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만의 참세상

부당권력이 또 부조리가 판을 쳐도 참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다

오뉴월 산불, 밤샘 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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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사회/공직사회엿보기

2012. 5. 31.

녹음이 무성한 5월의 끝자락에 산불이 났습니다.


구청 현장순찰계획에 의거 오후 시간 우리과 과장님과 저를 포함 5명의 계장님들이 승합차를 타고 관내 현장 순찰 중이었습니다. 시내 삼각지 공원, 봉암수원지를 거쳐 구암동 고속도로변 완충녹지를 둘러보고 3.15대로 KTX하부 녹지 및 중앙분리화단을 꼼꼼히 살핀 후 마산역광장 분수시설 보수확인을 하고는 내서읍 관내를 순찰하기 위하여 막 마재고개를 넘는 순간, 산림계장이 한통의 전화를  받고는 무학산에 연기가 난다는 것입니다.

우리 일행은 곧바로 현장이 잘 보이는 내서 원계마을에 도착하였고 무학산 8부능선 해발 500m 지점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복장과 신발은 평상복에 구두 차림이었지만 산불이 확실하므로 지체 할 수 없어 곧바로 등산로를 따라 산에 올랐습니다.

 

 

 


이 길은 산불현장까지 2km의 거리였고 산에 오르면서 경남도청에 전화를 하여 헬기요청을 하였습니다. 현장에 다다르니 날쌔게 먼저 올라간 과장님과 두명의 계장님이 솔가지를 꺽어 불을 끄고 있었고 막 도착한 헬기는 물대포를 한방 때렸습니다. 정확하게 불머리를 명중하여 한쪽의 불띠는 흐물흐물 맥을 추지못하였습니다.

 

이때만해도 바람 한점없는 고요한 날씨였고 시간은 오후 5시쯤 되었습니다.
약 50여평 산림이 탔으나 산불은 더운 날씨 만큼이나 힘이 없어 보였고 불의 제압은 식은 죽먹기였습니다. 그러나 낙엽층이 두꺼워 연기가 많이 피어 올랐습니다.
나중에 헬기 1대가 추가 투입되어 총 10회의 물폭탄을 투여하고 어두워지기 전 헬기는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습니다. 해가 지자 갑자기 바람이 일기 시작했고 바람의 세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죽은 듯한 불이 다시 살아나 불에 탄 자리는 온통 벌것게 달아 올랐고 연기는 앞을 가릴 수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잔불과의 사투가 벌어졌습니다.

 

 


오후 6시경 내서읍에서 직원 7명이 합류하고 10여분 뒤 늦게 출발한 사무실 직원 6명이 더 보태어졌습니다. 이 산꼭대기에 오른 직원 중 두명의 아가씨 여직원도 있었습니다. 산불진화 경험이 없는 직원들은 끄도끄도 다시 살아나는 불을 바라보며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이미 방화선은 확실히 구축되어 불이 번질 염려는 없지만 이 잔불들이 바람에 일렁이며 다시 피어 오르곤하였던 것입니다.


어떤이는 불을 지근지근 밟기도 하고 또 어떤이는 갈구리로 흙을 파서 덮기도 하였습니다. 이 방법들은 뒷불정리에 말짱 도루묵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불씨는 죽지 않고 땅속에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어둠속에서 일일이 직원들께 잔불 진화요령을 알려주었습니다.
'불씨는 흩어서 모조리 죽여야 한다'고 그 방법은 땅속에 숨어있는 불씨를 찿아 들추어 내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불씨는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죽이는 방법입니다.
다시말하면 바닷가에서 조개 파듯이 숨은 불씨를 찿아 파내서 죽이는 것입다.
힘이 들고 지루한 작업이었지만 물이 없는 고산지대에선 좀 무식하고 아둔한것 같지만 최고의 잔불정리 작업입니다.


물론 이 불들이 땅속에서 다 탈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지만 그러다간 밤을 새어야 하고 며칠이 갈 수도 있기에 불씨를 찿아 죽이는 방법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해서 눈에 보이는 불씨를 다 죽이고 나니 밤 9시였습니다.


이때 양산소재 지방산림청에서 10여명의 산불진화요원이 머리에 렌턴불을 밝히며 올라왔습니다.  뒤에 알고보니 산림청항공대가 양산에 있고 그 인근에 지방산림청이 있어 헬기의 출동으로 산불발생 사실을 알게 된 지방산림청에서 국유림 보호를 위해 산불진화요원을 보내 왔던것입니다.

 

 

 

 

 

정말 반가운 손님들이었는데 같이 잔불을 다시 점검하고는 이 분들께 현장을 인계하고 우리 일행은 산에서 내려 왔습니다. 낮에 올라간 탓에 휴대폰도 다 되고 랜턴도 없어 몇몇직원의 휴대폰 불빛으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줄지어 내려왔습니다.

 

한참을 내려오니 얕은 산언저리에 웅성웅성 소리가 들리고 가까이 가보니 내서읍 직원들이었습니다. 빵과 우유를 사서 그곳까지 가져왔던것입니다. 모두들 지치고 허기진 상태라 주섬주섬 줍어 먹었습니다. 이것으로 조금 기운을 찾을 수 있었고 10여분 더 내려와 원계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희미한 불빛에 비친 모습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밖에 없는 검정에 먼지 투성이의 몸뚱아리였습니다. 구두에 얇은 양말을 신은 탓에 오른쪽 새끼발가락은 내리막길에 껍질이 벗겨져 쓰라렸습니다. 신발은 구두인지 운동화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먼지에 덮여있었고 머리카락은 소금에 절여져 뻣뻣하였습니다.


집에 들어서니 밤늦게 그 꼴로 돌아 다니냐며 핀잔을 줍니다. 그래도 피씩 웃습니다.  행복하고 떳떳하니까요.^^  이것이 공무원 인생입니다,

 

 

 

임종만의 참세상 by 임마/임종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