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dante 2021. 5. 18. 07:27

죽은 친구 중에 광주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광주에서 살거나 자주 드나든 것도 아닌데

광주를 생각하면 슬프고 괴롭습니다.

 

생각이 그대로 고통이 되어 몸을 주저앉히니

가능하면 생각을 하지 말자 하지만

5월, 특히 5월 17일부터는

광주를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늘 깊은 슬픔과

거대한 분노로 이어집니다.

 

광주의 의거와 무수한 희생자들을 기리며

광주가 낳은 시인의 시를 읽습니다.

이성부(1942-2012) 선배님, 어디쯤에 계신가요,

그곳은 이곳보다 나은가요?

 

자연

 

한줌 흙을 쥐고 처음인 듯 들여다본다.

흙은 마지막 남은 틀려버린 일을 끝내고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냄새를 낸다.

썩음의 목마른 소리를,

무너진 아름다움을 들내어 보여준다.

흙은 또 금방 생활을 토해낼 것 같은 창백한 빛,

나는 너무 놀라서 다른 흙을 쥐어보고

또 다른 흙을 쥐어보며 소리쳤다.

이처럼 하얗게 질려 있는 것은

얼마나 많은 슬픔과의 입맞춤 때문이냐!

 

말없는 땅의 한줌 흙은

이미 너무나 강력한 패배에 길들고 말았다.

세계의 씩씩한 사람들은 오고 있지만

흙은 늦었어 너무너무 늦고 말았어.  

 

--이성부 시선 <우리들의 양식>

 

하잘 것 없는 것처럼 보이고,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흙이지만 흙 1g속에는 2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어 지구상의 어떤 물체도 들어오기만 하면 모조리 분해해서 식물의 자양분으로 바꾸어줍니다 그렇게 자란 채소를 영근 열매를 사람에게 공급하고..... 이런 수고를 지구의 나이와 함께 반복하면서도 한번도 짜증내지 않는 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