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만의 참세상

부당권력이 또 부조리가 판을 쳐도 참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기에 살만한 세상이다

퇴출의 시대에 나타난 낮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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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안청/지지배배

2007. 6. 29.

퇴출의 시대에 나타난 낮선 메시지
혁신과 퇴출을 바라보는‘상식의 저항´


[박재목 시인]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변화의 속도가 빠른 디지털 지식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시간, 공간, 속도, 가치가 무너진 상황에서 승자독식의 미래의 생존의지를 선점하기 위해 개인, 기업, 국가 모두가 부단한 혁신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은 스스로의 변화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혁신의 핵심적 이념은 자율성, 유연성, 창조성이며, 반면에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조급성, 구조화, 네거티브 방식의 퇴출이다. 

21세기 혁신 CEO로 가장 추앙 받는 스티브 잡스는 잭 웰치(Jack Welch)의 네거티브 혁신을 가장 경계하고 비판했다. 그는 애플사에서 퇴출되면서도 혁신이란 창조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능력이 좀 떨어져도 서로의 능력을 ‘보태고, 함께하고, 도우면서’ “함께 할래?”라는 ‘어깨동무형 창조적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GE의 ‘잭 웰치’는 냉혹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해고자들의 고통과 원성을 앞세운 엄격한 상벌주의(賞罰主意) 원칙으로 혁신을 추진했다. 당연히 방식은 비교적 쉽고 단순했다. 임직원들을 A/B/C 세 부류로 구분하여 소수의 뛰어난 직원들(A등급)에게 포상을, 능력이 쳐지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퇴출을 강요했다. 

그 결과 잭 웰치의 이러한 네거티브 퇴출 방식은 조급한 단기성과에는 적합했으나 엄청난 안티고객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잭 웰치 방식의 혁신은 단기성과로 포장된 현상주의와 경로경직성만 높이고 말았다. 

따라서 컨버전스 추세가 기존 산업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21세기 디지털 지식정보화 상황에서는 창조적인 가치창출의 패러다임을 충족시키는 혁신에는 잭 웰치의 퇴출방식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일시적 유행(Fad)이 아닌 지속적 트렌드(Trend)로

아날로그 시대를 마감한 상황에서 포스트 잭 웰치의 디지털 시대를 활짝 연 인물 중에서 가장 창조적 상생의 가치로 각광받기 시작한 주인공은 바로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다. 그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항상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라”고 외치면서 퇴출과 배제가 아닌 참여적 학습을 통한 창조성 개발에 앞장섰다. 

또한 혁신의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함께하는 상생의 지혜와 혁신 에너지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했고, 이것을 가치창출에 접목시켜 나갔다. 

그리고 혁신은 ´누구를 못하게´ 하는 ´네거티브(Negative)형´ 일시적 유행(Fad)이 아니라 ´누구와 같이 하자´는 ´포지티브(Positive)형´ 지속적인 트렌드(Trend)로 인식했다. 또한 실행하기 쉬운 것부터 자신과 조직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라고 해석했다. 

스티브 잡스는 일시적 유행(Fad)이란 시작은 화려하지만 곧 사라져져버리는 것이며, 순식간에 인기를 얻고 도망가기 위한 민첩한 속임수와 같은 것이라는 본질적 약점을 간파했다. 그리고 상호작용적(Interactive)인 지속성장의 창조적 커뮤니케이션의 회통(會通)을 열어가면서 배제가 아닌 함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스스로의 파괴적 혁신을 선택했다. 

대화와 소통이 없는 경직된 혁신은 협력의 지혜를 파괴한다. 또한 상대방을 불신하고 공동의 가치실현을 차단한다. 그리고 대승적 차원의 상생적 동반자 관계를 무너뜨린다. 퇴출이라는 엄격주의는 혁신의 근본이념인 자율성, 유연성, 창조성의 가치를 멀리하고 생존의 경로경직성과 눈치보기식 아부 문화만 양산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진정한 성숙과 미래가치의 창출은 유연성과 같은 열린 마음을 잃지 않는 인간의 따스한 체온이 담긴 아름다운 혁신과 참신한 대화, 그리고 소통과 협력의 정신을 필요로 한다. 모두가 함께하는 잠재된 ´창조적 역량´을 발굴하고 혁신의 진정성을 함께 깨달아 갈 때만이 내실 있는 미래의 가치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의 정심수기편(正心修己篇)’에 “심부재언(心不在焉)이면 시이불견(視而不見)하고 청이불문(聽而不聞)하고 식이부지기미(食而不知其味)니라”라는 말이 있다. 즉,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듣지 못하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뜻이다. 

퇴출은 사전 원칙의 확립으로

IMF 위기에 따라 도산 직전의 한국초자전기를 혁신해 세계적 최고 우량기업으로 키운 서두칠 사장이 가장 먼저 내세운 혁신의 원칙은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절대 구조조정 등의 인위적 퇴출은 없다”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랑의 원칙으로 한국초자전기의 전 직원은 눈물과 집념과 사랑으로 회사의 가치를 자기 몸과 같이 아껴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높였고, 무능한 직원들은 스스로 자기학습에 매진하여 모두가 부러워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들은 원칙에 입각한 사랑과 단합의 힘에 스스로 놀라면서 더욱 더 혁신에 매진해 나갔다. 

1993년 삼성도 질 경영을 선언하면서 “월급 다 줄 테니 앞서가는 사람 발목만 잡지 말라”는 것을 혁신의 원칙으로 내세워다. 이들은 ‘삼성 가족’이라는 가족적 공동체의 유대를 변화의 가치로 내세워 위기의 삼성을 세계적 초일류기업으로 혁신했다. 만약 이들이 그 당시 손쉬운 퇴출과 배제의 수단을 동원했더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여기서 心不在焉에서 마음(心)은 바로 ‘사랑하는 마음’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사랑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사랑하는 마음을 위해서는 특히 옴파로스 증후군, 즉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편협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내가 최고이고 남의 능력을 비하하는 퇴출 수단은 결국 의사소통의 단절, 갈등 조장, 불신 초래, 안티 고객 등을 몰고 와 끝내는 효율성과 효과성을 저하시키는 아픔을 초래한다. 

그러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 퇴출제’가 과연 행정경쟁력을 높이는 극약 처방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의 대부분이 이러한 처방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이러한 단편적이고 인위적인 퇴출은 결국은 국민의 손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창조적인 돈의 가치에 공무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돈의 가치와 행정서비스 보다는 사람관리와 시스템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퇴출 보다는 더 근본적인 제도적 혁신이 뒤따라야 이러한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퇴출공무원을 책임질 사람들

‘상식의 저항’이라는 관점에서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목적, 관리자의 정실과 특정인 배척, 길들이기, 눈치 보기, 줄서기, 국민의 행정서비스 보다는 내부 충성심의 매몰 등의 부작용 우려도 지금 이 시점에서 퇴출과 함께 생각해 볼 관점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퇴출의 여파가 결국 국민에게 질 낮은 서비스만 제공하게 되고 공무원의 창의성은 경로경직성으로 변질될 염려를 자아낼 수 있다는 점에도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1조(목적)에 “공무원으로 하여금 국민전체의 봉사자로서 행정의 민주적이며 능률적인 운영을 기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규정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심각한 역사적 연원에서 자아 성찰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만약 이 시점에서 무능공무원이 존재하고, 그를 퇴출시켜야 한다면 가장 핵심적인 근본적 문제의식에서 이를 해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무능공무원 선발 제도에 관한 문제이다. 무능공무원이 정부 조직 내에 분명히 존재한다면 지금의 공무원 선발시스템은 문제가 있는 것이 명백하다. 즉, 지금의 공무원시험 제도는 공무원 자질을 전혀 검증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둘째, 지금의 공무원 교육제도는 본질적으로 잘못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어떻게 공공조직에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유능한 공무원이 무능하게 변질되었으며, 어떻게 교육했기에 그러한 교육 시스템의 작동에도 불구하고 근무 과정에서 무능할 정도로 퇴락했단 말인가. 

셋째, 가장 중요한 문제로 무능공무원의 가장 큰 책임은 바로 퇴출 대상 공무원의 바로 위 상사들에게 있다. 그들은 분명 직무를 태만했거나, 관리자로서의 능력을 상실했거나, 무능공무원과 모종의 커넥션으로 그를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무능공무원 상사 다음으로 책임 있는 부류는 바로 감사담당 부서의 멤버들이다. 공무원법에는 신분보장, 복무, 직위해제, 직권면직 등의 모든 퇴출 방편이 이미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도 감사부서는 왜 그런 무능공무원을 사전에 기관장에게 보고하여 퇴출하지 못하고 사회통념상 마녀사냥 방식으로 처리해야 할 상황을 조장했는지에 대한 반성을 앞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기관장은 앞으로 
이 점을 전 직원들에서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음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상부의 부당한 압력을 배제하여 백성을 보호해야

시대의 아픔을 혁신의 용광로에 녹여 백성의 삶을 아름답게 꽃피우고자 노력했던 정약용은 《목민심서》에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指針)을 밝히면서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했다. 

이 책은 목민관의 임무를 부임(赴任), 율기(律己), 봉공(奉公), 애민(愛民), 이전(吏典), 호전(戶典), 예전(禮典), 병전(兵典), 형전(刑典), 공전(工典), 진황(賑荒), 해관(解官)의 12편으로 나누고, 각 편은 다시 6조로 나누어 모두 72조로 편제되어 있다. 

이 중에서 부임(赴任), 율기(律己), 봉공(奉公), 애민(愛民)의 네 편에서 목민관의 기본자세를 상세하게 논설했는데, “상부의 부당한 압력을 배제하여 백성을 보호해야 하는데, 백성을 사랑하는 이른바 애휼정치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는 것을 가장 강조했다.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 1919-1990)는 1969년 자신의 저서‘피터의 원리’(The Peter Principle)를 통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주장하였다. “조직 내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관료조직, 즉 성과에 기반을 둔 승진과 퇴출이 그다지 동적이지 않은 조직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무능력의 단계에 도달해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혁신학습과 재교육이다. 부단한 학습과 혁신교육은 이러한 무능력의 단초를 제거해 주고 무능력 한계를 좁혀준다. 

사람이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피터의 원리’를 극복하는 방법은 자신의 능력과 감당할 수 있는 지위를 정확히 이해하고, ‘능력의 여유’를 남겨두는 방법뿐이다. 

바로 지금 혁신과 퇴출이 회자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능력의 여유’를 넓히는 것은 함께 노력하는 사랑과 무능공무원의 잠재된 창조성을 끄집어내는 혁신적 재교육과 지속적인 학습이 아닐까. 

결국 혁신을 넘어 혁명도 “함께 할래?”의 의문형으로 배려와 사랑, 상생과 회통(會通)의 정신을 발휘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지금까지의 역사적 교훈이다. 

능력이 모자란 사람을 뒷발로 차며 따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배제의 오만은 결국 그 사람과 그 조직이 그동안 저지른 일차적 과오만을 부각시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혁신은 사랑입니다”라는 이 퇴출의 시대에 나타난 낮선 메시지 하나가 경쟁과 갈등의 사회를 아름답고 따뜻한 패러다임으로 녹일 수 있도록 지금 우리 모두는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혁신의 본질적 지혜를 모아 국민 속으로 달려가는 겸손과 배려의 인간적 아름다움을 이 시대의 진정한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