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전/4. 물질론

한수 2014. 1. 27. 11:19


                                                                                                                                             ©일러스트, 책에서 (느린걸음)



일리치(Ivan Illich)는

파격적인 사상가로 한 때 유행했으나 곧 잊혀졌다.
잊혀진 그를 만나거나 아직 살아있는 그의 초지일관한 이야기를 듣는 대부분의 산업주의자들은 그를 차갑게 매도했다. 공허한 이상주의자…
한 때의 유행이 흔적없이 지나간 그 20여 년 후 그가 죽자, 그를 얼핏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가 아직도 살아있었느냐고 물었다.
평생 그는 근본주의자, 급진주의자, 몽상가라고 비난 당하였으나 인간이 산업 동물이 된 이후에 그건, 그가 당연히 달갑게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을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다른 이름이었다.

또한, 이상주의자였던 그는 <현실적인 인간 / 산업 동물>이서는 안되기 때문에 비 당대, 제삼자의 자리에서
현실 세계와 문명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고 맹렬히 비판하였다.
특히, 후반부에 12세기의 유럽에 관하여 집중 연구했으며 그를 통해 그 이후의 현대 세계를 보다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했고 또,

비난 당하였다. 복고주의자…

그는 학교는 물론, 병원을 포함하는 현대 기술 모두를, 그건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혐오하거나 비판하였으며 자신의 고통스런 안면 고질병도 병원에 가서 치료하지 않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20여 년을 함께 가지고 갔다.

나는 그가 죽은 지 또 10여 년이 지난 후에야 그를 만났고
감사와 함께 연민을 느낀다.

그는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2002년 독일의 브레멘에서 76세에 죽었다.
평생을 어느 한 나라, 한 곳에 정주하지 못했고(않았고) 미국과 남미,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고국이라는 개념도 없이 굳이 말하자면 라틴어를 모국어라고 생각하며 수많은 언어들을 통해 교류하고 저술했다.


“형님하고 아주 비슷해요.” 라는 간단한 소개와 함께 어느 후배가 선물한 책,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혹시, 전에 그의 다른 책이라도 읽었던 것은 아닐까? 왜 이리 친근하지???
참, 그렇군… 그런데,
천만에,
그는 신을 믿었고(한 때, 로마 교황청의 사제였다.) 지금 그는 신의 나라에 거할 것이나 (나는 감이 안잡힌다.)
나야 뭐, 철저한 물질론자, 아마 몇 년 뒤 그처럼 죽어, 태워져 뿌려지거나 썩어, 저 코스모스 속 또 어떤, 다른, 새로운 미립자 물질 부스러기로 흩어지는 날까지 내가 혐오하는 이 세계와 그 한계 공간 안에서 내가 또 혐오하는 방식으로 부끄럽게 존재하지 않으면 안되는… 뭐…
그리고,
그는 12세기의 유럽에 비교 가치의 중심을 두었지만 난 지금 몇 년 째 동양의 고대, 봉건의 세계에 들어가서 인간계의 절망을 읽고 있으니…
그는 또 “미래보다 희망”을 얘기했지만 난 희망보다 일체의 무가치를 얘기하고 있으니… 아,
(인간의 선한 행동들이 다 무가치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사실 인간이라는 물질개체의 파장, 에너지 운동의 총합으로의 한 결과에 불과할 뿐이기는 하지만, 어떤 존재의 존재 양식이나 의지적 행동이 타자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그건 아름답다고 할 것이다. 내가 인간으로 존재하는 동안에는.)


참, 그는 말년에 "침묵"을 얘기했다...

그건 차차 읽기로 하고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이 글을 쓰고 있으니, 나는 펵 서두르는 편이다.
또, 내 식으로만 해석하고 있으니 어떤 이들에겐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 읽은 후 전면 수정될지도 모른다.
내 얘기로 인한 선입견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소개가 너무 늦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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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이라...

radical  어원 rad(뿌리)+ical(…의)

... 그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사상가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외로운 존재만은 아니었다.

역사의 진보를 믿거나, 현재의 세계 모순에 화가 난 사람들, 여전히 구 사회주의의 다양한 스펙트럼들을 다시 뒤지며

그 안에서 대안을 찾는 어떤 이들에게는 최근 한 세기에 가장 주목하고 진지하게 대화해야 할 만한 탁월한

통찰자이며 이론가, 그들의 벗이었다. 고 한다. 벤야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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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무엇을 얘기할 것인가?


나는 너무나 많은 밑줄은 쳤고,

인용하고 싶은 말은 너무도 많고..


그를 함부로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현대 사회를, 작금의 이 지구를 올바르게 통찰하기 위한 현미경...


신간의 이 책을 서둘러 사 보내준

후배(선생님)에게 깊이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