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dante 2021. 9. 22. 05:42

어제 추석 새벽엔 비 뒤로 숨었던 달이

오늘 새벽엔 환히 가을 오는 길을 밝히고 있습니다.

달을 올려다보며 두 손을 마주잡고

갖가지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들과

살아가느라 애쓰는 모든 동행들을 생각하니

눈이 젖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알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동행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옵소서...'

간절히 기도합니다.

 

어제 본 풍경이 떠오릅니다.

어머니댁에 가며 본 사람들, 나무들,

길에 떨어져 구르던 푸르고 붉은 감들,

검은 개, 어머니댁에서 만난 가족들 --

아흔 넘은 어머니부터 태어난 지 한 달을

갓 넘긴 아기까지 --,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 본

파란 하늘 흰 구름, 길가의 꽃들과 그들을

흔들던 맑은 바람, 호기심 가득한 고양이의 눈,

과자 부스러기를 보고 몰려들던 살찐 새들과 물고기들,

그들 옆을 걷거나 멈춰 서서 사진을 찍던 사람들...

 

가을은 석양이고 석양엔 반성이 깃드니

몸의 살은 내리고 사유에 살이 붙어야 하는데

명절 덕에 몸만 불었습니다. 

말이 살찌는 계절이 가을이라지만

저는 말이 아닙니다. 그만 먹어야겠습니다.

 

우리말 산책

전쟁이 만든 말 ‘천고마비’

엄민용 기자

한낮의 열기도 많이 수그러졌다. 이제 가을이다. 이 무렵이면 흔히 쓰는 말이 있다.

‘천고마비(天高馬肥)’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으로, 한가하고 풍요로운 가을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말의 원뜻은 섬뜩하다. <한서(漢書)>에 나오는 이 말은 ‘북방의 흉노족이

키운 말들이 잔뜩 살쪘으니, 이제 곧 그들이 쳐들어와 식량과 가축을 노략질해 갈 것’이라는,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시성(詩聖) 두보의 종조부인 두심언이 북쪽 변방을 지키러 나간 친구 소미도에게 보낸 편지에도 ‘추심새마비(秋深塞馬肥)’라는 구절이 있다.

“가을이 깊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라는 뜻으로, 이 또한 흉노족의 침입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즉 ‘천고마비’는 ‘하늘이 맑고 모든 것이 풍성하다’라는 낭만적인 의미가 아니라 ‘전쟁이 일어날 위험한 계절’이라는 무서운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속뜻은

사라지고 글자의 의미만 남아 가을의 풍요로움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이렇듯 세월

속에서 변하는 것은 강산만이 아니다. 말도 변한다.

 

이맘때면 가을의 넉넉함을 뜻하는 말로 ‘오곡백화(五穀百花)’도 적잖이 쓰인다. 하지만 이 말은 예나 지금이나 바른말이 아니다. 시인 윤동주가 생전에 즐겨 불렀다는 흑인영가 ‘내 고향으로 나를 보내주오’에도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오/ 오곡백화가 만발하게 피었고 종달새 높이 떠 지저귀는 곳/ 이 늙은 흑인의 고향이로다”라는 구절이 있다. 살아생전 줄곧 타관을 떠돈 식민지 청년은 이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고달픔과 서러움 그리고 조국을 향한 그리움을 달랬을 것이다. 이 노래는 예전에 중·고교 음악책에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곡백화’라고 하면 ‘다섯 가지 곡식과 100가지 꽃’이다. 뜬금없는 꽃 타령이

생뚱맞다. 꽃으로는 배를 채울 수 없고, 누구도 ‘꽃이 익어 간다’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지금 우리 들녘에서 익어 가는 것은 ‘오곡백화’가 아니라 ‘오곡백과(五穀百果)’다. 이때 ‘오곡’은 모든 곡식을, ‘백과’는 갖가지 과실을 뜻한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09060300035#csidx30339f7cd803a618514a08b6afb104e 

 

 

온다던 태풍이 피해간 덕택에 벼들이 쓰러지지 않고 누우렇게 익어가고 있어 코로나의 악재 속에서도 농촌은 그런대로 한가위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새로 발생한 민들레 태충도 피해갔음 좋겠습니다. 왠지 태풍 이름이 민들레여선지 따스한 느낌이 들어 무섭지 않습니다.천고마비의 어원을 알고나니 우리가 얼마나 무지하고 어리석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합니다. 오곡백화가 아니라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이었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