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dante 2021. 6. 19. 07:28

지난 며칠 사소한 글자들을 다루느라

정작 시는 읽지 못했습니다.

 

시를 읽지 못한 날들이 이어지면

바닷물을 마신 사람처럼 목이 마릅니다.

 

목마름 때문일까요?

허만하 시인의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를

집어듭니다.

 

 

의자와 참외

 

마지막 교가처럼 비어 있는 방에 의자가 들어온다. 대합

실 지루한 시간같이 의자 위에 다시 의자가 얹힌다. 풀잎같

이 엷은 소학생 엉덩이 마지막 무게를 받치던 의자가 모로

누운 다른 의자의 무관심 위에 얹힌다. 쌓인 의자는 교실 벽

에 기대어 벌써 위험하다. 출격을 앞둔 병사들처럼 트럭을

기다리고 있는 조그마한 의자들. 폐교 하루 전의 교실보다

쌓인 의자가 고요한 것은 균형의 목표가 붕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누군가 한 사람 격렬한 소모를 예감할 뿐 어디에

실려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름을 잃어버린 빈 학교 앞 리

어카 좌판에 의자 대신 노란 참외를 포개고 있는 행상의 손

길이 외롭게 붕괴와 싸우고 있다. 

 

      --허만하 시집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솔

 
 
 

오늘의 문장

dante 2021. 6. 16. 13:59

거리가 좀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지켜지는 예의가

낯익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일이 흔합니다.

처음 해보는 일을 할 때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하지만

익숙한 일을 할 때는 건성으로 하다가 실수할 때가 있습니다.

사람, 관계, 환경... 익숙해지면 편해지고 편해지면 조심하지 않아

사고가 나고 뒷걸음질 치기 쉽습니다.

 

2021년 여름은 제가 살아온 여러 해 중에 가장 편하고 편리한 해,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무례하고 시끄럽고 건성으로 가득한 해.

그래서 아래 글이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송혁기의 책상물림

익숙함을 경계하다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조선 후기 문인 홍길주가 오랜 지인인 상득용에게 축하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축하하는 이유가 이상하다. 상득용이 말에서 떨어진 일을 축하한다는 것이다. 뼈가 어긋나고 인대가 늘어나서 꼼짝 못하고 드러누운 채 종일 신음만 내뱉고 있는 이에게 축하 편지라니. 찰과상으로 흉측해진 상득용의 얼굴이 더욱 찌푸려지지 않았을까? 사리에 어긋난 일임을 잘 알면서도 홍길주는 자신이 축하하는 이유를 써내려갔다.

 

상득용은 무인이다. 말을 자기 몸처럼 다루며 능수능란하게 타는 것으로 이름이 났으며 본인도 말 타는 능력만큼은 자부하곤 했다. 홍길주는 바로 이 익숙함이야말로 낭패에 이르는 길이라고 하였다. 말 타는 데에 익숙하지 않았더라면 고삐를 부여잡고 안장에 바짝 앉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갔을 테니 크게 떨어질 일이 없었을 것이다. 워낙 익숙했기에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한밤중에 험한 길을 내달리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

 

낭패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경계는 그렇다 쳐도, 축하할 이유는 무엇일까? 홍길주는

<주역> ‘서합()’ 괘에 대한 공자의 해설을 끌어왔다. ‘서합’ 괘의 첫 효사는 “차꼬를 채워 발꿈치를 상하게 하니 허물이 없다”이다. 공자는 이를 “이익이 없으면 열심히 하지 않고 위협이 없으면 경계할 줄 모르는 보통 사람으로서는, 작은 징벌을 받아 더 큰일의 경계를 삼는 것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당장은 낙마의 고통과 수치가 커 보이지만 이를 계기로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돌아본다면 더 큰 낭패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 테니 참으로 복된 일이다. 이것이 홍길주가 밝힌 축하의 이유다.

 

익숙함에 대한 경계는 낭패를 방지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공자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잃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정의롭지 못한 일을 행하면서도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여겼다. 부끄러움에 둔감하고 두려움 없이 행동하는 것 역시 익숙해짐의 결과다. 우리 자신을 이루는 것은 순간순간 별 생각 없이 익숙하게 던지는 말과 행동 하나하나다. 그러니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대상은 아직 오지 않은 낭패가 아니라 우리 안에 아무렇지도 않게 퍼져 있는 익숙함이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06160300045#csidxf53a94bbed66b349780ab6875bb98d1 

 
 
 

나의 이야기

dante 2021. 6. 14. 08:13

2015년 9월 이곳을 떠나가신 아버지

제 첫 스승이고 친구이신 아버지...

아버지 떠나시고 단 하루도

아버지 생각을 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오늘도 아버지의 자유와 평안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버지, 보고 싶은 아버지...

 

아래 그림을 클릭하면 일러스트포잇 (illust-poet) 김수자 씨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로 연결됩니다.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시 한편 그림 한장

나비 - 정호승

 illustpoet  2017. 9. 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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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아크릴릭







나비
                   정호승

누구의 상장(喪章)인가
누구의 상여가 길 떠나는가
나비 한 마리가 태백산맥을 넘는다
속초 앞바다
삼각파도 끝에 앉은 나비



 



아버지, 직접 뵐 수 없는 곳으로 떠나신지 2년 입니다.
어제 밤 제사 올리기 위해 친정에 들려 거실 벽에 걸린 이 그림을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수년전 개인전 작품중 마음에 드신다고 걸어드리면서도 어찌 죽음을 그린 작품을 좋다하실까 의문이었죠. 하지만 당신의 마지막 날들을 돌이켜보면 고개가 주억거려집니다. 죽음이 어떤 모습으로 올지 관조하시려는 의지가 저희 후손들에게 대단한 공부가 되었습니다. 순간 순간 가족들 대화에도 아버지 추억하며 저희들과 함께 해주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어수선한 세상을 살아가는저희들에게 생전처럼 현답을 주세요.
온화한 미소의 인자하신 모습으로 오늘 밤 제 꿈에 찾아와주실거죠?

더 자주 뵙고 싶습니다.

돌아가신 후에도 사모하는 아버님을 두신 김 시인님이 부럽습니다. 지방의원 선거에서,상대가 탄탄해 이기기 힘들거라들거라 여겼는데 압승해 서병상에 계시면서도 좋아하시던 모습,근면하시던 모습은 가끔 떠올려도 김시인님처럼 사무치게 뵙고싶은 마음이 없다는게 부끄럽고 죄송하네요.그러면서 이제 저라도 더 조신하게 굴어서 이 다음 우리 애들한테는 보고 싶어하는 아빠로 남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