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행복/여행!떠나자

    경북지방우정청 2008. 6. 4. 16:04

     

    흔히 통영을 ‘동양의 나폴리’라고 부른다. 나폴리에 직접 가보지 못해 장담할 수는 없지만

     세계 3대 미항(美港)의 하나로 꼽히는 나폴리만큼 아름다워서 통영을 그렇게 부르지 않을까 짐작한다. 
    나는 아침부터 분주히 간식거리와 추억담기용 카메라를 챙기고 설레는 마음과 기대감을 안고 길을 나섰다.

    통영에 다다르자 왠지 항구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바다 내음과 갈매기 울음소리가 우릴 반겨주는 듯했다.


    통영은 크게 통영 시내와 미륵도 관광특구로 나뉘는데, 미륵도는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연결되어 있어 육지처럼 드나들 수 있었다.

    우리는 반가운 부름에 손짓이라도 하듯, 시내의 유적지를 뒤로 한 채 통영 특유의 오르내림이 많은 언덕길과

    통영대교를 넘어 미륵도의 바닷가에 이르렀다.


    미륵도는 행정구역으로 보면 산양읍에 속한다.

    그래서 붙여진 ‘산양 관광도로’라는 이름의 길은 구불구불한 절경의 해안을 따라 이어지며 숨 막히게 아름다운 절경을 보여준다.

    이른 봄. 쌀쌀한 대지 속으로 쏟아져 내리는 하얀 햇살이 푸른 물결 위에 흩어지자 무수한 은빛 반짝임으로 반응하였고,

    갈매기들은 저마다의 울음소리로 바닷가의 고요한 적막을 깨어주었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차창에는 한적한 바닷가 어촌마을과 조그만 포구가 정겹게 비춰지고 크고 작은 어선들이 다닥다닥 붙어 정박해 있는

    조그만 포구가 눈에 들어온다. 항구를 따라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마을은 평화로운 전원 풍경 그 자체였으며,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분주히 그물망 작업을 하시는 아낙네의 손길과 표정은 소박한 일상의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북포루에서 본 통영야경] 


    바닷가의 정취를 감상한 뒤 우리는 ‘통영 국제음악회’의 공연시간을 기다리며 남망산 공원을 거닐었다.

    남망산 공원은 해발 80m에 불과한 낮고 아담한 언덕 정도의 산이지만, 벚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공원에 오르면 통영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었다.

     

    공원 정상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한산대첩비가 있고 이 충무공 시비도 있다.
     긴 칼을 옆에 차고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잠긴 듯한 충무공의 동상 앞에 서면 나라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시던

    우국충정이 시공을 초월하여 내 마음에도 감동으로 전해지는 듯하여 더욱 애잔했다.


    그렇게 남망산 공원을 둘러본 뒤 이번 여행의 포커스인 ‘통영 국제음악회’공연을 관람하고자 시민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음악회는 통영 출신 음악가 윤이상님을 추모하고자 개최되는 것으로 매년 유명한 음악가의 공연으로 명성이 높다.

    운 좋게도 우리는 ‘자크루시에 트리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클래식과 재즈를 절묘하게 융합시키며 ‘크로스 오버’의 장을 개척한 유명한 음악가 ‘자크루시에’.

    75세가 넘은 자크루시에의 연주는 가벼우면서도 경박하지 않고 틀을 유지하면서도 얽매이지 않는다.

    피아노와 드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그들의 조화는 열정이란 이름으로 설명될 수 있을 듯 했다.

    클래식에도 재즈에도 전혀 조예가 없던 나는 공연이 끝난 후 손바닥이 빨개지고 열이 날 정도로 박수를 쳤다.
    대가들은 관객이 아무리 초보라도 즐거이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 그들을 관객들이 가만히 두지 않는다. 앙코르 요청이 이어지고, 넘치는 에너지로 드럼 할아버지의 연주가 이어지고

    그의 스틱 끄트머리가 깨져 파편이 튄다.

     

    [자끄 루시에 트리오 공연] 


    공연 후 얼굴에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하는 그들이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래 그게 연주인 거다. 인생의 연주.

    70이 넘은 노인에게 평화로움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행복.

    공연이 끝난 뒤 바라본 통영의 야경은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이런 즐거움에 이런 감사함에 흠뻑 젖은 채  통영의 하룻밤은 흘러갔다.


    날이 밝자 우리는 달아공원으로 향했다. 달아공원은 산양 일주도로에 있는 조그마한 소공원이다.

    부슬부슬 내리는 이른 봄비와 봄바람. 이미 통영은 노랗고 분홍 꽃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공원 정상 전망대에 서면 한려수도를 수놓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이 정겹게 펼쳐진다.

    공원 중턱에는 아담한 정자도 있었다.

    관해정(觀海亭).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란 이름 그대로 그곳에선 사방의 절경의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바다와 정자의 그 평화로운 전경을 사진 한 컷으로 마음과 추억을 담아 보았다.


    이번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단연 먹거리였다.

    해산물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도톰한 회는 과연 일품이었고, 산양 일주도로 변에 위치한 보리밥 집도 환상이었다.

    신선하고 깔끔한 채소와 해초를 섞어 비빈 비빔밥과 된장국은 통영을 다시 찾게 할 이유로 충분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대구로 향했다. 여행은 언제 떠나도 즐겁다.

    그 속에서 새롭게 만난 자연과 사람과 마음도 소중하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지금 나는 또 다른 여행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