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돌 소식/요즘 갯돌은^^

극단 갯돌 2019. 12. 21. 13:35



흔히 대한민국을 반도의 땅이라고 합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는 고대해상국가 때에는 바다루트를 통해 교통, 물류, 정치, 문화, 경제 등이 오갔던 영예로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육지의 발달로 인하여 대륙진출이 우위에 있고 바다와 섬은 점차 소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증후를 맞이하면서 섬은 문화, 정치, 경제, 생활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가치가 하락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섬마을의 정주인구가 부족하고 고령까지 겹쳐 활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도서지역 인구 분포 노인층이 80%를 차지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갯돌이 위치해 있는 서해안도 그 소외현상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갯돌은 1981년 창단 이후 섬과 바다를 화두로 안고 실천한 민간예술단체입니다.

1981년 일제강점기 신안 암태도 소작쟁의 항쟁을 극화한 마당극 나락놀이’,

1983년 선주와 선원의 갈등관계를 그린 '어부놀이' 등을 작품으로 올렸다는  것에서 바다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습니다.

 

갯돌은 섬주민의 문화복지예술에 관련한 다양한 공연, 교육, 축제 등을 섬으로 실어 나르는 활동을 했습니다.

 

갯돌의 섬 활동은 대략 네시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80년대는 섬을 소재로 한 공연과 주민연대 활동,

90년대는 섬 청소년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교실,

2000년대는 섬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찾아가는 무대제작공연 및 축제공연,

그리고 현재는 신나는 예술여행 및 섬 예술축제 등으로 섬 주민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주요 대상지는 신안군이 가장 큰 중심이었습니다.

 

갯돌은 섬 지역에 새로운 문화 활력을 불어 넣어 주민의 문화의식의 변화와 발전에도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의 활동은 비록 작은 몸짓에 불과했지만 지속가능한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했기에 40여년동안 꾸준히 관계를 맺고 실천했던 것입니다.




@1981년 마당극 나락놀이 공연



@2006년 총체극 수달장군



갯돌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하는 지리적 문화소외지역을 위한 신나는 예술여행에 공모 선정되어

지난 6월부터 12월까지 장장 6개월 동안 도서지역 순회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업명은 뱃길따라 '갱번마당놀이'입니다.

갱번이란 바다와 갯벌을 의미하는 방언으로 섬문화를 대표하는 핵심적인 키워드입니다.

갱번마당놀이는 섬으로 순회하면서 도서지역의 특성에 맞는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한국적 정서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마당문화를 배달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도서지역 대상은

신안(장산도, 반월도, 하의도, 신의도, 선도, 비금도, 도초도, 고이도),

완도(청산도, 생일도),

진도(조도, 관매도)

3개의 지자체에 12개 섬으로 아직 연륙이 되지 않은 순수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거주인원이 작은 지역을 순회지로 선택했습니다.






 

이번 신나는 예술여행의 큰 구성은 체험교육과 전시 및 공연으로 구성했습니다.


체험교육에는 민요, , 드론영상, 사진 배우기로 진행했고

전시 및 공연에는 주민사진전시, 지신밟기, 노래교실, 산다이, 마술, 마당극, 북춤, 영상발표 등 다양한 내용으로 작은 섬마을축제를 개최했습니다.

 

이 과정을 간략히 말하자면

1. 먼저 섬에 들어가 사전답사를 하고

2. 다음은 교육을 하러 가고

3. 다음은 결과물을 축제로 꾸려 전시와 공연으로 주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한 섬씩 개최할 때마다 총 3회차 배를 타고 오가야하는 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농번기와 성어기를 만나는 계절에는 주민과 일정을 합의해야 하는데 매우 힘겨웠습니다.

섬의 주요공간인 경로당, 비닐하우스, 학교강당, 마을회관, 체육시설, 복지센터 등을 선택하는 것도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각별한 신경을 써야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신나는 예술여행 속으로 떠나볼까요.

일정조율과 사전답사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섬으로 드나들면서 교육강좌를 개최합니다.

배시간을 맞추고 짐을 싣고 마을로 이동하고 짐을 풀고 어르신들과 함께 놉니다.

할머니들의 마음을 여는 데에 나름의 전략을 세웁니다.

몸빼바지, 전통민복, 뽀글이가발 등을 치장하고 귀엽게 놀면서 웃음을 유발시킵니다.

어르신들이 점점 갯돌의 친근한 놀이마력에 경계심을 풀고 웃음으로 빠져듭니다.

진도아리랑, 유행가로 함께 합니다. 옛날 노래와 놀이로 밤샘을 했다던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산다이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웃음꽃이 피면서 어르신들의 젊음이 새록새록 자랍니다.











할아버지들은 기계조작이 완성맞춤입니다.

독립영화감독이 현대의 최첨단 미디어 도구인 드론조작법을 할아버지께 가르쳐줍니다.

신기한 듯 빠져드는 손놀림 자체가 흥미와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드론이 윙윙거리면서 하늘을 비행합니다.

처음엔 두렵고 서툴지만 몆 번의 반복으로 익숙해집니다.

경운기 운전만큼 쉬운 것임을 알아가면서부터는 자유자재로 하늘을 비행시키면서 마을 곳곳을 화면에 담습니다.

내가 사는 마을 전체를 드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하다고 기뻐하십니다.






다른 편에서는 사진작가가 기기조작법을 설명합니다. 렌즈와 조리개 활용법을 간단하게 익힙니다.

할아버지가 이곳저곳을 사각의 앵글에 담아 샷터를 누릅니다.

마을 길가의 꽃을 담기도 하고 이웃 노인들에게 포즈를 요구하며 연신 신나게 누릅니다.

기계에 대한 낯설음에서 해방된 탓인지 할아버지들은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 현재 겪는 고민 등을 스스럼없이 작가들에게 털어 놓습니다.

섬에서 살면서 문화행위를 처음으로 체험하는 기쁨 탓인지 마음을 내놓고 맙니다.

마음의 문을 함부로 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세대는 이렇게 예술가들의 정성스런 부추김 속에서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통과합니다.

덕분에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신명을 돋게 합니다. 바다가 내어준 개방성인지 한 번 마음을 열면 뜨거워짐을 실감합니다.










축제형식으로 꾸려지는 전시와 공연을 하는 날에는 음향셋트, 분장텐트, 전시도구, 홍보물, 악기 등 수많은 짐을 트럭에 싣고 배를 타고 섬에 들어섭니다.

짐을 싣고 나르고 푸는 일이 번거롭고 고단하지만 오늘 열리는 작은섬 축제에 주민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힘겨움이 떠나갑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교육과정에서의 앞선 만남에 친근함이 더욱 달아오릅니다.

교육과정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촬영했던 사진작가의 작품이 근사한 액자로 전시공간에 자리잡습니다.

전시공간이라야 행사장 입구 너덜너덜한 경운기 옆이나 농기구, 나무아래 등에 세워 놓으면 자연스럽게 전시구성이 됩니다.

자신이 나온 대형사진에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신나는 풍물놀이로 마을의 일상를 깨웁니다.

여기저기에서 주민들이 몰려옵니다.

가수가 노래를 하고 주민들과 함께 노래자랑시간을 갖습니다.

공간은 이내 축제열기로 가득찹니다.

마술가의 마술공연에 취한 주민들이 연신 박수와 환호를 지릅니다.

이어서 효의 근본을 예술로 승화한 심청전을 바탕으로 한 국민마당극 뺑파전이 공연됩니다.

눈 못 뜬 심봉사의 고달픈 심정과 못된 행실만 일삼는 뺑파 사이에 울음과 웃음이 교차합니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를 만나 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에서 주민들은 최고의 절정을 맞이합니다. 눈가에 눈물이 고입니다. 슬픔으로 푹 빠져듭니다.

신명난 비나리와 북춤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무병장수를 빌고 마을의 화합과 발전을 기원해줍니다. 공연장에 신명난 기운이 퍼집니다.













어깨를 들썩이며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공연을 처음 보았노라고 고백하면서 단원들의 손을 덥석 잡고 감사의 표현을 해주십니다.

공연이 끝나면 짐을 정리하고 하룻밤을 섬에서 묵고 배를 타고 육지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내내 전날 공연했던 작은 축제에서 울고 웃었던 잔상들이 뱃머리에서 자꾸만 떠오릅니다.

예술가가 되기를 잘했다고 스스로 토닥입니다.








이렇듯 지난 6개월 동안 우리는 말 그대로 신나는 여행을 하고 돌아 왔습니다.

섬으로 실어 나르는 마당문화, 갱번문화를 재생하고 창조했던 사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예술가들이 섬사람들로부터 배워가는 마당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섬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을 배웠고, 넉넉한 인심을 경험했습니다.

섬 사람들의 삶의 스토리를 통해 감성과 지혜의 행간을 읽어내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사업으로 섬사람들이 오래된 소외로부터 벗어나 육지의 문화와 바다의 문화가 만나 서로 상생하고 소통하기를 소원했습니다.

섬의 인문학적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린 실천과정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정성으로 함께 했던 나날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갯돌은 섬의 회복을 위한 제2의 도약의 길로 함께하겠습니다.







 

  이 사업에 많은 참여 단체들이 함께하여 머리를 맞대고 축제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독립영화관 씨네로드 정성우 감독과 오영아, 박혜선, 배효진, 황호선, 이가은, 임수연, 영화인 여러분! 섬 사람들의 발자취를 기록해주셨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연리지 예술단 대표 이춘효 명창을 비롯한 장광월, 장종예, 박연임 명창님! 최고의 울림으로 감동을 주셨습니다.

사진작가 권영일 선생님을 비롯한 정봉채, 강민구 작가님! 섬 사람들의 마음을 기록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마술사 김영재 교수를 비롯한 박태환, 이창민, 송재건 마술사님! 주민여러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선물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가수 채은주 선생님을 비롯한 채인심 강사님! 내공있는 목소리로 주민에게 심금을 울려주셨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공동체정신의 가치를 온 몸으로 실천한 극단갯돌 단원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섬 방문을 제일 많이 해주시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섬 주민들과 형제우애처럼 빛내주신 갯돌 문관수 대표님, 고은정 단원님께 심심한 위로와 찬사를 보냅니다.

6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탄탄한 계획과 실행으로 본 사업을 총괄하여 대성공으로 이끈 갯돌 기획실 장고은 단원에게 위로와 격려를 드립니다.

 

6개월 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