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dante 2021. 6. 7. 07:33

며칠 전 명지대 정문 앞을 지나다 깜짝 놀랐습니다.

여러 십 년 자란 플라타너스들이 온데간데없고

밑둥만 남아 있었습니다. 

 

나무도, 집도, 사람도, 아름답게 자라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사라짐은 순간입니다.

 

그 나무들과 함께 2차선 도로의 운치도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던 긴 그늘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도대체 누가, 왜, 그 나무들을 베어 버린 걸까요?

 

혹시 그 나무들의 무성한 잎과 가지로 인해

명지대 캠퍼스에 짓고 있는 편의시설인지 상업시설이

가려지기 때문일까요?

 

제가 용서하거나 미워해야 할 사람, 아니 저주해야 할 사람은

어디에 있는 누구일까요? 명지대? 서대문구청? 서울시?

그것을 알고 싶어 '120다산콜센터'에 전화했지만

통화량이 많으니 나중에 다시 걸라는 기계음만 들었습니다.

 

그 나무들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합당한 이유로 베어졌다면

다만 슬퍼하겠지만,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들을 죽인 거라면 천지신명에게 호소하겠습니다.

부디 저들의 어리석은 범죄에 걸맞은 끔찍한 벌을 내려주소서!

 

 

 

저주에 적극 동의합니다
수종갱신 한답시고 민둥산을 만들어어버린 산림청의 만행에 치를 떨었는데 사사로운 이해 때문에 세월의 무게를 지닌 나무들을 고민없이 베어버리는 만행,용서해선 안됩니다.전지구적으로 기후온난화를 방어하기 위해 저탄소대책을 수립하며 야단인데 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해버리는 큰 나무들을 베어내는 무식함 용서할 수 없습니다!

 
 
 

나의 이야기

dante 2012. 11. 1. 21:45

저도 가끔 등기우편을 보내지만 바쁜 사람에겐 등기우편 받는 것도 부담입니다. 어제 우체국 집배원이 우편함에 메모를 붙여두고 갔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등기우편을 전달하러 왔지만 당신이 집에 없어 전달하지 못했다, 내일 몇 시쯤 다시 오겠다, 그때도 당신이 없어 전달하지 못하면 그 다음엔 당신이 어디어디 우체국에 와서 받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구청에서 보낸 등기라고 하니 더욱 신경이 쓰였습니다. 이 나라는 민주공화국이지만 관공서에서 오는 연락이 반가운 적은 별로 없습니다. 집배원에게 전화하여 제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실에 맡겨달라고 사정을 했습니다.


오늘 외출했다 돌아와 등기우편부터 찾아 열어보니 "건축물 부설주차장 자진 정리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한 장 짜리 문서입니다. 제가 사는 서대문구에서 건축물 부설 주차장을 전수 조사했는데, 저희 아파트 주차장이 '기능미유지'라는 '위반사항'으로 '적출'되었다며, "재확인하시어 잘못 적출되었거나, 위반사항이 누락되었을 경우에 서대문구청 건축과(330-1497)로 이의신청하여 주시기 바라며 위반사항을 2012. 11. 23까지 자진하여 정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안내문은, 위반사항이 시정되지 않을 경우 "건축물관리대장에 위법건축물임을 표기하여 건축물을 사용하는데 인.허가를 제한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며, 고발.이행강제금 부과 등 위반건축멀이 시정 될 때까지 특별관리 하게 됨을 알려드리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라는 협박성 문구로 끝을 맺습니다. 


이 안내문이 저희집 주차장 얘기를 하는 건 분명한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협박성 문구까지 있으니 모르쇠할 수도 없어 위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겁니다. 건축과 직원이 전화를 받기에 이런 안내문을 받았는데 '기능미유지'가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주차장에 자전거나 다른 물건 같은 것을 두어 안전 등의 문제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우리 주차장 한편엔 자전거 두는 곳이 있고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것이 문제를 초래하진 않는다고 말하고, 우리 주차장에 와 보았느냐고 물으니 와 본 적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더러 신경 쓰지 말라고, 자기네가 아파트 관리실에 연락했고 관리실에서 시정하기로 했다며, 그 안내문은 그냥 집 주인들에게 보낸 거라고 합니다.


관리실에 연락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면 처음부터 그렇게 하고 그런 사실을 관리실에서 주민들에게 알리게 하면 될 것이지, 왜 집집마다 이런 등기우편을 보낸 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구청들도 다 이런 우편물을 보냈을까요? 구청이 우체국을 도와줘야 해서 일부러 이런 우편물을 보낸 걸까요?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금을 낭비하는 걸까요? 


게다가 안내문의 문구는 왜 이렇게 어렵고 띄어쓰기는 왜 이리 엉망일까요? '기능미유지'는 '기능미 유지'일까요, '기능 미유지'일까요? "귀하께서 소유.관리하고 계신 우리구  ... 지상 건축물 부설주차장에 아래 위반사항이 적출되었기 알려드리오니..."를 "귀하의 아파트 주차장에 자전거 등을 두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니..."로 쉽게 쓰면 안될까요?  


서울시장이 바뀐 후 서울살이가 날로 즐거워지고 있긴 하지만 시민을 귀찮게 하지 않는 행정, 세금 낭비 없는 행정이 이루어지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