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021년 12월

24

잡담 or 한담 끄트머리와 첫머리 사이

해 뉘엿뉘엿 저물 때 집으로 돌아가다 말고 흔들리는 뱅기를 떠올렸다. "좀 피곤해도, 일단 떠나면 무언가를 만나게 되겠지." 비행기가 고도를 높이고 창밖에 둥글둥글한 햇덩이 오르니 마음이 달뜬다. 멍 때리기도 휴식이다. 틈과 틈 사이에 쉼을 만들고 한숨 돌리는 일, 그런 일도 휴식이다. 스산한 겨울 바닷가에 새 한 마리 종종걸음으로 서둘다가 어디론가 사라진다. 뱅기는 만석인데 드나드는 보딩 브릿지를 요령껏 텅 비게 찍었다. 때로 내 한없이 가벼운 마음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짐이라, 그득하게 채우기보다 부러 비우고 개운함을 누린다. 제주 속살 살짝 엿보고 돌아오는 길. 그 도심 위에 둥실 뜬 한라산, 첫눈에 반했다. 바깥에 먼산. 우두커니 먼산. 흔한 경험이 아닌 것은 불안정한 속성이 자리한 나 사는 세상서..

댓글 잡담 or 한담 2021. 12. 24.

15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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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or 한담 그녀 나이 마흔아홉이고, 남편은 그래도 명색이 대선 후보인데...

1. 윤석열 씨가 최측근 권성동 씨와 강원도서 새벽 1시경까지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이준석 대표와 중앙지 기자들이 동석했다. 보통 사람은 큰일을 앞두고 몸가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수험생도 수능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 자기 취약점을 재점검 보완하고 시간 관리와 건강 유지, 감정 조절 등에 각별히 신경 쓴다. 수험생 부모도 자식을 위해 두 손을 모으고 정성을 다해 기도한다. 2.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새벽까지 술집을 들락거린다. 온갖 의혹에 휩싸인 영부인 후보는 취재차 전화를 한 기자에게 나이를 묻고는 "그러면 오빠네요. 여동생처럼 대해주세요"라고 했단다. 그녀의 나이가 49세인데 그 나이의 여성이 공적인 일로 남성과 통화를 하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내 상..

댓글 잡담 or 한담 2021. 12. 15.

08 2021년 12월

08

잡담 or 한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살다가 남은 이들의 건투를 빌며, 나는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다

뭉뚱그려 '커피'라고 부르는 것을 입에 댄 후 그동안 여러 경로를 밟았다. "맥*"같은 동결건조커피로 시작해 기계드립과 모카포트, 핸드드립을 거쳤다. 에스프레소를 즐기게 되면서 잠시 캡슐커피에 손댔다가 사는 일 대개 장비 싸움이듯 에스프레소 머신도 써 봤다. 그러다 몇 해 전 게으른 천성을 인정하며 캡슐커피로 돌아왔다. 미세한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싱숭생숭 들뜨던 열기와 냉기가 가시니 이제 마음이 미지근하다. 커피콩을 가는 일과 뒷정리하는 일도 만만찮아서 빠르고 쉽고 편리한 방식을 애용한다. 실용성 앞에서 낭만은 딱히 쓸모나 득 될 게 없는 찬밥 신세에 놓였다. 뉴스를 보면 멘붕이 와서 서재에 앉아 흐트러진 멘탈 가지런히 빗질한다. 킹메이커, 경제민주화, 법과 정의를 외치는 목소리는 빈수레 요란하듯이..

03 2021년 12월

03

잡담 or 한담 한국 사회의 시대별 신체 나이와 건강 상태

1. "그래도 전두환 때가 먹고살기 좋았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어느 부문은 맞다. 그때는 상고만 나와도 은행에 취업했고 대학 졸업하면 지금처럼 고스펙이 아니어도 화이트칼라가 됐었다. 2. 국가의 성장기를 사람과 비교하면 박정희 씨가 집권하던 시절은 10대였다. 자체 활력과 순발력이 좋아서 역동적이었고 무모하리만큼 과감했다. 사람이 단지 살기 위해 온갖 것을 허겁지겁 먹을 만큼 먹성과 소화력이 왕성했다. 배 고프던 시절이라서 안심 먹거리나 정치 체제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주는 대로 꿀꺽 삼켰고 그때는 별 탈 없었다. 때마침 외부 지원이 성장기 청소년을 격려하듯이 끊이지 않았다. 3. 전두환 노태우 집권 시절은 20대 청년기였다. 개인의 삶에 환경의 영향이 중요하듯이 시대 조건이 국가의 흥망성쇠에 ..

26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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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or 한담 기이한 풍속

1. 뒤축이 해질 대로 해져 바늘과 실로는 꿰매기 힘든 양말을 신은 입성 초라한 사내가 전두환 씨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남자는 제복을 입지 않았는데 군모를 썼고 평상복을 입은 민간인인데 거수경례를 한다. 그의 정체는 애매하지만, 다른 설명이 없어도 남자의 볼품없는 행색으로 현재 신분이 쉽게 식별된다. 그는 한 나라를 손아귀에 쥐고 호사스러운 삶을 살다 간 사람과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데, 아이러니한 사진을 보는 내내 웃음으로 환멸과 냉소를 표현하는 블랙코미디를 볼 때처럼 쓴웃음이 나왔다. 괴상하고, 엉뚱하고, 부자연스러운 부조화가 선뜩해서 그로테스크를 느꼈다. 2. 더러는 전두환 식의 삶을 내면화, 표준화하고 살면서 폭군이 완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주군의 삶에 경의와 충성심을 내보인다. 그들은 상위..

댓글 잡담 or 한담 2021. 11. 26.

24 2021년 11월

24

잡담 or 한담 Ding-Dong! The Witch Is Dead

1. 전두환 씨가 죽었다. 그는 끝내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인간에게 사람됨을 묻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2. 볼 때마다 역겨움이 치밀어 오르는 사람이어도 막상 그의 부고를 듣고나면 미움을 지속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부고를 접하면 혐오하느라 부글부글 끓던 마음이 희멀건 뭇국처럼 희미해졌다. 무성하던 잎들이 모두 지고 능선이 훤히 드러난 겨울에 앙상한 나목이 맨몸으로 찬바람을 맞는 듯한 서늘함이 마음 한켠에서 일어나고 괜스레 속이 헛헛해서 나는 희희낙락할 수 없었다. 3. "정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모든 비능률, 모순, 비리를 척결하겠다." 학살이 끝난 뒤 전두환과 그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받든 언론이 한 말이다. 4. 전두환은 육사 출신이 권력을 장악하던 한국서 군부가 가진 힘과 절대 권력에 저항하는..

댓글 잡담 or 한담 2021. 11. 24.

13 2021년 11월

13

잡담 or 한담 마음이 가는 '말'에 대한 말

1. 홀로코스트 악몽 가운데서도 그럼에도 "인생은 아름다워"라고 말한 이가 있었다. 그럴 수도 있어서 사람들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에 갈채를 보냈다. 그 반면에 역사에 대한 낙관을 무책임하게 전유하면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하듯이 약육강식의 역사만을 긍정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약육강식의 질서를 인정하되 긍정하지 않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법한 환갑을 갓 지난 사내가 일련의 어두운 역사를 반복하는 인간이 가진 확증편향의 항구성을 직시하고, 복수를 복습하려는 무의식적 욕망들을 지켜보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던질 수도 있다. "'악한 사상과 이념은 혼자 오지 않는다' 악한 사상과 이념은 서로 연대해요. 그러니까 악은 악끼리 선은 선끼리 연대하는데 악의 연대가 훨씬 강고합니다. ..

댓글 잡담 or 한담 2021. 11. 13.

29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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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or 한담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뛰고

1. 해 나왔다 비 오시고 비 오시다 해 나온다. 올 장마는 늦는다고 하니 지금 본격 장마철이 아닌데 비가 잦다. 손가락 클릭 몇 번으로 사다 먹는 나는 상관없지만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으며 잘 영글길 바라는 이들은 작황과 수확량을 걱정하며 하늘 보는 일이 잦겠다. 태풍과 우박, 긴 장마 등은 농부의 최선만으로 막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도, 세상도, 하늘도 종잡기 어렵다. 2. 나이 든 사람들은 곧잘 "늙으면 밥심으로 산다"라고 한다. '늙은 사람이 밥을 더 많이 먹는다'며 "헌 섬에 곡식 더 든다"는 속담도 있다. 임명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나 공직 윤리를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고 정치중립을 걷어찬 나이든 고위공직자들도 배가 고픈가 보다. 그들은 자기 권력욕을 문재인 탓으로 돌리며 책임회피로 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