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전/1, 비상구

한수 2013. 1. 8. 12:23






새해에

그 노인을 다시 만났다.


더 따뜻한 오전 햇살 아래에서

오늘은

일거리도 제법 많아 보였다.

"아이구우.. 오늘은 일 많으시네요?"

"이거먼 아침거리는 한 거지이..."

"아니, 웬 아침을 그리 많이 드십니까?"

"엥... 혼자만 묵나?"


"사진 좀 찍어도 돼요?"

"엉. 찍어, 찍어.."





한문 쓰는 새 종이 펼쳐 놓으시고는

"오늘은 글 쓸 시간이 없어"









전에 글 쓰신 건 다 버리셨단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지 내 알아볼께요."

"그래, 알아봐. 어려운 글자가 많아아.."


"오늘은 날도 따뜻하니 일 많이 하시고

글씨도 많이 쓰고 돌아가세요."

"응, 그래. 또 봐아.."





'그 노인네..

날더러,


청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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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약방 다녀오는 길에 다시 만났다.

그 노인은

옷 갈아 입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일어서려는 듯 온 몸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아, 어디로 옮기시게?"

"엥?"

자리를 옮기시게요?"

"왜?"

"그늘 져서 추우니까요"

"아니,

인자 들으가야지이...

허어,

다리가 아파,

다리가.."


오늘

몇 집의 식도

날이 서게 갈았을까

힘도 없는

노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