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소설

Song Of Songs 2008. 2. 22. 12:02

 

 

 마지막 장을 덮고 이 책을 어떻게 평해야 할지 참으로 막막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호평을 해야할지 그럴 만한 능력은 없지만 혹평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균형을 위해 둘 다 그리고 후자를 먼저 하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내게는 이 책을 혹평 할 만한 능력이 없다. 첫 째로 내게는 그럴 만한 전문성이 없고, 둘 째로는 저자가 공포스릴러로써 이 작품을 충분히 잘 요리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의 순수한 느낌과 의문만 이야기하고 싶다.

 

 '홍지인'이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책에는 그 외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모든 이들은 이 책의 중심소재인 '라만고'를 설명하기 위한, 모두 라만고와 연관된 일련의 단서들이다. 그런데 주인공과의 연관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가장 가까운 지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 인물들은 억지스런 우연을 가장한 필연에 이끌려 주인공과 맞딱뜨리게 된다. '홍주'라는 넓으면서도 좁은 바운더리 안에 사건이나 인물들이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것처럼 억지스럽게 구겨넣어져 있다. 악몽, 라만고에 의해서 말이다. 

 등장인물들이 라만고라는 기묘한 사슬에 의해 엮인 관계임에도 그들의 등장에 대한 충분한 배경설명이 없다. 라만고의 의문을 풀기 위해 서로를 찾아 확인하려 한다. 이유는 그 뿐이다.

 생면부지임에도 악몽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빙의 된다. 왜 그러한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실마리 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의문과 궁금증이 증폭된다. 물론 그것들을 일일이 설명 할 필요는 없지만 디테일에 조금 더 신경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끝으로 처음에는 이야기가 숨가쁘게 진행된다. 하지만 중반에 접어들수록 이야기가 조금씩 지루해진다.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긴 하나 이야기를 너무 악몽, 라만고의 진위를 밝히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 의문의 껍질이 하나씩 벗겨지지만 여전히 알맹이까지는 멀게만 느껴진다. 악몽을 계속 꾸긴 하는데 도대체 의문의 중심에는 언제 다가가는 거야? 때문에 결론부에 이르러서는 허망하기까지 하다. 내가 지금까지 추리했던 것은 다 무엇인가?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트라우마에 의한 한바탕 웃지 못할 소동이 아니라, 모두 사실임을, 라만고의 손톱 절도가 현실임을 증거한다. 결말을 전자로 했으면 너무 흔하고 뻔한 이야기가 될까?

 이제 눈을 돌려 보자.

 

 이 책은 그 안으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결말이 궁금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도대체 라만고의 정체가 무엇일까? 단지 주인공의 발광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홍지인과 하나가 되어 함께 사건을 추리하게 하고, 함께 쫓게 만든다. 홍지인에게 너무 몰입한 나머지 표독스러워지는 그녀의 감정이 남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오감을 자극하는 모든 묘사들은 나를 몸서리 치게 만들었다. 글쓴이의 필력으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이 내 머리 속에 모든 배경과 상황이 하나하나 저절로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 거부하려 하지만 주인공의 그것처럼 거부할 수 없게 만든다. 이 때문에 영화화가 결정 되었을까?

 언제 찾아들지 모르는 졸음, 라만고!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로 인해 또 다시 공포가 찾아든다! 손톱이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 더 생생하고 고통스러운 악몽, 그 공포! 보이지 않는 라만고, 다시 찾아드는 라만고를 결코 거부할 수 없다! 꿈인지 현실인지 조차 구분할 수 없는 그 악몽이 공포에 공포를 더한다!

 모든 일들이 유기적으로 묶여 의문에 의문을 더하고, 예상도 못한 사실들이 찾아들어 놀라게 만든다! 그것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결론에 이르는 순간 그제서야 죽어가던 사신의 마지막 한 마디가 이해 된다! "날 ... 죽였어. ...당, 신, 이...", 최명재의 자살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새로운 공포가 스멀스멀 찾아든다.

 공포스릴러의 묘미를 충분히 살렸다. 과연 제대로 영화화가 될지 의문이 든다.

 

 계속 비소설만 읽어오다 간만에 소설을 읽었다. 오랜만에 읽은 책이 상당한 수작이라 책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빠져드는 진정한 책읽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를 즐길 수 있는 굉장한 소설을 읽게되어 너무나 기쁘다. 때문에 언젠가 개봉될 영화 또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