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만의 참세상

부당권력이 또 부조리가 판을 쳐도 참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다

공무원은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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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林馬알기/나의뉴스

2013. 8. 21.

쫌 지난 일이긴 하나 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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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병'이 밥 사는 것이 공무원 세계 불문율?

[서평] 공무원 임종만이 쓴 <나는 공무원이다>

11.10.17 17:41l최종 업데이트 11.10.18 14:56l

 

 

그를 처음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그와 인사를 나누며 지내게 된 것은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블로거 모임에서부터였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시민사회단체의 행사에서 그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껑충하게 큰 키에 검은 뿔테 안경, 카메라를 들고 행사장 앞뒤를 왔다갔다하며 사진을 찍는 그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궁금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공무원 노조활동을 하다 짤린 해고자"라고 했습니다.
                                                                                      ▲ 필자 이윤기씨

 

한참 후 그는 복직이 되었고 지금은 창원시 공무원입니다. 사실 저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시 행정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때로는 견제하고 비판하는 일을 하다 보니 대체로 공무원들과의 관계는 좀 껄끄러운 편입니다. 

최근에는 행정과 시민사회가 소위 '거버넌스(Governance)'하는 경우가 있어 함께 힘을 모아 주민들을 위한 활동을 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긴장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글쓴이 임종만은 창원시 공무원 중에서 몇 안 되는, '마음을 터놓고 만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복지부동', '철밥통' 등 공무원에 대한 저의 부정적인 인식을 확 바꿔놓은 사람입니다. 또한 지금도 블로그를 통해 할 말은 하고 사는 공무원입니다. 그가 쓴 <나는 공무원이다>는 공무원노조 10년 활동을 기록한 비망록 같은 책입니다. 

공무원은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가?

"이 책은 공무원에게 제한적이나마 단결권이 허용되던 이듬해인 2000년부터 현재까지 글쓴이가 공무원노조 활동을 해오면서 느끼고 부딪히고 경험했던 일상과 긴박했던 순간들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을 담은 책 입니다.

여러 편의 글에서 글쓴이는 "공무원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일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가 '나는 공무원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나는 노동자다', '나는 공무원노동자다'라고 하는 인식의 전환을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왜 노동조합을 만들었는가하는 질문도 이 책에 있는 여러 글에서 거듭거듭 반복합니다. 동료 공무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추방'은 글쓴이와 공무원노조가 내세운 노조설립의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울러 공무원노조가 정권의 탄압을 받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한 활동은 정권과 기득권에 대한 도전이었고, 결국은 공무원에게 온전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내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지요.

공무원노조가 출범하면서 폐쇄적이던 공직사회의 실체가 국민 앞에 드러나고 고질적인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에는 그런 사례도 여러 편 소개되어 있습니다. 몇 가지 사례만 골라 소개해보겠습니다.

"업무 특성상 출장이 많은 부서에 근무하는 쫄병들은 진짜 죽을 지경입니다. 결재 라인에 있다하여 현장에 한 번 가고자 하면 주머니부터 먼저 만져봐야 하니까요. 나가면 의무적으로 쫄병(담당자)이 밥을 사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높으신 분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하위직은 맨날 마이너스 통장을 붙잡고 생활해야 하지요." (본문 중에서)

글쓴이에 따르면 실무자들이 '수당쪼(수당 명목)'로 받는 급여는 현장업무와 관련해 모두 쓰여지는 것이 현실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높으신 분들의 업무추진비가 현장 업무에 쓰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더군요. 시민들은 공직사회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밥까지 사야하는 불문율이 있는 줄을 몰랐지요. 

공무원도 싫어하는 꼴불견 공무원

기사 관련 사진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글쓴이 임종만
ⓒ 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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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바로 인사 문제인 모양입니다. 글쓴이 역시 여러 글에서 부당 인사와 편파적인 인사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봉급이 적은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지적한 글을 한 번 인용해 보겠습니다. 

"자기 고향사람들 챙기는 데 정신없는 관리자"
"편파 인사 일삼는 관리자"
"직장 내에서 은근히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관리자"
"부하 직원에게 사적인 일을 시키는 관리자"
"부하 직원을 끄나풀로 만들어 다른직원에 대한 각종 사생활 정보를 입수하는 관리자"
"부하 직원에게는 인화단결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자기 사람을 챙기는 관리자"
"동료의식은 없고 자기이익과 이해관계만 챙기는 공무원"
"공사를 구분하지 않고 고향사람들과 형님 아우 하는 공무원"
"주민에게 봉사할 생각은 안중에도 없고 맘이 콩밭에 가 있는 공무원"


글쓴이는 동료 공무원과 관리자들의 문제를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아니라 어느 직장, 어느 조직이든지 이런 관리자나 동료들이 있다면 '힘이 빠지고 재수 없는 일'이겠지요. 

한편, 공무원노조와 관련한 글들은 희망과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2002년 3월 2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출범하던 날 쓴 글은 벅찬 기쁨과 희망이 가득합니다. 

"내가 진정 공무원이라면 이날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노동 3권을 외쳐야 합니다.……노예 근성은 바로 주인이 시키지 않으면 일을 못하는 자입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닙니다. 주인입니다.......아직도 명분을 못가진 동지가 있다면 썩은 밧줄을 뚝 끊어 버리고 끊어지지 않는 밧줄을 잡고 힘찬 도약을 해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또 공무원 '노동자'로서의 분명한 의식을 보여주는 대목들도 여러 곳에 있습니다.

"공무원도 사회 활동에 필요한 일을 처리하고서 이 노동을 통해 노동력을 판매함으로써 그 대가로 받은 임금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가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국가주도의 경제발전을 추구하게 되면서 급속하게 공무원 수가 증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예전의 '관리' 신분에서 '공무원노동자'로의 진전이 있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 계급만이 가지는 특권이란, 쉽게 말하면 '자신의 이기적 이익을 위해서 노력할지라도 사회 전체를 유익하게 하고 역사를 옳게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사익'이 모여 결국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개선하고 경제구조를 튼튼하게 하는 '공익'이 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그가 공무원노조를 통해 하려고 하는 일은 '사익을 통해 공익을 추구하는 일'이었습니다. 나라살림을 말아 먹고 부정축재를 일삼는 고위 공직자들을 감시하고,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규정과 관행을 바꾸어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일입니다. 

감봉, 해고, 복직, 파면... 아직 해고 공무원 140여 명

공무원 노조 결성은 공무원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모순된 관행, 일방적 지시문화를 타파해 상식적인 인격존중의 공직사회를 만드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고,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면서도 자기 본분에만 충실한 사람들은 올바른 공직자가 아니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실제로 임업직 공무원인 글쓴이는 경남 마산시 자산동 솔밭공원(약 6300여평)을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다고 합니다. 건설업체가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다가 부도가 나자 시(市)가 경매에 나서 직접 매입하도록 하는 일을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일로 마창환경운동연합으로부터 '녹색환경인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공무원노조 활동과 관련해 감봉·파면·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지만 2년에 걸친 법정소송 끝에 부산고법에서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받고 2009년 복직했습니다.

지금까지 공무원노조 활동과 관련해 1000여 명이 해고 되었고, 현재 140여 명이 해고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글쓴이가 해고의 아픔을 경험한 탓인지 해고 공무원 문제를 바라보는 마음이 각별합니다. 

"해고 당시는 의욕이 충천했다. 해고도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세월이 갈수록 불안해지고 소침해지고 후회스럽고 힘들어진다. 괜히 나섰다가 개인만 피 보는 것 같아 서럽다."

그는 해고자들을 사지로 내몰았던 것 것은 정권과 권력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동지'인 자신들이라고 주장합니다. 앞 세운 이들과 함께 싸웠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 때문인지 그가 쓴 <나는 공무원이다>의 판매 수익금은 전액 '공무원노조희생자구제기금'에 쓰인다고 합니다.

이 책은 공무원노조 10년 역사의 시기별, 시대별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으로 옮겨 놓은 책입니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의 역사를 잘 모르는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시대별·시기별 상황에 대한 배경 설명이 부족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던 것은 옥에 티입니다. 그는 요즘도 여전히 임종만의 참세상(바로가기)이라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나는 공무원이다>(임종만 씀|밝은출판 한빛|2011.09|1만5000원)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