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전/5, 제주 풍경

한수 2014. 10. 3. 21:51



성산읍 종달리

참 좋더만
동네 앞 앝은 호수
길 너머 연못같은 바다로
흰 모래 물빛들이 참
더 없이 좋더만
기념 사진 한 장 찍고

검은 색 대절 관광 버스에 실려
다리 건너 우로 돌아
일출봉 가는,
잔디마져 땅바닥에 달라붙은
바람모지 언덕
육지에 관한 상상력을 허용치 않는
거룩한 빛깔의 바다 캔버스
거기 섬세한 실루엣으로만
바람 앞에
버티고 섰는
그 놈의 팽나무들 두어 그루
강요배 닮은

나도 말문이 막힐 것 같아
거기엔
전화 한 통 할
엄두를 못내고
제주도를 떠났구만

비행기 시간을 오늘째
네번이나 바꿔
우도, 성산포 유람선 구경하고
성읍 가서
조껍데기 막걸리 두 잔
흑돼지 고기
맛만 보고

눈 싸인 길 가
삼나무 숲 사이로
택시 타고 공항 가며
저런 조랑말 값은 얼마나 합니까
저런 데 초지 땅값은 얼마나 합니까
말 키우는 게 채산성은 있습니까
김종필이 땅이 제주에 아직도 있습니까

조랑말이나 서너마리 키우면서
빗질한 젖은 머리처럼들 누운
초지 풀들을 밟으며
해송 사이 더러
하귤 나무 몇 그루 심고
종일 부는 바람에 모자나 깊이 눌러 쓰고
날마다 바다 바라보며
바다 바라보며
집 하나 짖고
나도 여기 살 수 있을까
생각했구만

제주 밀감 농사 다 끝났다는데
육지서도 똥값이고
앞 길 막막하다는데

어쨌거나 뭐
별미일거라고
삼양에서 산
제주 된장 간장 싸들고
서울로 돌아왔구만
황사 몹시 휩쓸고 지나간
서울
아파트 내 집으로

들어왔구만

거기 아직
바람이 부는감?
파도 치는감?
풀들이 여적 누웠는감?

200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