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g-Dong! The Witch Is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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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or 한담

2021. 11. 24.

1.
전두환 씨가 죽었다.
그는 끝내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인간에게 사람됨을 묻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2.
볼 때마다 역겨움이 치밀어 오르는 사람이어도

막상 그의 부고를 듣고나면 미움을 지속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부고를 접하면 혐오하느라 부글부글 끓던 마음이 희멀건 뭇국처럼 희미해졌다.

 

무성하던 잎들이 모두 지고 능선이 훤히 드러난 겨울에

앙상한 나목이 맨몸으로 찬바람을 맞는 듯한 서늘함이 마음 한켠에서 일어나고

괜스레 속이 헛헛해서 나는 희희낙락할 수 없었다.


3.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비능률, 모순, 비리를 척결하겠다."

학살이 끝난 뒤 전두환과 그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받든 언론이 한 말이다.

 

 

4.
전두환은 육사 출신이 권력을 장악하던 한국서 

군부가 가진 힘과 절대 권력에 저항하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광주'는 예외였다.
광주 시민은 분위기 파악을 못 했다.

육사 엘리트 출신 모임인 '하나회'가 사라진 자리는 검사 사조직과 법조 카르텔이 차지했다.

 

조국 씨는 검찰과 법원의 협공에 저항한 샌님이었는데

다들 검찰 눈치 보느라 바쁘던 시절에 어지간히 눈치가 없었다.

학살 명분은 간단했다.
광주는 빨갱이였고, 조국은 좌파 위선자였다.

 

어느 시절이건 언론은 앞장서 한국사회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5.
살아서 아무리 미로를 헤매도 단 하나의 출구는 멀지 않으니,
죽음으로 결국 삶이 앙상하게 드러난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 나는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그에게 관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6.

전두환 씨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강자에 대한 예찬이 유난히 과한 세상에 딱 적합한 사람이었다.

 

그런 세상에 살면서도 나는 소박한 바람을 품는다.
전두환과 그를 닮아 지독히도 무례한 인간은 죽어서도 부디 평안하지 않기를 바란다.

 

전두환이 아니라 전두환이 남긴 유산이 남김없이 사라지길 바란다.

자기 기분만 신경 쓰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서는 이루기 힘든 가당찮은 바람이지만.

 

 

 

 

 

 

▲반대자들이 철의 여인이라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비판하는 데 사용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 삽입곡 "앗싸! 마녀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