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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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2020. 5. 19.

 

 

 

#.

장맛비 같이 거친 비가

밤새 내리더니

신새벽 밝음이 갖난 아이 손등처럼 맑고 곱다

 

#.

고양이 초롱이가 장독대 아래에서

빵 굽는 자세로

기다리고

기다리고...

 

#.

딱새 일가가 횡액을 당 하기 전에

어떻게든 손질을 해 둬야겠다

 

#.

이제 세 살인 정환이가

비워져 가는 즈이집 쌀통을 들여다보다가

가라사대,

 

#.

하. 야. 부. 지. 한. 테. 쌀. 없. 다. 고. 전. 화. 해~

 

#.

늙은

봉 이거나

산타,

 

#.

어지럼증이 생겼다

귓속에 Howling이 터지듯 울리면

의식조차 뚝 끊기는 것 같다가

휘청

땅과 하늘이 동시에 돌았다

 

#.

지구가 이렇게 돌고 있는 건가?

일상의 의식 뒤편에는 뭣이 있는지

궁금도 하고,

 

#.

처방에 의해

죽치고 들어앉아 죽만 먹고 있는 중 이므로

코딱지 밭이며 마당 귀퉁이

둘레둘레 산속에 초록 쌈거리들이 화수분이라도

그림 속의 떡,

 

#.

어머니 생전에 해 주시던

아욱죽을 부탁 했고

아내의 노고 끝에 밥상에 차려졌으나

어머니에게도

아내에게도

죄송하여라

 

#.

빈한한 시절

절박함으로 넘기던 그 맛,

어디로 간 건지,

 

#.

재넘어 사시는 아내의 은사님 사모님께서

코로나의 시간들을 한 땀 한 땀 엮어

팔찌로 만들어 주셨고

아내는 한 열흘

돌 돌 돌 돌 재봉틀을 돌려

한복 한벌을 지어 드렸다

 

#.

서로가 서로에게

깜짝 선물이 되는

교감의 시간들,

 

#.

추녀 끝 낙숫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까무룩 초록 낮잠에 빠져들어

두서없는 낮 꿈에 혼곤해지기도 하는 산중 오월,

 

#.

그리고

환청같은

뻐꾹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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