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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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10.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콩국물을 샀다.

집에 돌아와 물을 끓이고 국수를 삶았다.

냉장고를 열어 오이를 꺼내 채썰고 방울토마토를 반으로 잘랐다.

길어온 콩국물을 붓고 새싹채소를 약간 곁들여 고명으로 얹었다.

내리 며칠 콩국수를 먹었다.

 

"이열치열이지!"

유명 삼계탕집과 고깃집에는 사람들이 늘어섰다.

철들며 수없이 목격한 세상 물정은 올여름이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국수는 여전히 삼계탕에 비하면 영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어찌하여 나는 육즙 달곰한 투 플러스 등급 소고기를 마다하고,

질근질근 씹는 재미조차 없는 국수를 한입 가득 삼키면 숨통이 트이는지,

그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입에 올렸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온순한 태도로 말은 없이, 나는 국수를 먹었다.

두 손으로 국수사발을 받들고 되직한 국물까지 다 마셨다.

 

 살아온 나날이 비록 잔칫날처럼 기뻐 들뜨진 않았어도,  

언젠가 나 잔치국수 비우듯 내 생의 허망과 이렇듯 개운하게 화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