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만의 참세상

부당권력이 또 부조리가 판을 쳐도 참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다

마산시 행정의 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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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4. 23.

"STX 유치 반대 괘씸죄 걸렸다"
마산 수정 보건진료소장 '갑자기 쫓겨난 까닭은?'
23년 간 노인들 병수발…주민 선동 이유로 전보
2008년 04월 23일 (수) 위성욱 기자 wewekr@idomin.com

   
 
  수정보건진료소 진료실 옆에 손으로 직접 그린 마을 지도가 여러장 붙어 있다.  
 

"새벽 1시고 2시고 아프다고 하면 자다가도 달려와서 돌봐줬어요. 20년 넘게 한 가족처럼 지내면서 온 동네에 혼자 사는 노인들 병수발도 도맡아 해왔어요. 자식들도 그렇게 하기 힘들어요. 그런 분을 하루아침에 다른 곳으로 쫓아내는 게 말이 돼요?"

22일 오전 11시 30분께 STX 중공업 조선기자재공장 유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마산시 구산면사무소 맞은편 슈퍼 앞. 삼삼오오 모여있던 주민들이 전날 마산시가 면사무소 뒤편에 있는 수정 보건진료소장 김모(여·56) 씨를 진전면 시락마을 보건진료소장과 맞바꾸는 인사조치를 한데 반발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시는 김 씨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제69조(공무원 품위손상 및 성실의무 위반)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역주민의 갈등을 조장하고 STX 유치 반대를 위한 주민 선동 사실이 있다'며 견책 징계를 내렸다. 이를 토대로 지난 21일 인사결과를 김 씨에게 통보한 것.

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1986년부터 23년간 수정 보건진료소에서 일해 왔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에도 주민들이 전화 연락을 하면 김 씨가 한달음에 마을 곳곳을 찾아갈 수 있는 이유다. 이른바 어느 집에 숟가락이나 젓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만큼 마을 주민과 희로애락을 같이해온 시간이 긴 것이다.

이날 진료소에 들어가니 진료실 입구 오른쪽에 마을 지도가 있다.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 속에는 갖가지 정보가 적혀 있다. 자세히 보니 집집마다 색깔이 다르다. 빨간색은 고혈압 환자, 파란색은 당뇨환자, 노란색은 독거노인이 있는 집이고, 녹색은 가족이 건강한 집이다. 김 씨가 평소에 어떻게 지역 주민을 대했는지, 지역주민 또한 왜 김 씨를 '언니 같고, 딸 같다'는 표현을 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을 주민 김영숙(여·55) 씨는 "(김 씨는) 밤이고 낮이고 노인과 환자들을 돌보면서 20여 년간이나 함께 살아와 가족과도 같은데 (반대쪽 주민 집에) 제삿밥 먹으러 왔다고 그것도 죄가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어른들에게는 딸 같고 우리에게는 동기나 언니 같은 사람인데 하루아침에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덕생(66) 씨는 "우리 동네는 집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한두 해 살아서는 동네 지리를 알 수 없을뿐더러 동네 사람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김 씨처럼) 알기가 힘들다"면서 "그런데 시가 한 가족처럼 지내온 김 씨가 우리하고 친한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면 매일같이 김 씨에게 치료를 받아온 주민까지 내팽개치는 꼴"이라고 반박했다.

지나가던 권택용(68) 씨가 끼어들었다. "그럼 안돼. 온 동네 봉사활동을 해온 사람을 어디로 보낸다고? 우리한테는 주치의야. 주치의"라고 말했다. 이효범 수정마을 STX유치 반대대책위 부위원장은 "김 씨는 정말 우리 마을 사람에게는 주치의와 같이 소중한 존재"라면서 "(황 시장이) 김 씨에게 보복한 것이 아니라 (STX유치에 반대하고 있는) 수정마을에 보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김 진료소장은 "가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오랫동안 이곳에 있어 집안 사정은 물론 주민들도 내 집 내 가족처럼 파악하고 있어 함께 있고 싶을 뿐"이라고만 담담하게 말했다.

한편 수정마을 대책위는 23일 마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정 보건진료소장 인사조치에 관한 입장과 조선기자재 공장 유치반대 의사를 재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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