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dante 2021. 10. 19. 08:43

이른 아침 산책길

마스크 위 안경에 자꾸 김이 서려

걷다 멈추고 걷다 멈춰야 했습니다.

 

시야가 흐려지니 걷는 게 영

불편했습니다. 게다가 보도블럭 중엔

잘못 놓인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냥 돌아갈까... 기분이 나빠지려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동쪽에 낮게 뜬 해를 보았습니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일까요

해는 밝은데 젖어 보였습니다.

슬프지만 명랑한 아이나 노인처럼.

 

가던 길 멈춰 서서 한참 올려다보니

해가 느릿느릿 나뭇가지 사이로 숨었다 나오고

다시 숨었다가 나왔습니다.

숨바꼭질 덕에 김 서린 안경 뒤의 눈과

마스크 속 입이 웃었습니다.

 

흰색과 검은 색 사이

모든 빛을 끌어안은 듯한 얼굴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내가 네게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는지 알아?'

 

오늘도 또

부끄러운 하루의 시작입니다.

 

30도를 오르 내리던 시월이 급전직하 4도로 곤두박질하며 미처 준비 못한 파란 잎들을 뜨거운 물에 데친 것처럼 삶아버렸습니다.기세 좋게 뻗어가던 호박넝쿨이 처참하게 일그러졌습니다.더분에 누렇게 잘 익은 호박들이 위세를 드러내며 자랑질입니다.잘 익은 벼들은 추수를 재촉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