 격리하였으니 꽃 같은 아이들이 내려온들 꿈속의 떡, #. 그렇게 연휴 뒷날 서둘러 병원을 찾았더니 문전박대가 이런거지 코로나 검사를 받고 와야 한다는 것, #. 코로나는 코가 문제인지 코 안에 기다란 면봉을 넣어 휘저어대는 코..

15 2021년 02월

15

풍경소리 접촉에서 접속으로,

#. 먼 도시에 차려진 차례상에 엎드려 영상 세배하였다. #. 접촉의 세상에서 접속의 세상으로 진화 중, #. 마을 안 지붕 낮은 집들마다 낯선 차들이 따듯하게 웅성거리고 흐린 불빛 아래 도란거리던 일들은 이제 전설이 되어서 #. 누옥들이 게딱지처럼 엎드려 있는 마을 고샅에는 갈색 바람만 어지러이 몰려 다니고 있었다. #.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이상한 명절이 이상하게 지나갔으나 사람의 일들은 여전히 번잡해서 #. 날짜를 나눈 번 가름으로 다녀가는 사람들은 짧은 왕복 달리기가 힘들고 맞고 보내는 우리는 늘어지는 일들로 힘겨웠다. #. 모두들 떠난 자리 만세 삼창 후에 청소만 두 시간, #. 청소를 끝내고 실신하듯 잠들었던 한낮 씻김굿 같은 비가 내렸다. #. 복수초 소식이 궁금하여 잠시 오른 뒷산에서 봄..

댓글 풍경소리 2021. 2. 15.

11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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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일기 어쨌든 명절,

#.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썰렁하기 그지없는 명절이 되었다. #. 산 넘고 물 건너에 계신 부모님 선영을 찾아간다. #. 아시겠거니와 코로나에 멱살 잡히고 사람의 일에 발목 잡혀 저 혼자 이렇게 왔습니다. #. 향 피워 잔 올리고 갈색의 산속에 홀로 앉아 흑백의 기억으로 압착된 오래된 일들을 되짚어 보는 일, #. 어리던 제가 이렇게 늙었습니다. #. 해 넘어가기 바쁘게 대문을 잠그셨지만 명절 때면 밤 깊도록 문을 닫지 못하시던 목마른 기다림, #. 돌아가는 길이면 골목 끝을 지나 뒷모습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래오래 문기둥에 기대어 계시던 어머니, #. 지난 일들에 자꾸 노을빛 눈시울이 되고도 눈치 볼 일 없으니 홀로의 성묘 꽤 괜찮은 일이다. #. 바람이 맵다 어여 내려가거라... 어머니 목소리 들리..

07 2021년 02월

07

좌충우돌시골살이 티격과 태격,

#. 딸 가족이 재넘어 도시로 옮겨오고 부터 백수의 일상이 제법 쫀쫀해져서 #. 딸아이 집에 들러 아내가 주방을 정리하는 사이 가끔은 청소 돕기, #. 먼 도시의 친구 녀석은 늘그막에 그 무슨 고생이냐고 했지만 철없는 소리, #. 바쁜 사람 도울 수 있으니 좋고 온통 아내의 수고로움이 될 일을 나누어 덜어 줄 수 있으니 좋고, #. 두 번의 행복이 한방에 해결되는 일 일 뿐더러 #. 헐렁하게 늘어졌던 백수의 일상이 제법 쫄깃 탱탱해지는 효과도 있다. #. 정해진 시간에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 맞이하기와 #. 아이를 학원에 두고 돌아서는 길, 길 건널 때 손 들어야 돼~ 아이는 어른스럽고 나는 아이스럽고, #. 아주 잠깐이지만 두 아이의 예쁘고 따듯한 손을 잡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의 행복, #. 갑작스러..

04 2021년 02월

04

소토골 일기 입춘설(雪.說)

#. 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이 이틀의 날들을 싹둑 베어 버린 팔삭둥이 달, #. 입춘이 되었으니 이제 법쩍으로 봄이다. #. 새벽에는 시린 눈 위에 달빛이 흥건했다. #. 그리고도 여전한 추위, #. 먼 데서 보내 준 곶감 하나를 베어 먹다가 꼬르륵 잠든 밤, #. 꿈 길에 재 넘은 호랑이가 창가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 바깥나들이를 마치고 들어선 마당가에 퇴비 포대가 수북이 쌓여 있으니 아지랑이처럼 몸 일으켜 밭으로 나가야 할 일인데 한사코 집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으름, #. 게으른 선비 책장 넘기듯 먼 빛으로 밭고랑을 건네다 보며 하나 둘 셋... #. 서쪽 바다 갯바위에 사는 올빼미는 셋까지 밖에 세지 못해서 밤 새 물고기를 잡아 소복이 쌓아 놓고는 먼동 트는 아침에 세어보기를 하나. 둘. 셋..

02 2021년 02월

02

풍경소리 새벽 일기,

#. 철없는 시절 연애질 10년 끝에 가시와 버시되어 마흔한 해의 날, #. 나이 탓인가? 이제 서로 특별한 감동조차 없는 맹숭한 마음들이거니 #. 그저 꼭 끌어 안고 "고맙습니다" 했다. #. 살아온 날들 곳곳에 전설 같은 얘기들이 묻혀 있고 그 끝에 푸르고 예쁜 아이들이 자라고 있으니 됐고 말고, #. 시원찮은 재주에 입춘첩 나눔을 했다. #. 정작 내 집에 붙일 방은 따로 마련함 없이 마음속에 "연두" 하나 새겨 두기로, #. 겨울에 지친 이쯤에 봄 기다리는 성급함으로 2월의 이틀을 똑 떼어 버린 건 아닐까? #. 차들로 미어터지는 길 열심히 가고 있는 중인데 또르륵 전화 어디야? 123모 1234 차 뒤에 있어~ #. 무료한 산골 한낮 또르륵 전화가 오길래 받았더니 -뉘기네 집이지요 -아닙니다 잘..

댓글 풍경소리 2021. 2. 2.

31 2021년 01월

31

소토골 일기 프라이 성찬,

#. 달걀 한 판에 칠천 원쯤 한다는 아내의 한숨 한 판, #. 과연 에그머니로다. #. 달걀 프라이 한개로도 진수성찬이 되는 시절, #. 담부턴 껍질째 먹거나 달걀 대신 계란을 먹거나, #. 사람의 살 길을 위해 예방적 살 처분을 한다고 했다. #. 안전한 살육, #. 다분히 인간적인 형용모순과 #. 사람은 만물의 배꼽이라는 인식의 오류, #. 또 도둑의 걸음으로 살금살금 눈 오시고 그 틈새 도착한 책 한 권 미안도 하여라 #. 해 바뀌고 서른한 번째 새벽, 시린 달빛만 흥건하고도 어느새 2월, #. 문틈에 귀 기울여 봄 기별을 기웃거리는 계절 관음증, #. 사람인 나는 집안에 누워 덕지로 옷 끼여 입고도 춥다고 옹송거리는데 마당가 세 마리 개들은 단벌의 옷 한벌만 걸친 채 개기왕성하게 풍찬노숙 중, ..

29 2021년 01월

29

좌충우돌시골살이 몽니 추위,

#. 급행 열차가 거만하게 지나가는 시골역 그나마도 폐선이 되어 기차보다 빠르게 바람만 몰려다니고 있었다. #. 제사를 위한 도시 나들이와 간 밤의 불면을 책 읽기로 때운 억지와 다시 시작한 새벽 운동의 피곤들이 겹으로 쌓인 결과일 테지 #. 서실 동무 한 사람이 지쳐 보인다고 했다. #. 체력도 기력도 급 저질화 하여 충전에 한 달 소진에 십분, #. 낡아가는 몸뚱이 아껴 써야지 하다가도 일 앞에서는 자주 잊어버리고 만다. #. 스스로를 마징가제트로 아는 철딱서니 빈혈 증세, #. 일진광풍을 탑재한 눈보라가 허공 제비돌기로 한나절을 흔들더니 #. 섣달 열이레 달빛조차 난장의 바람속에 출렁이는 새벽, #. 추위를 쫓는 부적 같은 입춘첩을 쓰던 날 추위가 또 다시 갈기를 세웠으니 겨울의 몽니다. #.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