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dante 2021. 7. 30. 08:14

까치집처럼 살려 했는데

더위도 추위도 담아두지 않고

비와 바람도 다만 흐르게 하는

까치집처럼 살려 했는데

주름 늘어가는 몸집에

더위가 들어앉아 주인 노릇을 하니

사지는 절인 배추꼴이 되고

정신은 젖은 손수건처럼

제 할 일을 못하여

에고 칠월은 낭비로구나

한 뼘도 자라지 못하고

한 낱도 영글지 못했구나

탄식 중에 화분 사이를 거닐다

깜짝! 오월 초에 피었던 재스민

활짝 핀 보라 여섯 송이

음전한 봉오리 하나

처음 겪는 더위는 마찬가진데

내겐 낭비인 칠월이

재스민에겐 부활이로구나

나의 각성은 늘 부끄러움이구나

사람에게 부끄러움보다 더 큰 각성이 있을까요
시인님 건강하고 무탈히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동행

dante 2021. 7. 27. 07:51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현관문을 여니

커다란 골판지 상자가 와 있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새벽 배송' 선물입니다.

 

제 힘으론 들일 수 없어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상자 얼굴의 글씨를 읽습니다.

'부드러운 복숭아'입니다.

상자를 열지 않아도 복숭아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습니다.

 

과대 포장이라면 질색하는 저를 위해

포장이 단순하되 신선한 복숭아를 찾아 보낸 수양딸...

저는 무엇을 했기에 혹은 무엇을 하지 않았기에

이런 홍복을 누리게 된 걸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자리에 머무는 새벽을 뚫고

저희 집 앞을 다녀간 사람... 그이에게도 감사합니다.

 그이의 하루가 너무 고단하지 않기를,

그이가 너무 늦지 않은 밤 피곤한 몸을 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러고보니 땀이 제 온몸을 적셔 잠자리에서 일어나게 한 것은

'새벽 배송 선물'이 왔으니 새벽에 일어나 받으라는 소치입니다.

땀 때문에 새벽 잠을 잃었다고 속으로 꿍얼거렸는데,

땀 덕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게 된 것입니다. 

역시 제 몸은 제 머리보다 현명합니다.

 

그런데 '새벽 배송 선물'을 가져온 그이는 어떻게 

이 공동주택의 입구를 통과해 저희 집 현관 앞에 선물을 두고 간 걸까요?

제 수양딸도 모르는 이 건물 출입구 비밀번호를 그이는 아는 걸까요?

그의 머릿속엔 얼마나 많은 건물 출입구의 비밀번호가 들어 있을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가 옵니다.

안녕히 주무셨냐는 인사와 함께 저희 집 현관 앞의 선물 상자 사진이

있습니다. 사진 위쪽 '7월 27일 00:24'를 보니

새벽이 아니라 한밤중에 두고 간 것입니다.

새벽 두 세 시에 다녀간 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하다고 오늘 하루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내시라고

답장을 보냅니다. 그이가 어떻게 이 건물의 출입구를 통과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감사가 궁금증을 이깁니다. 

 

'부드러운 복숭아'를 보내준 연진씨, 어둠을 뚫고 복숭아를

가져다 주신 분, 복숭아를 키워 주신 분, 복숭아 속에 들어앉은 시간...

다시 두루 감사하는 하루입니다.

 

그런데 큰일났습니다.  머리가 띵하고 자꾸 눈이 감깁니다.

창밖 햇살이 무대 조명 같은데 졸음이 쳐들어옵니다.

어서 '부드러운 복숭아'를 먹고 정신을 차려야겠습니다.

 

 

 

수양 딸에게 제 철에 나오는 복숭아를 받으셨으니 좋으시겠습니다.
두루 감사드린 분들을 살펴보니 역시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숭아 한 상자가 김 시인님께 이르기 위해선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야했으니 말입니다
사회적으로 생산된 잉여가치가 직접생산자에게 보다 많이 돌아가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어서 맛있는 복숭아 드시고 찜통 더위 이기세요!

 
 
 

동행

dante 2021. 7. 25. 12:08

우여곡절 끝에 일본 도쿄에서 '2020 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2020년에 열리기로 되어 있던 올림픽이 2021년 한여름에 열린다는

사실이, 이 '지구촌 축제'를 둘러싼 복잡한 사정을 보여줍니다.

 

지상파 3사와 몇몇 케이블 채널에서 경기를 생중계하거나

녹화했다 보여주는데, 가능한 한 MBC는 보지 않으려 합니다.

지난 23일 저녁에 열린 개회식을 중계할 때 MBC가 보인 태도 때문입니다.

 

당시 KBS, SBS, MBC 3사는 개회식을 생중계하며

각 나라의 대표단이 입장하면 그 나라와 대표단에 대한 소개를

자막으로 곁들였습니다. 국토의 크기와 수도, 인구, 참가 종목과 선수 등

기본적인 정보라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유독 MBC는 그 정보에 각 나라의 GDP를 표기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올림픽의 의의는 빈부, 인종, 대륙의 위치 등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주민들이 동등하게 겨루며, 편견 없이 승리를 축하하고

패배를 위로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에 올림픽은 잠시나마 지구촌을

하나로 만드는 축제입니다.

 

MBC의 어느 부서, 어떤 사람(들)이 국가 소개 자막에

GDP를 넣기로 결정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들)은 올림픽의 정신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들)은 동료나 친구들을 사귈 때

그들의 호주머니 속 사정을 먼저 살필 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자신이

저지른 부끄러움을 너무 늦기 전에 깨닫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올림픽을 중계하는 모든 방송사에 부탁합니다.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만 중계하지 말고

다른 나라 선수들이 겨루는 경기도 보여주세요.

 

한국 선수가 금메달 딴 장면만 되풀이하지 말고

스포츠의 기본인 육상경기와 생소한 종목을 많이 보여 주세요.

올림픽이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게 해 주세요.

올림픽을 중계하며 '국뽕'에 아부하는 멘트는 하지 말아 주세요.

이 나라가 '국뽕'에 기대어 사는 후진국이 아님을 보여 주세요.

 

 

 

  

 

 

MBC 왜 그럴까요?
아무리 공영방송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더구나 올림픽 정신에 반하는 방송을 전세계에 드러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MBC 사주를 비롯해 전 직원들을 상대로 방송인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제교육을 실시해얄 것 같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우의와 친목을 도모하는 축제인데 왜 아픈 과거와 GNP가 등장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