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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갯돌 2012. 10. 30. 23:32

굿쩐 문화 만든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 손재오 감독

TheFestival 기자    2012-10-30 23:32

 

http://www.thefestival.co.kr/news/interview/1127/

 

 

30년간 연극계에 몸담아 배우와 극작가 그리고 연출자의 길을 걸어온 손재오 예술감독. 

 

전남 목포의 독특한 예술혼과 남도의 연기미학을 끊임없이 개발해 내는 손재오 감독은 극단 <갯돌>의 상임 연출자이며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의 총감독으로 2012년도 바쁜 한 해를 보내왔다. 

 

2001년에 시작된 목포마당페스티벌이 글로벌 축제의 반열에 들어선 올해, 손재오 감독은 마당축제의 명성에 걸맞게 지역문화의 책임을 느끼며 분주히 뛰고 있다. 국내외 공연예술작품을 초청하여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지는 마당극의 이데올로기를 공동체문화로 승화시켜 국제적 축제로 우뚝 솟게 만든 장본인이 손재오 감독이다. 

 

항구도시 목포에서 민중문화에 기반을 둔 수많은 컨텐츠를 생성해 가며 지역적 상상력에서 피어나는 꽃향기같은 스토리를 쉼없이 만들어내는 남도의 축제감독 손재오를 <더페스티벌>이 만났다.  

 

 

 

TheFestival: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이 시작한지 벌써 11년이 지났는데, 성공한 축제의 감독으로서 또 특별히 목포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

 

손재오: 네 그렇습니다. 역사가 묻어나는 거리에서 역사 흔적을 채취하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목포 시민의 자기정체성을 도시경관과 어우러지게 표현하는 일이 제 일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수준높은 공연예술을 시민에게 선사해 주고 주민이 문화의주체로 나서도록 돕고 싶습니다. 

 

TheFestival: 올해 도심에서 마당축제를 펼쳐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는데, 축제가 처음엔 산동네인 유달산 기슭에서 시작했었다면서요? 

 

손재오: 축제를 주관하는 극단 갯돌이 아직도 유달산에 있습니다. 그 곳에서 지난 11년간 마당축제를 개최해 왔습니다. 2012년 올해 처음으로 무대를 시내로 옮겼습니다. 그렇다고 시끄러운 번화가 신도시를 택하지도 않았습니다. 신도시 개발로 많이들 떠나 상권이 약해진 원도심입니다. 구도시에 활기를 넣고 신도시에 문화를 활짝 퍼뜨리는 일을 했습니다. 구도시의 활기는 클라식하지요.

 

TheFestival: 마당극을 그대로 옮겨서 도심에서 하기란 쉽지 않을텐데요? 

 

손재오: 그대로 옮긴 게 아닙니다. 형식 자체가 다르지요. 사이트 넘버링 시스템으로 12개 장터를 관객이 선택하여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무대 번호를 매겼습니다. 유달산에서 할 때는 3개의 마당 밖에 없었지요. 이제는 "장 바닥에 비단이 깔리는 날, 마당은 판이다"라는 슬로건처럼 불균등한 경제여건에 고생하는 원도심 상가에 유동인구도 늘리고 상권회복에도 도움을 줄 겸 구도심에 비단을 까는 문화주입을 하는 겁니다.

  

△ 제12회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의 한 장면 한영애의 반전굿 퍼포먼스 (사진: 권영일) 

 

TheFestival: 왜 목포인가요? 오랜동안 목포에서 작품활동을 하시는데 목포를 사랑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손재오: 목포는 항구입니다. 목포의 기질은 바다와 같습니다. 포근하게 무엇이든 받아주는 게 바다 아닌가요? 항구는 배들이 드나들며 편안하게 정박하도록 자리를 내 줍니다. 저희는 축제를 통해 편안한 어머니의 품안을 시민들에게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목포는 문화예술 향유하기에 열악한 환경입니다. 25만 목포 시민 중에서 연극 한 편 못 보고 죽는 사람도 허다합니다. 재능을 시민들에게 증여하고 싶습니다.

 

TheFestival: 목포 마당축제만의 차별화된 특징적 요소가 있다면?

 

손재오: 재능을 나누는 것이요 ,사람들을 모시는 겁니다. 시민들에게 문화를 돌려드린다는 개념이지요. 예술로 표현되는 모든 이야깃거리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나온 것이기에 이를 그 문화의 발원자에게 되돌려 드리는 게 예술인의 몫이요, 나누고 모신다는 개념을 항상 가슴 속에 가지고 삽니다. 그래서 인위적인 거리공연이 아닌 주민주도의 주민화합형 축제가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겁니다.  

  

 

TheFestival: 시민들이 좋아 하던가요?

 

손재오: 무엇보다도 지방 소도시인 목포가 젊어졌다고 좋아들 하십니다. 첨에는 축제로 인해 상가나 도심의 기능이 마비될까봐  걱정도 했습니다. 일본의 시즈오카나 요코하마도 상권의 핍박을 받으며 축제를 시작했듯이 저도 손가락질 받으며 도심 속 마당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저항과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화도시 목포를 위해 밀어 붙였습니다. 결국은 점점 극단 갯돌의 존재가치와 그 정체성이 인정을 받으며 자리를 잡게 된 것이지요.

 

TheFestival: 재정적인 뒷받침도 충족치 않았을텐데 예산은....

 

손재오: 지자체 예산이 시에서 6천만원, 도에서 추경예산으로 4천만원 확보되었습니다. 다들 작은 예산이라고 걱정들하지만 저는 이 것도 고맙다고 감사히 생각합니다. 처음엔 500만원 예산으로 시작한 축제였는데 11년만에 20배 성장하지 않았냐고 하면서 자위를 한답니다.

 

TheFestival: 적은 예산에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나갔는지요

 

손재오: 돈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지요, 그러나 예술은 항상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축제는 예술이지 돈이 아니지요. 간혹 축제집행위원장과 예술감독이 의견 불일치로 티격태격하는 경우를 많이 보시지만 저희는 이럴 수록 똘똘 뭉치자고 서로 위해줄 때가 많았습니다. 11년간 축제하면서 싸움한 번 안했습니다. 싸우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는 골방에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마당에서 이루어짐이 훨씬 생산적이기 때문입니다.   

 

TheFestival: 굿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길거리 공연에서 흔히들 자유롭게 내는 공연료, 버스킹(Busking) 문화를 확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재오: 굿전이요? 좋은 일로 돈이 되는 것, 버스킹을 우리말 신조어로 만들어 본 겁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굿과 좋다는 굿(Good)의 이중적 의미와 돈을 말하는 전(錢), 사실은 쩐이지요. 이 둘의 합성어가 굿쩐인데.. 우리의 가치철학이 담겨져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번 축제에서 굿쩐이 좀 들어 왔습니다.  ㅎㅎㅎ

 

 

TheFestival: 보통 연극인은 배고프다고 하지 않습니까?

 

손재오: 1981년 청년문화운동으로 연극을 시작하여 30년간을 극단 생활해 온 감독입니다. 지금 열 일곱명의 단원들이 극단 경력도 풍부하지요. 선후배 규율도 잘 짜여있고, 허리가 강한 조직입니다. 단원들이 붙임성이라고 하지요 사회성이 좋아서 주민과의 소통이 아주 잘 되고요..  5000원씩 크라우드 펀딩 개념으로 서포터즈 회원을 모집도 했습니다. 물론 성공했구요. 큰 돈을 원한 게 아니라 모든 게 공동시스템이요 우리 예술단체의 주인은 시민이라고 정의를 내린 터니까요. 그렇지만 극단 대표로서 단원들에겐 항상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TheFestival: 감독님은 연극인입니까 축제인입니까? 연극하랴 축제하랴 힘들지 않으십니까?

 

손재오: 연극인이지요.  축제를 하는 연극인입니다. 극단 갯돌이 200여회 공연한 중에서 170회 이상을 야외공연으로 했습니다. 축제의 노하우가 자연스레 쌓이게 된겁니다. 야외공연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거기에서 형성된 인맥은 스탭을 아웃소싱하는 셈이 되었습니다.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대에서 공연만 했으면 인간관계는 한정됩니다. 모든 단원들이 대부분 목포 또는 인근지역 출신이어서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도 되었고요.. 좁은 땅 목포 안에서 서로 문화적 이질감이 없기도 해서 행사의 품앗이 하기가 쉽기도 했답니다.

 

TheFestival: 개인적으로 감독님은 언제 어떻게 예술분야에 처음 탐닉하게 되셨는지..

 

손재오: 성장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부잣집 아들은 아니니까요. 공부도 못해서 대학입시 실패하고 집에서 3만원 훔쳐가지고 서울로 도망을 왔어요. 서울역 앞의 큰 빌딩 지하에서 생활도 했고 공장 노동자로 인형 뱃 속에 솜을 넣는 충진사 일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동아일보 극단 단원모집에 우연히 응모하게 되었고 문학도의 꿈과 연극인의 소망이 동시에 엮여지며 이 길로 들게 되었습니다. 

 

TheFestival: 한국축제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신데..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손재오: 프랑스의 오리악(Aurillac)축제나 한국의 춘천마임축제, 과천축제 등 거리극 마당을 펼쳐내는 예술인들과 잦은 교류를 하면서 남도의 문화를 진한 인연들로 함께 머리를 맞대어 펼쳐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축제다운 축제들을 골라 그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목포의 히스토리를 엮고 싶고 신안군의 수많은 섬이야기와 오일팔 정신을 예술적으로 자연스레 마당에 녹여내는 일 등을 하고 싶어요 한국축제의 발전이 있을 겁니다.

 

△ 더페스티벌 서정선 대표와 즐겁게 대담하는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의 손재오 총감독

 

목포의 눈물 이난영의 삶의 스토리를 축제로 승화시키고 공연예술축제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전환해가는 손재오 감독.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편안한 미소에서 남도의 정이 듬뿍 느껴졌다. 우리네 웅켜쥔 서민 생활의 질곡 속에 면면히 흘러 내려온 민중문화의 기반이 마당이었기에 손 감독의 남도 유전자도 이야기 속에서 자주  발견되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목포세계마당페스티벌의 기원이 극단 갯돌의 인간성에서 태동되었음을 인지하게 되었고, 인간 손재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