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만의 참세상

부당권력이 또 부조리가 판을 쳐도 참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다

나라별 인구 1,000명당 공무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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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안청/외국의 공직사회

2007. 6. 22.

[기획 - 이제 세계의 눈으로 우리를...<4>] 싱가포르에는 공무원이 없다?

“사실 내게 공무원의 이미지는 소위 ‘해고 위험이 없는 철밥통’이라든가, ‘국민생활과는 괴리된 비효율적인 규제만 만들어내고 권력을 이용해 부정을 저지르는 개혁의 대상’이라는 일반인들의 견해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대표의 저서 ‘열정을 경영하라’ 中)

민간기업보다 효율성 높아…사무관 20%는‘억대 연봉’

싱가포르에는 공무원이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무원’은 없다.

동남아의 이 도시국가는 올해 스위스 경영대학원(IMD)이 평가한 정부 효율성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최고의 정부 효율성은 정부 또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없앰으로써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싱가포르가 그랬다. 이 나라 공무원들은 철저한 시장 원칙의 산물이다.

시장 메커니즘의 특징은 ‘스스로 말미암음’, 즉 자유(自由)에 있다. 최고의 대우를 하는 곳에 최고의 인재가 몰린다. 그 인재를 최고로 키워내면 그 집단은 최고가 된다. 그래서 민간 기업인보다 더 부지런하고, 민간인보다 더 친절하고, 민간보다 더 우수한 집단, ‘싱가포르형 공무원’상이 만들어졌다.

이들이 능력의 최대치를 보여줄 때 정부는 억대 연봉과 초고속 승진을 보장한다. 경제 성장률이 8%를 넘으면 수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보너스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감봉 벼락이 떨어진다. 실적에 따라 우리 돈으로 2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사무관들이 전체의 20%에 달한다. 5년 만에 국장 자리에 오르는 특진이 새삼스럽지 않다. 굳이 청렴과 결백을 강제할 이유도, 부패와 유착이 발 디딜 틈도 없다.

정부 효율성이 범세계적 화두가 된 이후 우리나라에도 ‘큰 정부, 작은 정부’ 논란이 한창이다.

우리 공무원 조직은, 2년 전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동국대 총장)이 “현 공무원 조직의 생산성은 민간 조직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고 말했을 때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싱가포르처럼 공무원들에게 ‘퍼주기’를 해도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들을 수 있을까.

세계경제포럼(WEF)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2004년 17위에서 지난해에 24위로 내려앉았다. 싱가포르를 넘버원으로 평가한 IMD는 우리나라의 정부 효율성에 대해 세계 31등으로 점수를 매겼다.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가 정부 효율성은 30위권 밖이라니. 지극한 불균형이다. “큰 정부라도 일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참여정부 식의 논리는 또 얼마나 타당한가.

한국 공무원 생산성은 민간조직의 4분의 1수준 불과

지난해 공모를 통해 SK그룹에서 무역위원회 소속 공직자로 변신한 박성수 무역조사실장은 민간과 공직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공무원 개개인의 자질과 실력은 뛰어난데 이를 조직화하고 업무를 강도 있게 추진하는 부분은 다소 미흡한 것 같습니다. (민간에선) 해외 출장을 다녀온 날 아침에 샤워만 하고 그날 오후에 또 다른 나라로 가곤 했습니다. 글쎄요. 여기선 절차를 밟아야 하니까….” 그는 “(공무원 조직에선 쉽지 않겠지만) 민간에선 필요없는 조직은 단칼에 구조조정해 버린다”고도 했다. 그의 말 그대로 해마다 공무원 정원의 10% 가까이를 물갈이하는 곳이 싱가포르다. ‘철밥통’은 생존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공무원을 늘리긴 쉬워도 한 번 늘린 조직과 인원을 다시 줄이긴 어려운 곳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정부 중기 인력운영계획’을 보면 늘어날 공무원 수는 5만6800명인 데 비해 축소 인원은 자연 감원분 6300명뿐이다. 현 정부는 집권 4년반이 지나도록 ‘18부-4처-17청’의 비대한 정부 조직에 메스 한 번 대지 않았다. (일본 10성, 미국 15부, 영국 17부와 비교해 보라!)

30여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이 된 조환익 전 산업자원부 차관은 “공직사회에도 업무의 중요도와 강도를 정확히 평가하고 조직을 재편하는 일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무원 조직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때마다 “인구 1000명당 공무원 수가 일본은 33명, 미국은 65명, 영국은 75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4명에 불과하다”는 통계자료를 내밀어 반박한다. 재정지출(2003~2006년)이 국내총생산(GDP)의 2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40.8%에 크게 못 미친다는 사실도 덧붙인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정부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그러면 정부의 계획대로 숫자를 늘려야 할까.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과 ‘유럽형 환자’였던 프랑스와 독일이 앞다퉈 공공 부문의 혁명을 주창하고 있다.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다. 공공 부문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함이다. 2000년까지 114만명을 웃돌던 일본 공무원 정원은 2005년 62만명, 5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독일도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정부 혁신을 통해 정부기관 18.5%, 인력 8.8%를 감축했다.

인원 수 美.伊보다 적지만 규제지표 파워는‘세계 12위’

우리의 공무원 수는 일본이나 프랑스보다 적다. 그러나 민간을 규제하는 힘은 어느 정부 못지않다. 정부 효율성은 31위지만, 정부 규제지표(OECD 평가)는 12위에 올라 있다.

한국정책과학학회는 지난 12일 ‘차기 정부 조직의 바람직한 모습’이란 주제로 특별세미나를 가졌다. 학회는 이 자리에서 국민과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 응답자 중 ‘차기 정부가 공무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답변은 16.7%, ‘줄여야 한다’는 답변은 49.1%였다. 같은 질문에 교수.연구원 등 전문가들의 답변 비율은 각각 13.6%, 63.5%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정성춘 일본팀장은 “일본이 경제구조 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먼저 불황의 원인을 재점검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원인(공공투자 확대 등 공급 부문의 비효율)을 제대로 진단해야 처방(정부의 역할 축소)도 정확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 정부는 정부에 관한 기본인식(정부 역할)에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조직 중 외교와 통일, 교육과 과학기술, 정보통신과 산업, 보건복지와 여성가족, 노동을 묶어 12부 정도로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를 살리려면 정부는 제발 가만히 있어라.”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당대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경구다. 그는 수십년 세월 전부터 불완전한 정부를 믿지 않았다.

이제는 덩치보다는 효율성을 최우선 순위에 놓자. 그래서 우리의 공무원들을 세계 최고로 만들자. 그리고 그들에게 초고속 승진과 억대 연봉이라는 두둑한 선물을 안겨주자.

양춘병 기자(yang@heraldm.com)

[출처] 헤럴드경제 / 2007.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