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dante 2021. 4. 23. 12:27

창밖의 재스민꽃이 시들고 있습니다.

보라로 피었던 꽃이 하양이 되어도

향기는 변함없어 집안은 절간이었습니다.

 

시드는 꽃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시들다 말라 흙빛으로 떨어지면

나무는 꽃을 피운적 없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푸른 잎만으로 남은 한 해를 버티겠지요. 

다시 봄이 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보라꽃을 등처럼 거울처럼 내걸고

밤낮 흔들리는 마음을 비춰보라 할 겁니다.

 

만물 중에 사유를 부추기지 않는 것은 없지만

꽃처럼 태연하게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것도 드뭅니다. 

죽음과 삶, 피움과 시듦, 종말과 순환, 반성, 약속...

 

재스민 향기를 맡다보니 월트 휘트먼 (Walt Whitman: 1819-1992)의 시

'나의 노래 (Song of Myself)'가 떠오릅니다.

'나의 노래'는 52편으로 쓰여진 시인데

아래의 인용문은 그 중 '7' 편의 첫 문단입니다.

 

7

 

"Has any one supposed it lucky to be born?

I hasten to inform him or her 

it is just as lucky to die,

and I know it."

 

--The Norton Anthology of Modern and Contemporary Poetry,

Vol. 1 Modern Poetry

 

"누군가 태어나는 게 행운이라고 한다면

서둘러 말해주려네

죽는 것도 꼭 그만한 행운이라고,

그리고 난 그걸 안다고." 

오랫만에 들렸는데 꽃 향기가 가득하군요!
지난 겨울이 50년 만의 추위였다는데 꽃들은 왜 이렇게 급하게(10여일은 빠른 듯) 피어나는지 모르겠씁니다.
기후 온난화로 개화질서가 빠르게 무너지는데 모든 꽃들이 당겨서 피어나는게 두렵(?)습니다. 4월에 피던 벚꽃이 3월에 피더니 5월에 피던 아카시아꽃이 4월 하순부터 피었으니.아직 향내는 나지 않고.......
지는 꽃에도 박수를 보내는 여유를 갖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