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dante 2011. 6. 18. 11:51

컴퓨터 바탕화면이 군자란에서 재스민으로 바뀌고 나니 제 마음까지 달라집니다. 주홍 큰 꽃이 화려하고 짙푸른 잎이 넓직한 군자란을 대하면 저도 모르게 기가 솟곤 했는데, 보라색 재스민 꽃과 손톱보다 조금 긴 작은 잎들을 보면 들떴던 마음도 가라앉습니다. 마음이 시선을 좌우하는 일이 적지 않지만 눈이 마음을 지배하는 경우도 그에 못지 않은가 봅니다.  

 

사람도 군자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스민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 파바로티의 아리아들을 들으며 그가 군자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떠난 자리는 그 어느 테너로도 메꾸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장수의 시대에 겨우 72세에 세상을 떠났으니 참으로 아깝고 안타깝습니다. 그의 이른 죽음을 생각하다 그보다 더 먼저 떠난 제 친구를 생각합니다. 기품있으나 재기어린 미소를 담고 있던 눈빛, 색으로 표현하면 꼭 저 재스민 꽃빛입니다.

 

군자란이든 재스민이든, 군자란 같은 사람이든 재스민 같은 사람이든,  살아있는  존재는 무엇이나 죽음에 이르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는 한 그들의 삶은 끝나지 않습니다. 지구처럼 크고 아름다운 수박을 들고 하늘하늘 언덕길을 올라오던 제 친구도 여전히 제 기억 속에 푸르게 살아 있습니다. 오수희, 여전히 아름답구나, 재스민처럼!    

 
 
 

나의 이야기

dante 2010. 11. 8. 12:08

지난 금요일 저녁 여섯 명의 대학생이 저희집을 찾았습니다. 작년에 함께 책을 읽던 모임의 회원들입니다. 일년 동안 읽어야 하는 125권의 고전 목록에 <베토벤의 생애>가 있었습니다. 모두 좋은 학교에 다니는 훌륭한 학생들인데도 베토벤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베토벤의 생애>을 읽는 것보다 그의 음악을 듣는 게 더 의미있다고 했더니 음악을 들으러 저희집을 찾은 겁니다.

 

마침 저희 가족 중에 음악을 좀 아는 사람이 있어 무엇을 들을까 물었더니 두어 시간의 감상회에 알맞은 지침을 보내주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아래에 옮겨 놓았습니다. 시간 관계상 바흐를 비롯한 천재 작곡가들의 작품이 무수히 제외된 점 이해해 주십시오.

 

당연하게도, 만남의 이유는 음악이었지만 만남은 음악 밖으로 흘렀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학생은 자정에 각자의 집으로 향했고 네 학생은 저희집 거실에서 캠핑을 했습니다. 새벽 세 시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가 아침에 나와 보니 학생들은 가고 없고, 그들이 누웠던 자리엔 이불만 예쁘게 개켜져 놓여 있었습니다.

 

귀여운 얼굴들을 떠올리니 <예기>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故君子之於學也 藏焉 修焉 息焉 遊焉 (고군자지어학야 장언 수언 식언 유언): 항상 배운 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익히고 실천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놀 때에도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두어 해 학생들과 책을 읽었지만 제 능력 부족을 비롯한 몇 가지 이유로 선생직을 그만두었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이라는 말을 남발하지만, 막상 그들은 요즘 젊은이들을 잘 모릅니다. 경제규모가 세계 15위인 정보선진국의 젊은이들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는 굶주린 격동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부모 세대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다름 속엔 여전히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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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베토벤의 소나타 3곡.
  14번 월광, 8번 비창, 23번 열정, 한 CD에 있습니다.  베토벤은 총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음. 그 중 가장 잘 알려지고 많이 연주되는 곡이 위의 3곡입니다. 특히 8번 비창 소나타의 2악장은 제일 아름다운 선률이라 합니다. 이외에도 발트슈타인, 템페스트 등 좋은 곡들이 너무나 많고 우리나라의 백건우씨가 작년에 전곡 리사이틀을 한바 있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니스트에겐 시작이며 그 완성.
 
2.파가니니의 기타 반주로 된 바이올린 소나타 중 몇곡.  흔히 파가니니하면 다 바이올린만 생각하는데 기타에도 귀신이었음.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 독주로 이뤄지지만, 기타 악기의 소나타는 피아노를 반주로 이뤄지지요. 그런데 이 바이올린의 신은 유일하게 기타를 반주로 소나타를 만들었지요.  사실 악기 중 피아노를 가장 닮은 것이 기타이니 가능한 일임.  흔히 악기의 여왕을 바이올린이라하고, 그 왕을 피아노라 한답니다.  왕의 자리를 대신한 기타의 운치도 상당히 멋들어지지요.
 
3.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1악장만). 차이코프스키는 발레 음악과 바이올린 협주곡, 비창 교향곡으로 더 유명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이 피아노협주곡이 일품입니다. LP나 CD를 찾기 어려우면 백조의 호수 DVD를 1막 정도 보는 것도.
 
4.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차이코프스키와 더불어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악가. 작곡자이면서도 피아노 연주가로 유명함. 자기 음악을 자기가 초연하는 경우가 많았고,\ ,러시아적인 음률을  많이 사용.  2번 협주곡이 너무 길면(사실 연주하기 힘든 곡임), 광시곡만 들어도 됨. 파가니니의 무반주 카프리스를 주제로 변주곡으로 만든 곡으로 주제 부분이 특히 아름다움. 
 
5.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 9번(합창). 빈필의 DVD로 하시고, 5번은 시간이 좀 짧은데 9번은 한 시간이 넘으니 4악장만 듣기로 하지요. 5번 교향곡은 1악장을 다들 인기리에 듣지만, 사실은  3악장과 연결된 4악장이 가장 감동을 줍니다. 반드시 전 악장을 다 들어야 "운명"이라는 하나의 음악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음. 9번 교향곡은 프리드리히 쉴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교향곡에 덧붙인 유일한 음악.
 

6.파바로티의 실황판.(DVD).  여러 곡 중에 '공주는 잠 못이루고' '남몰래 흐르는 눈물' 등만 듣기로. 3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난 금세기 최고의 테너. 도밍고, 카레라스와 더불어 3대 테너라 하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살아 생전 유일하게 "하이 C"를 변환 없이 실황으로 노래 했던 가수.
 
7. 베토벤 3중주 협주곡(시간이 되면). 3개의 클래식 악기와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유일한 협주곡. 주제부분의 첼로로 시작되어 피아노로 이어지는 대위부분이 악기들이 서로 뽐내는 듯한 절묘한 하모니를 이룸. 
 
8. Jimmy Strain 2집 (FUTURE)
여러 곡이 있지만 그 중 교향시를 닮은 한 곡.  마치 한국의 "야니"와 같은 감성을 지니고 이를 표현한 작곡가.
 
참고 사항
  1. 3대 교향곡:  베토벤의 5번 운명, 차이코프스키의 6번 비창, 슈베르트의 9번 미완성.
      그렇다면 합창교향곡은? 교향곡 중의 교향곡!
 
  2. 3대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멘델스죤의 바이올린 2번
 
  3.  3대 피아노 협주곡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황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1번, 쇼팽 협주곡 1번.

 

아! 서양 고전 음악!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데...아집과 자만을 촌티가 풀풀 풍기는 모습으로 철저히 위장한 경상도 읍단위 출신 신입 여대생은 나중에야 알았지만 전라도 면단위 출신 과우에 이끌려 무교동 르네상스란 고전 음악실에 휩쓸려 버렸죠...르네상스에 첫 발을 들이밀던 그 날의 그 충격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잊을 수가 없답니다...교향곡,협주곡,소나타 등 대형곡들만 틀어 주는 그 곳에선 아는 곡이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칠판에 곡명과 작곡가 글이 소개되고 곡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의 아찔할 정도의 황홀함....아마 쇼생크의 탈출이나 엘시스테마(최근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아름다운 음악은 인종,지적 수준,환경이나 성격을 넘어 사람의 영혼에 그냥 빨려드는 매력이 있죠...명동 성당 앞의 크로이체르...절 서양 고전 음악 세계로 끌어들인 그 친구는 결국 대학가에서 고전 음악실을 하다 미쿡으로 이민가버렸습니다.....아름다운 음악에 대해 우리 주변 사람들은 너무나 거리감이라고 할까 위압감을 가지고 무조건 기피하는 경향이 있더군요....글쎄 전 너무나 갑자기,한꺼번에 제게 밀고 들어 온 고전 음악이긴 하였어도 평생 제 삶의 가장 충실한 반려자로서 자리 잡아 버렸습니다. 물론 김선생님이나 다른 대부분의 음악팬들이 감상하는 스타일과 달리 뚝배기형 즉 1 악장이나 1 막 또는 아리아 한 편 씩....식이 아니라 전곡,전막...특히 영화팬인 제가 최근엔 디비디로 오페라 전막을 감상하면서 얻고 있는 다양함엔 경이와 찬탄을 금치 못합니다......절 서양 고전 음악실로 이끌어 간 제 친구는 지금은 도스토에프스키고 베토벤 옵빠고 다 던져 버리고 워싱턴 교외에서 150 평 정도의 텃밭을 가꾸는 재미에 세상과 담을 쌓을 정도죠...10 년 전인가? '야! 나그네야! 네 나이 쉰이 넘어서야 천직이 뭔지 깨달았다...씨 뿌리고 밭 매고 수확하고......'난 농사 짓고 살림하는 재미 없었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냐? '.... 예............저도 한국에만 나오면 종로 5 가로 달려가 온갖 씨앗을 사는게 즐거움이고...오이 6 백 개로 소백이,장아찌,물김치...담다 못해 이웃에 나눠 주고...부추로 한꺼번에 수 백 개의 왕만두(남편이 월남한 이북 출신)를 만들어 냉동실에 차곡 차곡..부추 김치,부추 닭계장,,.부추전...아무튼 제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는 친구가 대견하기 그지없습니다만..ㅋ 제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수 십 번 들어도 감을 못 잡으면서도 그냥 감이 좋아 듣고 또 듣는 동안 제 친구는 흙을 만지고 잡초 뽑고 수확한 채소로 반찬(저장용까지) 만들고...성경 말씀처럼 재능( 달란트)이 저마다 다르단 것을 재확인하며 사는 삶도 즐겁기 그지없답니당ㅋ.
한 잔 한 넘이 다림질한 와이셔츠도 함 입어 보고 싶다고 조르기에 지지리도 못하는 다리미질 하고 들어왔슴다.ㅋ 꼭 할 말이 있어서...음악에 취미를 들일 필요가 있음을 최근 매우 절감하였답니다. 중풍 비슷한 노쇠현상으로 와병중인 주변 어르신들을 보니 너무 지겹고 힘든 투병을 하시더군요....제 소망대로 한 순간 언제 어느 때건 북망산천 넘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치매 초기에 중풍 등으로 꼼짝 못하면서 누군가 오기만 기다려야 하는 말년이 바로 내 미래이기도 하다는 끔찍한 생각...'아하! 음악을 들으면 쫌은 덜 지겹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디다.
교수님~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밤을 선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나와 섭섭한 건 아니신지 걱정했는데, 이렇게 반가운 글이 올라와있네요^^ 저희들 뒤치닥거리 하시느라 몸살난건 아니신지요?^^;

<베토벤의 생애>를 읽고 함께 얘기하던 그 날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그 날 교수님은 "결핍은 위대함을 만든다"고 하셨지요. 제가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는,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제 동생은 너무나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고, 내년봄엔 대한의 건아로 공익근무를 할 예정이랍니다. 동생은 누나보다 먼저 깨닫고 씩씩하게 생활하고 있었어요. 순전히 겁쟁이 누나의 기우였나봐요. ^^ 교수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저한텐 정말 큰힘이 되었어요~ 앞으로도 종종 저한테 용기를 주셔요!!

참, 다음날 워크샵은 성공적으로 치뤄졌답니다. 그날 캠핑에 함께하지 못한 언니,오빠들이 정말 진심으로 아쉬워했어요ㅋㅋ 교수님만 흔쾌히 수락해주신다면 또 이런 음악이 흐르는 밤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 좋은밤되세요~
지민씨, 고마워요. 그날 와 보았으니 알겠죠? 내 한심한 살림 솜씨. 하지만 지민씨와 친구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 너머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아내리라, 스스로 위로합니다. 그날도 얘기했지만 우리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말고 지금, 오늘을 살아요. 음악이 흐르는 밤?... 으음, 하는 것 봐서.^^
안녕하세요, 김흥숙 교수님. 봐야 할 영화들을 보고나서 메일을 드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네요.
교수님과 함께한 1박2일은 정말 잊지 못 할거에요. 김밥도 맛있었고, 음악 듣는 것도 즐거웠어요.

저번주 월요일에 1기 선배님을 만났다고 얘기드렸었죠? 그때 그 선배가 그러더라구요.
"내가 너희들을 시간내서 만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나보다 어린사람을 만날 때엔,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면서 내 자신을 뒤돌아 보며, 나보다 윗 사람을 만날 때엔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지금의 나를 반성하게 되고, 좀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세상은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게 살 수 있을것 같아요.

행복한 가정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실 교수님을 생각하니 저도 즐겁습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 속에서 건강을 빨리 회복하시고, 항상 행복하세요.
그리고, 저희에게도 좋은 음악을 듣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셔야죠.

그럼 좋은밤 되시고, 다시 뵙는 그날까지 건강하세요.
영민씨, 고맙습니다. 맞아요,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게 살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즐겁고 재미있게 사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호 호 호... 이렇게 얘기하다 보면 또 김흥숙식 사고방식이 배어 나오겠지요? 이쯤에서 그만두고... 이번에 리더 노릇하느라 많이 애썼어요. 다시 한 번 감사!
우와!~ 음악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으시군요.
저도 부르기와 듣기, 다 좋아하지만 위에 소개하신 대곡들은 한번도 감상을 못 했으니......
이제라도 CD를 구해 함 젖어 보겠음다...^^ 좋은 계기를 제공해주심에 감사 또 감사 드림다!!

 
 
 

자유칼럼

dante 2009. 11. 19. 11:31

전 청와대 정책실장 변 양균씨와 전 동국대 교수 신 정아씨가 주고 받은 “낯 뜨거운” 이메일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수사의 시초는 신씨가 학력을 위조하여 광주 비엔날레 예술 총감독과 동국대 교수가 되었는가, 그 과정에서 변씨가 그녀를 위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했는가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두 사람의 “부적절한” 관계가 관심의 초점이 된 듯 합니다. 사라진 이메일을 추적해낸 것은 그러려니 해도 수사와 상관 없는 사적인 부분을 들춰내어 언론에 공개한 검찰이나 그것을 좋아라 대서특필하는 언론의 선정주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21세기인가, 의문을 갖게 합니다.

지금 한창 불륜중인 “ㄱ”씨, 당신도 밤잠을 설치며 뉴스를 보고 있겠지요. 이미 애인과 만나는 횟수를 줄였을 수도 있고 애인과의 관계를 청산해야겠다고 결심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륜은 매스컴이 보도를 하든 않든 늘 위험한 것입니다.

저는 당신이 한참 어린 애인과 사랑에 빠져 캠퍼스 커플처럼 붙어 다닌다 해도 비난할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당신이 빠져든 상태가 진정 사랑일까 궁금하긴 합니다. 부하 직원들이 여럿 있는 사무실에서나 호젓하게 들어 앉은 화장실에서나 당신의 머리엔 오직 한 사람뿐이라거나, 평소의 당신답지 않게 웃음이 많아지고 거울 앞에 서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해서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모든 지속 가능한 사랑은 그리움과 설렘만 가지고는 부족하니까요.

자라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고 키우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니요, 당신의 권력으로 애인을 출세시켰거나 능력 있는 애인 덕에 여러 분야 사람들과 인맥을 쌓게 된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과 애인이 사랑하게 된 후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느냐는 얘기입니다. 애인을 만난 후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다면 당신과 애인은 진정 사랑하는 것이겠지요. 애인을 만난 후 사랑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온 세상을 미워하게 되었다면, 당신은 사랑대신 지속 불가능한 열정 (劣情 혹은 熱情)의 포로가 되어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좋아요, 당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요. 당신이 정말 사랑하는 거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애인 또한 같은 마음일까요? 요즘 머리 좋은 사람들은 우정과 사랑, 종교까지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는데 혹 애인도 당신을, 당신이 가진 많은 것들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부자는 모든 면에서 유리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구할 때만은 불리하답니다. 그이가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으면 그이가 당신에게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보십시오. 손을 잡자고 하는지 입맞춤을 하자고 하는지, 당신이 가진 정치, 경제, 사회적 능력을 자신을 위해 써달라고 하는지.

당신과 애인이 똑같이 사랑 중이라 해도 세상은 그 사랑을 불륜이라부릅니다. 파바로티처럼 인류에 기여한 사람조차 조강지처를 버리고 35세 연하와 결혼했다고 대중의 비난을 받습니다. 대중은 급하게 재판하고 더디게 용서합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당신의 사랑이 불륜으로 재판 받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당신들의 사랑에 대해 함구하는 것입니다.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당신들의 사랑 또한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어리고 귀여운 애인과의 사랑,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침묵하십시오. 사랑에 대해 침묵하는 건 사랑에 대해 예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랑이 끝난 후에도 삶은 계속 됩니다.

사랑에 대한 예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배우자와 가족에 대한 예의입니다. 당신이 미숙한 청년을 넘어 매력적인 중년이 될 수 있게 도와온 당신의 동반자들에게 배신감과 허무감을 주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배우자 몰래 사랑하느라 잠을 이룰 수 없다거나 양심에 가책이 되어 견딜 수 없다고 해도 “여보… 나, 할 말이 있어… 사실은…”으로 시작하는 고백을 해서는 안됩니다. 당신이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순간부터 당신의 무고한 배우자는 배신감과 질투로 밤을 새우게 될 테니까요.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사랑의 밀어들도 인터넷을 타고 편리하게 흘러 다니지만 불륜중인 당신은 쉬운 길을 피해야 합니다. 언제든 발각되어 곤경에 빠질 수 있으니까요. 불륜은 이래서 어렵고 수고로운 것입니다. 꿈꾸는 사람은 많아도 실제로 빠져드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불륜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위염이나 위암에 걸리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마음을 졸이며 배우자와 연인 사이를 종종 걸음 치다 보면 밤낮 없이 위산이 분비되겠지요. 병에 걸리거든 사랑 값을 치르는구나 하고 조용히 견뎌내십시오. 불륜 한번 경험해보지 못하고도 고약한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참, 당신의 투병을 돕느라 동분서주할 가족을 위해 보험 하나쯤은 꼭 들어두셨으면 합니다. 부디 사랑 안에서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