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dante 2021. 1. 21. 12:44

2021년이 시작되는가 했더니 벌써 3주가 흘렀습니다.

아직 새해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는데...

그야말로 시간이 흐르는 물과 같음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 시간을 가두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동창'입니다. 

며칠 전 날아든  '00동창'이라는 얇은 책 표지엔 오래전

제가 다녔던 학교가 있습니다. 책을 여니 저처럼 오래전

그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의 늙은 얼굴이 이어집니다. 대개는 자랑입니다.

새로운 직함을 얻었다거나 상을 탔다거나...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바뀌지만 그 책의 지향점은

바뀌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모교를 기억하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저처럼 기억력이 나쁘고 먹고 사느라 바쁜 사람이 수십 년 전에 다닌

학교를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교를

기억하는 방식은 제게 모교를 기억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줍니다. 

 

소위 '명문'이라는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모교의 이름을 들먹이며

어깨를 으쓱거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교의 이름이 나오면

바람 빠진 풍선 모양이 되는 일이 흔합니다. 

 

조금 전엔 부엌 한쪽의 먼지를 닦다가 '모교'가

사람을 매우 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한쪽 구석에서 냄비받침 노릇을 하던 책을 꺼냈는데

뒤표지에 여러 사람이 그 책을 칭찬한 문장들이 쓰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다는데 나는 왜 이 책을 냄비받침으로 쓴 걸까 의아해하며

앞표지 뒷면의 저자 소개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이 냄비받침이 된

이유를 알았습니다.

 

첫 줄엔 저자가 다닌 한국의 '일류' 중고교 이름과 미국 대학의 이름이

쓰여 있고, 아랫줄에 그 사람의 아들 둘이 졸업한 미국 '명문' 대학의

이름이 쓰여 있었습니다.

 

새해 들어서고 3주, 새해 결심을 점검하고 새로 세우기 좋은 

시점입니다. 새로운 일을 하자고 마음먹는 것도 결심이지만 

오래전 일을 잊자고 마음먹는 것도 결심입니다.

 

새해엔 우리 모두 오래전에 다닌 학교나 동창 같은 것은 잊었으면 좋겠습니다.

'모교'를 잊고 '동창' 노릇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학연'이라는 폐습도 약해져 이 나라의 후진 또한 그만큼 느려질 테니까요.

 

그래도 모교를 기억하고 싶다면, '명문' 출신이나 '보통문' 출신이나 똑같이

자신이 모교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는지, 아니면

모교의 이름에 먹칠을 했는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조용히...  

 

  

 

  

 

동감입니다
지긋지긋한 사회적 기득권 내려놨름 좋겠습니다. 빛고을 무등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