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만의 참세상

부당권력이 또 부조리가 판을 쳐도 참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다

어느 법정의 최후 진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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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사회/정부미가라사대

2012. 5. 25.

얼마전 창원지방법원 모 법정에서 희한한 공판이 있었습니다.

 

지금이 2012년 5월이니까 8년전인 2004년 3월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죄가 있다며 창원지방법원에서 불러서 갔습니다. 그 일이란 것이 공무원직장협의회가 만들어지던 때인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이 창당되었는데 이 민노당에 월 1만원정도 후원을 했다며 이것이 죄라는것입니다. 오래되어 정말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물론 이 때만해도 정치자금 후원이 장려되는 시기였고 각 정당들마다 후원금을 자신들의 당에 내어 달라고 애걸복걸하던 시절이었으며 정부 역시 합법적으로 정당 후원금은 낼 수있으며 10만원까지 세액공제도 가능하다고 선전을 해댔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슬며시 어느때인가 이 후원금 규정을 변경해 버렸던 모양입니다.

그때가 2006년 7월이라고 합니다. 이 후원금은 매달 계좌이체시키는것도 아니고 은행에 가서 직접 입금시키는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번 설정해 둔 CMS계좌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이었습니다.

 

이 후원금 기부규정이 삭제된 줄도 모르고 계속 통장에서 1만원씩 돈이 빠져나갔는데 이를 뒤늦게 알고 당시 공무원노조에서는 7개월이 지난 2007년 1월에야 이 CMS를 정지 시켰습니다.

 

그런데 더 이해하기 힘든것은 요즘 굵직한 사건들로 대한민국 검찰이 많이 바뿔건데 그때 자동이체된 돈 7만원을 문제삼아 수년이 지난 지금에야 공소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설사 이 돈이 문제된다면 당시 이 돈을 CMS로 받은 정당에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이 순리일것입니다. 정당은 정치자금법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고 이 법이 개정되었다면 일반 소시민 또는 국민들은 잘 몰라도 정당은 위법 또는 합법을 판단 할 수 있었을것이므로 후원자(기부자)들의 피해방지를 위해 CMS를 끊어야 했습니다.

 

기부받는 정당의 업무소홀로 졸지에 기부하고 범죄자로 취급받게되었습니다. 뭐주고 뺨맞는 꼴이되어버렸죠.

 

이날 법원에 가 보니 저 혼자만 아니더군요.

 

그때 정의감에 공직사회는 물론 공무원이 바로서면 나라가 바로선다는 각오로 이 활동에 열정적이었던 동지들이 여럿 눈에 들어왔었고 낮선얼굴들... 나중에 알고보니 선생님들도 저와 같은 처지로 이 법정에 오셔서 법정은 이들로 한가득이었습니다.

 

 

그때 정말 어렵고 힘든 결정으로 이 사회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괄시당하고 배고프고 소외당하며 서러워하는 서민과 하층민의 희망이 되겠다는 정당이 만들어졌으니 기득권의 권력횡포에 몸서리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것은 당연한 상황이었습니다.

 

정의가 바로서는 올바른 사회를 꿈꾸며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던 사람들이야 세상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고 이것은 인정많은 우리민족의 미풍양속입니다.

 

내가 좀 힘들고 어려워도 남을 도와주고픈 아름다운 마음이 있는 우린데 이를 어찌 법의 잦대로 단죄코자 생각을 하였는지 지금도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 법정에서 모두들 많은 것을 느꼈을것입니다.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던 동료들도...

"정말 이것은 아니야" 하는 것을...

 

 

그런데...

그런데...

지금 넘 혼란스럽습니다.

인간사회이니 어쩔수없는것일까요???

 

아래는 이날 어느여고 선생님의 최후진술문입니다.

이 최후진술을 듣고있는 순간 가심이 찡했습니다.

너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법정을 나오는 순간 너무 개운하더군요.

 

내용이 너무 감동적이어서 메일로 보내달라 부탁했는데 보내셨더군요.

이제사 올립니다^^

 

 

 

 오래전에 과정이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떤 도움에 응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조금. 그냥 어려운 사람 조금 도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법정에 섰습니다. 피고인으로. 저는 고등학교 교삽니다.

 

 아이들을 대하는 저의 보잘 것 없는 철학은 어렵고 힘든 이에게 가능하면 돕거나 나누며 더불어 살라는 거였습니다. 제가 배운 대로 가르치고 가르친 대로 저도 사회에 필요한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교사로 살아온 30년동안 그렇게 가르쳐 왔습니다. 그리고 힘 센 나쁜 자의 편에 서기 보다는 약자의 친구가 되라고 저자신의 양심에게도, 저를 거쳐 간 아이들에게도 틈만 나면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리 봉사적인 삶을 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유명한 경주 최 부자집 이야깁니다. 큰 재산가인 그 집안의 가훈이랄까, 삶의 지침이랄까 ‘’사방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하라“는 대목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멋진 부자도 있구나 하면서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들려줍니다. 넉넉하진 못해도 제 나름으로는 작은 지식의 나눔입니다. 그런데 오늘 저의 그간의 보잘 것 없는 소박한 소신과 상식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법은 늘 저 멀리에 있어서 몰라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는 걸로, 나만 잘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왔지만 지금 이렇게 나에게 위기로 가까이 다가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그냥 막연하게 선의는 어디에서든지 통하는 것으로 여겨온 불찰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입니다. 어디부터 잘못 되었는지 몰라서 부끄러웠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교사로서 더 그렇습니다.

 

 선의와 서로 돕고 사는 것이 죄가 된다면 저는 이 법정에서 보다 나에게 배우고 세상에 나간 옛 제자들에게 먼저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그래도 평범한 소신과 상식으로도 이 세상을 멋지게 살아 갈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르칠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 하나가 있습니다. 강도가 남의 집 담장을 뛰어 넘었는데 갓난아이가 우물 옆에서 노는데 곧 빠질 것 같은 모습을 봤습니다. 어떻게 했을까요. 강돈데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안전하게 구하고야 만다는 다소 꾸며진 이야기 같습니다만 그것이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입니다.

 

 법은 잘 몰랐고 그저 도와 달라는 손을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이 지금 여기 제가 서있게 된 이유입니다. 물론 모른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법이 과연 만인에게 평등한 지 의문입니다.

 

 물 흐르듯 자유자재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 땅의 교사는 아무래도 차별받는 것 같습니다. 교수는 되고 교사는 안 되는 것. 교사도 국민인데 이런 경우는 비국민 취급 받는 것 같습니다.

 

 부담해야 될 의무가 있다면 누려야 할 권리도 있으련만 불행하게도 우리 교사에겐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신분사회의 차별 받는 , 적어도 정치적 자유 면에서는 천민입니다

 

어떤 시인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 사회에는 평범한 이들과 다른 특수한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너무나 많은 권리를 가진 소수와 너무나 많은 권리를 빼앗기고 살아가는 대다수다.”라고.

 

 여기에서 우리교사의 위치는 자명합니다.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차별 하는 교사를 제일 싫어합니다. 차별은 불평등이고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잃고 산다는 것입니다.

 

 재판장님, 저를 비롯해 여기 교사들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래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알콩 달콩, 티격태격하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돕고 나누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상식과 소신이 상처받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기 있는 교사들도 제 심정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교실에서 아이들 만나서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무게는 우주 전체의 무게와 맞먹는다.’는 말에 살 떨리는 우리들입니다.

 

 그런 수많은 우주의 영혼을 살찌우는 존엄한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혜량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창원00고 교사 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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