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dante 2021. 11. 12. 16:05

이른 아침 산책길에 동네 빵카페에 들렀습니다.

오늘만 그런 걸까요?

띄엄띄엄 앉은 손님은 모두 여자입니다.

 

세상에 여자만 있고 남자는 없다면?

다 자란 사람만 있고 어린이는 없다면?

젊은이만 있고 노인은 없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 중엔 남과 다름을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슷한 것을 입고

비슷한 것을 먹고 비슷한 것을 즐기려 합니다.

심한 경우엔 다른 생각, 다른 사람을 백안시하거나

적대시하는 일도 있습니다. 인구 구성까지 단조로워지면

사람들의 사고가 더더욱 편협해질 겁니다.

 

우리의 사고방식이 진열대의 빵만큼만이라도,

투명 냉장고의 음료만큼이라도 다양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적 예의범절은 누구나 지켜야 하지만

생각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다수의 횡포와 획일화,

견강부회와 아전인수는 창밖의 나무가 낙엽을 떨구듯

떨궈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직 다양성에 목마르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어느 날 한국에 관심 많은 미국 동료가 <오징어 게임>을 봤냐고 물었습니다. 덕분에 그 화제의 드라마를 보게 됐죠.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류가 미국 시장만큼은 넘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다릅니다. 보수적 미국 시골에서도 방탄소년단에, 블랙핑크에 열광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도 마찬가지죠. 지난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이터널스>에 마동석이 주연급으로 출연합니다. 미국 측에서 콕 집어 그를 캐스팅했을 만큼 한국 영화는 저력을 키워왔던 겁니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한류 또는 K콘텐츠 뒤에는 다양성이 있습니다. <이터널스>의 주인공 열 명 중 백인 남성은 단 둘뿐입니다. 나머지는 여성, 흑인, 동아시아계, 남아시아계, 멕시칸, 청각장애인, 동성애자, 소녀 등 일반적 영웅물에서 악인 또는 보호받던 얼굴들이죠. <오징어 게임>의 인기도 다양함에 눈뜬 전 세계 시청자의 응원 덕이었죠. 스토리를 봐도 그렇습니다. 첫 게임에서 주인공이 살아남은 것도, 줄다리기에서 이긴 것도 다양성이 준 힘 때문이었습니다. 블랙핑크의 한 멤버인 리사는 “태국에서 한국 거쳐 여기까지” 왔다고 당당히 노래하는 태국인입니다.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다양성도 있습니다. 다양성은 결국 개인성으로 귀결되죠. 방탄소년단이 노래했듯,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가 있고, 이 세상은 “70억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가지의”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서야만 건강한, 더욱 발전된 사회를 만들 수 있죠. 방탄소년단은 늘 이런 다양성의 존중을 강조해왔고, 세계적 스타가 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다수의 기준, 사회적 통념 밑에 깔려 신음하고 소외된 이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래에서 위안을 찾았으니까요.

 

한국 사회는 성과만 중시합니다. “‘이터널스’ 한국화 포스터”, “BTS가 부르고 마동석이 펀치 날린다”,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 안무 영상 9억뷰 돌파”. 여기에 한술 더 떠, 정작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와 거꾸로 가기도 하죠. 마블 팬 중 일부는 <이터널스>에서 일본 원폭을 슬퍼하는 장면이 나왔다며, 일본을 미화하고 한국 관객들을 모독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거의 십만의 사람(그중 조선인이 약 1만명)이 죽는 모습을 보고 울지 않는다면 짐승이겠죠. 단일민족의 미신이 이성을 마비시킴을 다시 한번 봅니다.

 

그래서 더 우리는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미국 대사관이 무지개 현수막을 걸자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한 참가자는 “대한민국에선 미국이나 서유럽과 달리 LGBT(성소수자)에 대한 처벌이나 박해가 없었다”는 당황스러운 주장을 했죠. 이주노동자의 삶은 전기도, 물도 모자란, 더러운 비닐하우스가 대부분인 농촌 주거환경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폭행과 폭언은 일상적입니다. 다문화가정을 향한 제도적·일상적 차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는 이런 세상을 바꿀까. 이재명 후보는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한 자리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처리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이 법이 시행되면 기업의 ‘선택의 자유’가 제한돼 일자리가 사라지리라는 주장을 펼쳤죠.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서구 문화 독식을 흔들 때는 으쓱거리고, 바로 그 다양성이 대한민국이라는 미신을 위협하면 이를 거부합니다. 동전 앞면이 나오면 우리가 맞고, 뒷면이 나오면 너희가 틀린다는 억지죠. 하지만 세상은 변해 우리 뜻과 상관없이 다양성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국제화 시대, 인구 감소 등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자명합니다. 제도적·문화적 준비가 시급합니다. 정치인을 욕하기 전에 나의 옷매무새부터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11120300045#csidx3b6bfdff4071f198b7e5ac3b96ab94d 

https://www.youtube.com/watch?v=DZGcZ4P8z1I&ab_channel=JimmyStrain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민족문제에선 단일민족을 선호했는데 현실은 경제우선주의에 휩쓸려 저임금 노동자를 무차별적으로 유인해 다민족의 입구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융통성 없는 획일주의는 싫지만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의 충돌이 슬기롭게 정리될런지 걱정도 됩니다.화이부동 하지 못하고 동이불화 할까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