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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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6. 26.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국 쑥국 쑥국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

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

다시 한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가

화원 앞을 지나다가 문밖 동그마니 홀로 섰는

자스민 한 그루를 샀다

내 마음에 심은 향기 나는 나무 한 그루

마침내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오고

거친 몇 마디가 아내 앞에 쏟아지고

아내는 돌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나는 웃었고 아내의 손을 잡고 섰는

아이의 고운 눈썹을 보았다

어느 한쪽,

아직 뚫지 못한 그 무엇이 있기에

오늘도 숲속 깊은 곳에서 쑥국새는 올고 비는 내리고

홀로 향기 잃은 나무 한 그루 문밖에 섰나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아이는 숙제를 하고

내겐 아직 멀고 먼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막힌 곳 뚫자고 마이너스 대출을 받았겠지.


그런 주제에 웬 맥주!

뭔 재스민!


지 버릇 개 못 준다고 아마 어렸을 때도 분수를 모르고 대학에 진학해 학자금 대출을 받았을 거야.


결혼해서는 무럭무럭 크는 자식들 생각에 갖은 모욕 다 참고 버티다 끝내 명퇴한 뒤 

손에 쥔 퇴직금과 겨우 장만한 아파트를 담보로

치킨집이라도 차렸는지 몰라.



대 이어 자식들 학자금도 오르고,

대출 조건과 금리도 오르고,

가게 임대료와 인건비도 덩달아 오르고

나이마저 줄기차게 오르는데,

고장 난 수도처럼 쏟아부은 노력값은 다 어디로 새는지.


럭키슈퍼에는 하필 찾는 행운만 골라 없고

쑥국새 울음은 서글프고


한걸음에 후다닥 뛰어가서 어깨 힘주고 냅다 갚고 싶은,

그러나 아직 먼 영진설비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