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dante 2022. 7. 19. 22:40

'이삭 줍기' 하면 제일 먼저 장-프랑수아 밀레 (Jean-Francois Millet: 1814-1875)의

유화 '이삭 줍는 여인들 (The Gleaners)'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오늘의 '이삭 줍기'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가

자신의 일기를 표현한 말입니다. 그는 1837년부터 1862년 5월 6일 사망하기 반년 전까지 쓴

일기의 첫머리에 제목처럼 "Gleanings or What Time Has Not Reaped of My Journal" 이라고 썼습니다. "이삭 줍기 또는 시간이 거둬가고 남은 것들"쯤 되겠지요.

 

그의 일기는 2백만 단어 분량이라고 하는데, 장편소설이 대개 8만 단어에서 10만 단어로

이루어짐을 생각할 때, 그의 일기가 얼마나 방대한 양인지 알 수 있습니다.

 

1837년 10월 22일에 쓰인 첫 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What are you doing now?" he asked. "Do you keep a journal?" So I make my first entry to-day."

("지금 뭐 하고 있어요?" 그가 물었다. "일기 쓰세요?" 그래서 오늘 첫 일기를 쓴다.)

 

위 문장에서 '그'는 소로우의 멘토이자 친구였던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1803-1882)일 겁니다. 에머슨은 소로우 사망 3일 후 거행된 장례식에서 소로우를 추도하는

연설을 했고, 그해 8월호 <애틀랜틱 먼슬리: The Atlantic Monthly>에는 에머슨이 추도사를 늘려 쓴 '소로우 (Thoreau)'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오늘 단골 카페에서 본 <소로의 일기>는 소로우의 일기 14권 중 1~3권의 내용을

발췌, 번역한 것이라 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소로우'라고 발음해야 하는데 제목에 '소로'라고

쓰여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그 책 말미에는 '소로 소전'이 있었는데, 에머슨이 추도사를 늘려 써서 애틀랜틱 먼슬리에 실었던 글이라고 써 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그 책에서 본 몇 문장 옮겨둡니다.

 

1월 25일

우리는 강하고 아름다워져야 한다. 영혼의 반려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육신을 부지런히 가다듬어야 한다...

 

2월 14일

 

기관지염에 걸려 집안에 갇혀 있다. 난로의 훈훈한 기운을 느끼며 평안한 삶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굴뚝 꼭대기에 걸린 하늘을 바라본다. 병이 그 영향력을

몸 이상으로 넓히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몸이 아파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을 때면 우울해집니다. 그럴 때면 '아픈 것은 육신이지

정신이 아니다. 우울해지지 말자'고 생각하는데, 소로우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육신이 온전치 못함 정신도 온전치 못할 것 같습니다. 버티고 버티다 찾아간 치과에서 사명 다 한 이 몇개를 뽑고나니 세상이 확 좁혀졌습니다. 2,3개월 후에야 심은다니 걱정됩니다. 다행히 앞니가 아닌 어금니여서 그나마 최면유지를... 얼마 전까지도 딱딱한 얼음도 깨트려 먹었는데,만용이 그르친 것 같습니다. 찬 음식이 이에겐 결정타라는데 모르고 아이스크림을 즐겼으니 평생 반려인 이들에게 못할 짓을 한 셈입니다. 다행히 생각보단 아프지 않고 견딜만해서 좋습니다. 소로우의 바램대로 병이 그 영향력을 몸 이상으로 넓히지 않았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