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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갯돌 2012. 4. 4. 18:30

극단 갯돌 손재오 총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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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2-04-04

 

|인터뷰|


억눌리며 살아온 민초들은 광대의 몸짓과 소리에 웃고 울며 설움을 달랬다. 광대는 세상을 조롱하고 풍자하며 답답한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했다. 목포 극단 갯돌의 총연출을 맡고 있는 손재오 씨는 지역의 대표적인 광대 중 한 사람이다. 조연출로 연극에 발을 들인 그는 배우로 무대 위에 서면서 작품도 쓰고, 다양한 장르의 연출도 도맡았다. 2011년에는 민족극계 최고상인 ‘민족광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광주브랜드공연 ‘자스민 광주’ 총연출을 맡았던 손 씨가 이번엔 마당극을 들고 광주를 찾았다. 지난 3월 29일과 30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마당극 ‘최고네’를 올린 그를 만났다.

상경 청년, 공장에서 일하며 연극 시작
30여 년 전, 손 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막무가내로 서울에 발을 들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공장 노동뿐. 공장에서 생활하며 반복되는 삶을 살던 어느 날, 그의 눈에 띈 것은 ‘단원모집’ 광고였다. 학창시절부터 작가가 꿈이었던 그는 “연극도 예술의 한 장르인데, 글 쓰는 것과 분명 연관이 있을 거야”라며 극단 문을 두드렸다.
극단에 들어간 후에도 생계유지를 위해 공장 일을 그만 둘 수 없어  힘에 부쳤다. 결국 공장을 그만두고 김 장사, 식당종업원 등을 하면서 극단에서 조연출 활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힘들고 고된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당시 사회 밑바닥을 두루 경험했던 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극단 활동을 하던 그는 고향 목포에 내려와 마당극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배우로 무대에 섰다가 차츰 나이가 들고 후배들이 들어오면서 극작과 연출을 병행하게 됐다. 지금은 연출가로만 활동하고 있지만, 가끔 창작의 고통에 시달릴 때면 예전 배우 시절이 그리워진다. 무대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고 뛰고 싶고, 억제되지 않은 날것들의 도발 같은 것들을 꿈꾸기도 한다고. 그래도 연출가라는 타이틀이 참 마음에 든단다. 그는 자신을 “연극이 아니면 지구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라고 표현했다. 신은 광대에게 지독한 가난을 주는 대신 자유로운 영혼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운명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마당극 천지굿에서 연기하는 손재오 총연출.

극단 갯돌·자스민 광주·민족광대상까지
그는 연극과 뮤지컬, 퍼포먼스, 마당극 뿐 아니라 지역 축제의 개·폐막식을 도맡아 연출했다. 지난해에는 ‘자스민 광주’ 총연출로 작품을 진두지휘했다.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의 자스민 광주 공연은 내 생애 가장 뜨겁고 가슴 아팠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자스민 광주’는 철저하게 국제적 감각을 중심으로 우리 역사와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어떻게 소통되는가가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제의, 즉 굿이라는 연행양식에 광주민중항쟁의 내용을 넣은 것이죠.”
당시 이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 관람객들은 “작품이 다이나믹하고 슬프면서 아름답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 작품을 잘 선택했다 싶었고, 그동안 가슴 아프게 안고 살았던 광주에 대한 부채를 일시에 털어 내는 듯했다. 지난해 민족극계 최대 상인 ‘민족광대상’을 수상했을 때의 소감도 남달랐다.
“광대짓 시작한 지가 27년입니다. 물론 평생을 무대에 바친 선배님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숱한 세월과 그 삶의 가치를 상으로 보상 받는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 더더욱 한눈팔지 말고 살라는 일종의 경고 같아서 정말 감사히 상을 받았어요. 누구나 우연한 사건을 통해 자신을 깨우치고 다시 재무장하게 되듯 민족광대상은 나에게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 인생의 빅 이벤트였습니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해학과 감동·웃음과 눈물 추구하는 무대로
지난 3월 29~30일에는 극단 갯돌 창단 이래 처음으로 광주 초청 공연을 가졌다. 31년 만에 광주 무대에서 선보인 작품은 마당극 ‘최고네’. 한 동네에서 나란히 홍어 전문점을 운영하는 남도음식명인이자 앙숙인 최씨와 고씨의 이야기다. 그는 “양보와 이해라고는 없는 둘의 갈등을 통해 폭력과 불신으로 치달아온 우리 시대의 단면을 풍자하고 꼬집고 싶었다”며 “광주 관객들이 웃음 속에서 다문화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갖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당극 최고네는 광주 공연을 시작으로 대도시권 순회 공연에 들어갔다.
손재오 총연출은 이와함께 목포 유달산과 삼학도 신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작업도 하고 있다. 제작 기간은 5년. 6월초 프리뷰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며, 5년 동안 끊임없이 다듬어 세상에 내놓을 참이다.
“광대는 한과 신명을 고루 담아내면서 삶의 역동을 추구할 줄 아는 인간이지요. 타고난 운명을 희극으로 바꿔치기하는 인생, ‘겉웃음 속울음’이 광대의 삶입니다. 그래서 저는 ‘광대’로 불려지기를 원하고 다시 태어나도 광대 짓하면서 살고 싶어요.”


 광주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 마당극 '최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