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이기와 길들여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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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시골살이

2021. 4. 23.

 

 

#.

강아지 세 마리

줄에 묶여 하루 종일 먼산만 보고

 

#.

주인인 나

개들에 묶여 집 떠날 생각조차 못하고

 

#.

불면으로 뒤척이다가

아예 자리를 걷고 일어나서는

컴퓨터 수다질을 해 볼까 했는데

영어가 한글로 전환되지 않는 증세를 해결하느라 끙끙거리다 보니

날은 밝아오고 

잠은 달아나고,

 

#.

어두운 밤에 줄을 끊고 산으로 올라갔던 백두는

저보다 더 큰 고라니 한 마리를 물어다 놓았다

 

#.

저는 잡아서 물고 오느라고 개고생

나는

그놈 묻느라고 생고생,

 

#.

잠시

병원을 핑계로 먼 도시를 다녀왔다

약간의 황사와

약간의 미세먼지와

그리고 마스크,

 

#.

그니의 얼굴 속

미세한 표정들을 읽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니의 마음들이 따듯하게 읽히던 시절,

 

#.

그러나 이제

표정을 읽을 수 조차 없는 마스크 시대,

 

#.

황사보다 더

미세먼지보다 더

숨이 막힌다.

 

#.

제 몸이 조각조각 잘리는 아픔 끝에

감자가 싹이 났다.

 

#.

푸른 순으로 하늘을 마셔

다시 땅 속에 하늘을 만드는 일,

하지가 풍성하겠다.

 

#.

농사라는 거

내뜻대로의 일이 아님을 깨우친다.

 

#.

사람은 작물을 길들이고

작물은 사람을 길들이고

 

#.

그렇게

작은 흐름을 만들어 함께 흘러가는 일

 

#.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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