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dante 2009. 10. 31. 10:32

인천은 제 2의 고향입니다. 인천 출신 애인 덕에 젊은 한 때를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송도호에서 보트를 타고 신포시장에서 새콤달콤한 우무무침을 먹은 후, 은성다방의 담배연기 속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들었습니다. 때로는 자유공원의 어둠을 틈타 입술과 입술을 대어보고, 때로는 지난 세기 초 일본이 공원 아래 산기슭에 지은 ‘홍예문’을 보며 마음 아파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운 중동문화원 폐쇄-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젠 가끔 인천에 가지만 마음은 자주 그 너른 바다와 서늘한 바람을 그립니다. 인천에서 온 것, 인천 사람은 무조건 반갑습니다. 인천관련 소식엔 귀를 쫑긋 세우는데 요즘엔 추억에 상처를 내는 얘기가 많습니다. 송도의 탈바꿈은 인천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 해도, 화려하던 신포동 일대가 어두워진다는 소식엔 한숨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안타까운 건 남동구 구월동에 설립한 중동문화원이 올해 말 폐쇄된다는 겁니다.

 

안상수 시장은 “특정 지역 문화에 편중해 지원하고 있다는 오해 소지를 없애고 중동문화는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 문화까지 포괄하는 인천글로벌센터로 개편”한다고 하는데, 1년 2개월 전엔 왜 그런 생각을 않고 중동국가들의 박수 속에 아시아 최초의 중동문화원을 개설해 한.중동 교류 50년을 기념했는지 궁금합니다. 왜 그땐 이 문화원이 “전 세계 57개국 15억 이슬람문화권의 교두보 역할”을 맡아 “중동.이슬람권 인사들과의 다원적 접촉과 교류 강화를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중동자본을 유치하는 통로”로 활용될 거라고 했느냐는 겁니다.

 

인천시의회 이명숙 의원은 인천시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를 위해 중동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카드로 중동문화원을 사용했다며, 유치에 성공한 후 돌연 폐쇄를 결정한 건 “여러 가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합니다. 일부 아랍권 대사들은 폐쇄 결정에 대해 인천시와 외교통상부에 항의하고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불참하겠다면서 재고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축전은 ‘인천방문의 해’인 내년 8월 7일부터 10월 25일까지 80일간 열리는데 인천시는 쿠웨이트시티, 도하(카타르), 카이로(이집트), 두바이(아랍에미리트 연방) 등 중동 도시를 대상으로 유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인천일보는 지난 주 시의 ‘근시안적’ 결정이 인천의 대외신인도를 실추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그 결정이 “일부 개신교도들의 이슬람 편향의혹 제기”에 따른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금 문화원을 폐쇄하면 6년 후 아시안게임 때 중동인들을 어떻게 대할지 걱정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도 성명을 내어 “개원 1년여 만에 폐쇄를 결정한 것은 신의를 저버린 행위”라며 “불필요한 외교 마찰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중동문화원을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허브도시가 되려면-

 

공항과 항구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인천시가 ‘국제허브도시’의 건설을 시정목표로 삼은 건 자연스럽습니다. 19세기 말 일본의 강요로 준비도 못한 채 맞은 개항을 반성하며 제 2의 개항을 목표로 삼았다면 칭찬할 일입니다. 그 목표를 위해 각종 개발 사업을 벌이고 행사를 유치한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건물을 세우고 요란한 행사를 벌여도 사람들이 오가지 않으면 ‘허브’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람을 부르는 건 사람이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드는 추억입니다. 한번 만났던 사람, 한번 갔던 곳에서 경험한 사랑과 신의가 다시 그곳으로 사람을 끌어당깁니다. 제 마음의 고향 인천이 많은 중동 친구들에게 잊히지 않는 추억 도시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