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dante 2021. 10. 21. 09:13

오래 전 애인은 책을 별로 읽지 않았습니다.

저는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책 읽기처럼 재미있는 일을 즐기지 않는 게 궁금해

어느 날 그에게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반문했습니다. 왜 그리 책을 읽느냐고.

 

재미있어서 읽는다고 하니 그는 자신은 책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다며, '책은 한 권만 제대로 읽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 책이 어떤 책이냐 물으니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라고

했습니다. 불교 신자도 아닌 사람이 <싯다르타>라니...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가 자신의 문고판을 빌려주어

저도 그 책을 읽었지만, 왜 그 책 하나만 제대로 읽으면 된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 십년쯤 후 다시 그 책을 읽는데 참 좋았습니다.

왜 그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으면 된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아니, 꼭 그 책이 아니어도,

한 권만 제대로 읽으면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책이 재미있고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책 읽는 사람이 읽지 않는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거나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죽어라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엔 지식 자랑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식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식으로 먹고 사는 것은 몸이나 기술로 먹고 사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지식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중엔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 또한 많으니 우습습니다.

아는 것을 일상을 통해 실천하지 않는다면 모르는 것과 같으니까요.

 

어제 제가 '응급실'이라고 부르는 카페 에스페란자 로우스터스에서

바로 그런 지식을 경계하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사랑 없는 지식은 사람을 파괴한다." (p. 152, <크리슈나무르티>, 고요아침)

 

지금 우리의 주변엔 '사랑 없는 지식'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그 사람들로 인해 세상이 날로 시끄러우니 안타깝습니다... 

 

지론에 동의하면서 '사랑' 대신 '분노'를 대입하고 싶습니다 "분노 없는 지식은 사람을 파괴한다" 진짜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방해꾼들을 향한 분노가 발산 되겠죠? 그래도 사랑 보다는 사랑을 가로막는 사회적 적폐들을 향한 분노가 먼저가 아닌가 합니다.다독자일수록 구조악에 대해서 잘 알테니까요!

 
 
 

오늘의 문장

dante 2015. 10. 12. 22:47

열흘 전 우연히 들른 남산 발등 '문학의 집' 카페에서 법정 스님의 책 <맑고 향기롭게>를 읽었습니다. 

훗날의 저를 위해 그 중 몇 문단 옮겨둡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곧 한 달... 

아버지가 보고 싶어 늙은 눈이 젖습니다.



14쪽: 크리슈나무르티의 말: "우리가 보는 법을 안다면 그때는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보는 일은 어떤 철학도 선생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무도 당신에게 어떻게 볼 것인가 가르쳐줄 필요가 없다. 당신이 그냥 보면 된다.


20쪽: 휴정선사의 말: 수본진심 제일 정진: 자기 자신의 천진스런 본래 마음을 지키는 것이 으뜸 가는 정진.


56쪽: 알아차렸으면 곧 그 자리에서 버리는 것이다. 버리기 위해서는 맺고 끊을 줄 아는 굳센 의지가 작용한다.


66쪽: 가톨릭 관상기도: "침묵으로 성인들이 성장했고, 침묵으로 인해 하느님의 능력이 그들 안에 머물렀고, 침묵 안에서 하느님의 신비가 그들에게 알려졌다."


불교 초기 경전 <숫파니파타>: "사람은 태어날 때 입 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기 자신을 찍고 만다."


72쪽: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 "만일 네가 혼자 있다면 너는 완전히 네 것이다. 하지만 한 친구와 같이 있다면 너는 절반의 너다."


92쪽: 임제선사: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 지금 그 자리에서 최대한 살라."


101쪽: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에게: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나무는 푸르다."


116쪽: 인도에서는 구도자를 '산야신(sanyasin)'이라 하는데 '산야신'은 '포기한 자'라는 뜻.


118쪽: 될 수 있는 한 말 적게 하고, 잠 덜 자고, 음식 덜 먹는 것이 수도생활을 기쁨과 축복의 길로 이끌어 갈 것


120쪽: 무슨 일에 종사하건간에 자신이 하는 일을 낱낱이 지켜보고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는 것이 곧 명상


123쪽: 새벽에 일어나 자신의 삶에 귀를 기울여 보라. '나는 누구인가' 하고 스스로 물어보라.


138쪽: 우리의 스승은 어디에 있는가? 본질적인 스승은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인간의 책임과 긍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