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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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or 한담

2021. 11. 26.

 

 

1.

뒤축이 해질 대로 해져 바늘과 실로는 꿰매기 힘든 양말을 신은

입성 초라한 사내가 전두환 씨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남자는 제복을 입지 않았는데 군모를 썼고

평상복을 입은 민간인인데 거수경례를 한다.

 

그의 정체는 애매하지만,

다른 설명이 없어도 남자의 볼품없는 행색으로 현재 신분이 쉽게 식별된다.

 

그는 한 나라를 손아귀에 쥐고 호사스러운 삶을 살다 간 사람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데,

아이러니한 사진을 보는 내내

웃음으로 환멸과 냉소를 표현하는 블랙코미디를 볼 때처럼 쓴웃음이 나왔다.

 

괴상하고, 엉뚱하고, 부자연스러운 부조화가 선뜩해서 그로테스크를 느꼈다.


2.

더러는 전두환 식의 삶을 내면화, 표준화하고 살면서
폭군이 완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주군의 삶에 경의와 충성심을 내보인다.

 

그들은 상위 계급에 매우 예의 바르며 이데올로기에 돈과 시간을 봉헌하고

명령을 신속히 이행하는데,
계층과 위계를 가뿐히 뛰어넘는 그 정서적 유대와 생리, 병리 현상은

도무지 알 도리가 없고 풀 길이 없는 미스터리다.


3.

거수경례를 하는 남자가 정작 염려할 일은

큼지막한 구멍이 숭숭 뚫린 양말 같은 자기 삶의 공란과 결손을 메우는 일이겠으나

그는 자기만의 신전, 국가를 세우고 귀속감을 느끼는 군인처럼 행동한다.


수명을 다한 양말이,

수명을 다한 하급자의 군모가

이미 수명을 다한 상급자를 향해 엄숙 단정하게 거수경례를 한다.

 

수명을 다한 하층 계급의 '정신적 자유'가

자신의 정신을 옭아맨 상층계급을 향해

예의 바르고, 착하고, 겸손하게 거수경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