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도 가고, 엄마도 가시고

댓글 0

잡담 or 한담

2019. 9. 15.

엄마는 추석 전날 도착하셨다.

 

자식은 비로소 노인이 된 엄마가 쓸 화장품을 사고, 잠옷을 샀다. 가을옷도 샀다.

 

스카프도 샀는데,

하나로는 영 아쉬워 하나 더 사자고 실랑이하다 그만 집으로 왔다.

엄마가 잠시 단잠에 빠지자 자식은 몰래 나가 옷 몇 개를 또 샀다.

 

 

추석날 하늘은 깨끗했다.

피곤한 엄마는 거실 바닥에서 낮잠을 주무셨다.

모로 누운 엄마의 등은 심심하고 허전했다.

다 큰 자식은 다스운 봄날 스르르 몸이 녹아 눈치코치 없이 널브러진 강아지처럼 엄마 옆에 누워 구시렁댔다.

 

"울엄마 많이 늙으셨네."

 

 

 

조금 전 엄마가 떠나셨다.

 

운 좋게 싹이 튼 어린 것들과

뿌리를 내린 젊은 것들은 영악하게 영글고

온갖 풍상을 견딘 것들은 정직하게 시들다 맥없이 사라지려니 싶다.

 

나도 이제는 여행 그만 다니고 가끔 엄마 집에나 들러 농담이나 따먹고, 

밥이나 해 먹고, 또 밥이나 해 먹으며

하룻밤 더 묵어야지.

 

엉뚱한 데 힘 그만 쓰고, 엄마랑 웃으며 영영 작별할 기운이나 남겨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