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무늬 삶
댓글 26
소토골 일기
2020.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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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름하게 늙어가는 아들은
물려 받은 아버지의 소를 팔아
트랙터를 샀다.
#.
그리하고도
큰 산 자락을 흘러 멈추어진 밭의 기울기는 어쩔 수 없어서
고쳐도
고쳐도
기우뚱 경사진 밭이 대부분이다.
#.
겨울 지나
봄이 되고
직선인듯 곡선 지어지되
정연한 간격으로 만들어지는 밭고랑을 보며
비탈에 빗살 지어진
질박한 대로 예술 이상의 예술을 본다.
#.
마을 안에는 올해
세 번째의 빈집이 생겨났다
집도 사람도 세월을 견디지 못해
기우는 집 따라
사람도 기울어
병원 가까운 대처로 나가시거나
아예
곤비했던 이승을 버리시거나,
#.
그런 집들만 골라 찾는 이들이 있어
생각지 않은 사람이
생각지 못한 용도로 들어 사는 경우도 있다.
#.
어디 어디 산속의 절에 살다가 나왔다는 이가
조심조심 마을 돌아보기를 하더니만
어느 날
대나무를 세우고
조용조용 징소리를 울리더니
떠 억 하니 만신 집으로 개업?을 하는 경우,
#.
묘 하게도 굿을 할 때
늘
앉거나 누운 절대신공의 자세를 견지하는 연유가
#.
선 무당이 사람 잡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쓰잘데기 없는 우려 때문이라는 소문,
#.
그렇게
이렇게
조금은 기우뚱하고
직선인 듯
곡선인 밭고랑처럼
기우뚱 삐뚤어진 채
소곤소곤 사람의 일들로
비탈진 마을에 초록 물감이 번지는 매일,
#.
언제쯤
마늘종을 뽑아야 되느냐고
먼 곳 동무의 전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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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빈집이 또 늘어났다면 고운봄 먼길 가신건가요~
답글
새로운 이웃은 황당할 듯
산신령님께는 인사를 고했을까요?ㅎ
빈집으로 남아있기보다는 나은 일일까요?
우쨌든 금방 여름초록이 만발하겠습니다
한낮에는 더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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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 사람잡을까봐 누워서 굿판을 벌리누만요
답글
교요한거 못봐 주겠어서 굿당이 들어선 모양입니다
그나마 그 신령이 보기에 명당이었던게지요
저희 동네는 그나마 외지에서 한 둘 들어오기도하고
더러운 돌아가신분들 후손들이 주말이나마 들락이며 집을 가꾸기도하고 그럽니다
그러나 마을에 빈집이 생기는것은 병가지상사인듯합니다
평균 연령이 80을 넘겼으니 머잖아 그리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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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답글
따스한 5월의 태양빛과 산들 바람이 싱그러운
푸르름 위로 스처지나는 기분 좋은 날씨입니다
한 주를 잘 정리하는 불금 되시고 건강 하십시오
정성껏 올려주신 포스팅에 머물며 잘 감상하고 공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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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그런 집이 있으면 마을이 소란스럽지요.
답글
조용하게 맘 잡고 있다가 느닷 없는 징소리에 외간인들이 다녀 가고,
그렇다고 몇 되지도 않은 마을 사람들이 못하게도 못하실 거고,
세상사가 그렇게도 꼬여 지기도 합니다.
저 위 고추밭인가요?
농사를 짓는다 하고, 옷을 짓느다 하고, 밥을 짓는다 하는데,
그야말로 밭고랑들이 예술입니다.
어느 농부님의 맘이 담겨 있어 보입니다. -
이웃에 이런분이 사시면 귀밝으신분들은 새벽마다 뭔가를 두드리는소리로
답글
선잠을깨기 일쑤라고 하던데요.
기도를 하는지 염불을 하는지...
저의동네도 야금야금 깃대꽂고 붉은등 노란등 울긋불긋하게 달아서
일없는 할머니들이 보기흉하다고 본인들이 말씀을하시지 꼭 우리집 아저씨보고
말좀 하라고 등을 떼밉니다.
우리야 산꼭대기에 사는지라 아무불편도 없구만서도....
동네 조그만 감투하나 썼다고 어려운말은 앞장서서 하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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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와닿는 느낌에 40년전 잠시 머물렀지만
답글
고향같이 꿈에서도 나타나는 곳이 생각납니다
이런 비탈 밭에서 어떻게 일을 할까 했는데
그 삶속에서 아이들도 자라고 어른이 되고 지금은 백발의 노인이 되었지요 -
Jacob Song 2020.05.31 23:10 신고
서울 상계동 에서 불암산 으로 넘어가는 언덕 계곡에 무당골 이라고 굿만하는 무당들이 집을 짓고 사는
답글
골짜기가 있었지요. 가끔 굿구경하러 갔었는데 ,, 소토골에도 토속종교가 자리를 잡앗군요.
대나무는 왜 세우는지 / 하여튼 떡은 게속 얻어 잡숫게 생겼으니 경사 입니다.
친구신청 햇는데 ,친구가 되어야 부로그 방문이 쉽겟네요. 억지로 친구해 보시지요 -
가을홍시 2020.06.02 16:28
저 사래 긴 멀칭 줄을 뭔 모종으로, 혹은 씨앗으로 메꿀지 좀 어지럽습니다...
답글
세 발자국 길이의 멀칭도 몇 줄 심으면 땀도 나고 힘든데요...ㅎ
저 위 으름꽃과 아주 닮은 다래꽃을 발견했는데 색깔만 다를 뿐 많이 비슷했습니다...
치악의 정기가 워낙 유명하니 만신이 업인 사람들도 꼬이나 봅니다...ㅠ
블로그에도 찾는 신은 다르지만 비슷한 분이 오시기는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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