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 성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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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미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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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성귀의 글/자작 글

2021. 12. 9.

어느 날인가부터 누우면 명치 아래 복부에 볼록한 것이 만져졌다. 그리고 약간의 통증도 있었는데 마사지를 하듯 쓸어주면 없어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병원 가기 싫어서 건강검진도 한번 안 하고 살았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견디면 안 될 것 같아 61년 생애 첫 건강 검진 예약을 했다. 평일에는 회사일에 지장이 우려되어 토요일로 부탁을 했고 병원에서는 날자와 시간을 정해주며 검진 하루 전날의 저녁 8시부터는 금식을 하라고 하고 당일에는 물도 먹지 말란다. 하루하루 긴장과 잡념으로 잠을 설쳐가며 토요일을 기다린다. 별일은 없겠지? , 검진은 제대로 할까? , 의사의 실력은? , 장비는 좋을까? (중략)

"약은 다 드셨어요?"

의사는 모니터를 보며 뜬금없이 묻는다. 다 먹었다고 하자 초음파 영상을 보여주며 별 이상 증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십이지장 부분의 볼록했던 것이 없어진 것이란다. 의사도 미심쩍은 듯 CT를 해보면 더 정확하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한다. 더 이상 약 처방도 없다. 

"지내시다가 다시 그런 증상이 있으면 병원으로 오세요." 

병원을 나오니 비는 더욱 거세게 쏟아붓는다. 병원으로 들어갈 때의 비는 무겁고 어두웠는데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결과를 듣고 병원을 나설때의 비는 그동안 무거웠던 내 마음의 짐을 씻어 내기라도 하듯 시원스럽게 잘도 내린다. 굵은 빗줄기가 마치 하늘에서 국수를 뽑아내는 것 같아 보여 한동안 올려다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중략)

"대한문학세계" 2021년 겨울호 중에서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