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2021년 12월

23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동지(冬至)에 동백

밤이 가장 긴 날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동지. 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하지 말라는 일 많고, 피곤할 줄 빤히 알면서 또 비행기를 탄다. 폭설 예보 없는 도시의 겨울은 앙꼬 없는 찐빵이니 차라리 따뜻한 남쪽에서 올라오는 애기동백꽃을 보고 바닷바람 덜그럭대는 소리나 듣다가 거추장스러운 결기나 다짐 따위 하나 없이 터벅터벅 돌아오려고. 동짓날 핀 애기동백꽃. 겨울에 익숙한 채로 하루하루 꽃 풍년, 생물과 비생물을 한 프레임에 담고서 나 잠시 웃었지. 열매를 맺어 종족 번식하려는 식물의 몸부림, 꽃. 그 빤한 수작이 뽕짝처럼 빤하게 정겹다. 돌아보니 꽃 놓인 자리마다 허공이고 절벽이라 "동백아가씨" 같은 노래 따라 부르며 청승과 신파에 매달렸나. 동백꽃 붉은빛은 곱씹을수록 아득하다. 때로는 어여쁘고 때로는 비장하..

13 2021년 12월

13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고도를 기다리며

팬데믹 극복이 멀게 느껴지는 2021년 12월 어느 날의 공항, 항공기 사정으로 출발이 지연된다. 이륙을 기다리며 창가에 앉아 물끄러미 창밖을 머뭇대는데 문득 옛이야기 떠오르는 듯한 장면이 보여 사진을 찍고 곧바로 제목을 붙인다. "고도(高度)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의 동명 작품 《고도(Godot)를 기다리며》에서 떠돌이 두 남자는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것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사는 일이 대개 내 뜻대로 되기도 하고 아니 되기도 하듯이 사람에게는 분명 오는 것과 오지 않는 것이 있다. 노화, 변화, 소멸 등등은 반드시 찾아오는 반면에 다른 어떤 것과는 끝내 조우하지 못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목을 붙잡은 비행기, 지상장비와 여행자의 바퀴 달린 짐이 상승과 순항고도를 기다린다. 비행기는 중간에 기..

07 2021년 12월

07

명멸하는 장면의 집합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오른, 똘똘한 한 채

1. 집값이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최고치를 경신하며 한없이 오르다가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급등에 따른 부담감에 시장 방향성을 관망하는 이들이 있고, 재도약 랠리를 꿈꾸는 이들과 뒤늦게라도 주거 사다리에 오르려는 이들이 연일 펼치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집을 못 가진 사람이 집을 가질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집을 한 채만 가진 이도 더 나은 주거 조건으로 옮길 여력이 감소했으며 다주택자는 종부세 등을 이유로 거센 불평을 쏟아낸다. 목숨 가진 누구나의 생존에 꼭 필요한 집은 지금 한국에서 만인의 관심사이자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2. 잘 자란 나무 위에 빈집이 남아 있다. 인간의 눈에 거슬려서는 안 되는 새가 안간힘을 다해 짓고 머물렀을 집이 덩그마니 떠 있다. 수십만 번의 날갯..

16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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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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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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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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