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이야기가 있는 풍경

강창덕 2008. 12. 19. 08:41

 

 

[MB법안 무엇이 문제인가]
 

방송법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그동안 금지됐던 대기업과 신문·통신사의 지상파방송 및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 진출을 전면 허용하는 것이다.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대기업과 신문·통신사는 지상파방송의 20%,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의 49%(수정안 30%)까지 소유할 수 있고, 1인 소유 지분도 30%에서 49%로 늘렸다. 외국인도 종합편성과 보도전문 채널의 2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 대기업 등의 방송 진출로 오히려 지상파 3사의 여론독점을 해소하고 여론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고 하는데? 재벌과 보수 신문의 방송장악은 여론 시장의 균형추를 급격히 보수로 기울게 함으로써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시킬 것이다. 한나라당이 대기업과 조·중·동 등 거대 신문에게 지상파방송 등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는 것은 방송환경을 친한나라당 구도로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한나라당은 두차례의 대선 패배를 지상파방송 탓으로 돌리면서 방송 장악에 따른 여론독점을 꾀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대로 방송법이 개정될 경우 대기업과 조·중·동 같은 거대 신문사가 짝을 이룬 뒤 20%씩 출자해 40%의 지분으로 지상파 방송을 소유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보수지가 신문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을 재벌과 조·중·동에게 넘기면 장기집권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보고 있다.

 

언론권력과 자본의 결합으로 정치 및 자본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재벌이 방송을 직접 소유하면 방송의 공적 영역은 상실되고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정보의 내용이 선정적, 저질화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생태적 가치에 입각한 공공미디어의 비판 메커니즘이 해체되면서 우리사회의 위험성도 커질 것이다.

 

여론다양성 보장은 조·중·동의 불법 경품과 무가지로 왜곡된 신문시장부터 정상화시키는 것이 먼저다.

 

■ 오이시디(OECD) 30개국 중 대기업 방송진입이 금지된 곳은 한국밖에 없다는데?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 규제는 한국만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언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규제이며 다른 오이시디 국가들도 시행해야 할 좋은 제도다.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지 않으니까 우리나라도 하지 말자는 것은 맞지 않다. 미국의 언론시장은 이런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독과점 상황이 돼버렸다. 미국의 거대 전자제품 회사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지상파방송인 <엔비시>(NBC) 등 방송사 26개와 케이블채널 3개를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방송사는 모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은 물론 관련 기업 및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기능을 상실했다.

 

■ 미디어산업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미디어기업이 필요하다는데?

 

현행 방송법은 여론 형성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치는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만 허용하지 않을 뿐 영화·드라마·스포츠·오락·다큐멘터리 등 산업으로서의 방송사업은 모두 허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을 지향한다면 지금도 완전히 허용돼 있는 분야에서 전문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국외로 진출하는 길이 빠르고 현명한 방법이다.

 

■ 신문의 방송진출은 신문산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는데?

 

신문은 이미 케이블을 통해 방송사업을 하고 있지만 수익률은 저조하다. 그런데도 고비용이 투입되는 지상파방송이나 보도전문·종합편성 채널에 진출한다면 상업광고의 침체와 저성장으로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도움말: 채수현 전국언론노조 정책실장,

이창현 국민대 교수,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

 


 

일간지 복수소유 조항도 삭제 ‘공룡 신문’ 예고

신문법

 

강승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신문법 개정안의 핵심은 현행 신문법상 신문사가 지상파 및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을 가질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삭제해 조·중·동 등 거대 신문의 지상파방송 진출 등을 허용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일간신문의 복수소유 제한 조항도 모두 삭제했다.

 

■ 신문·방송 겸영 허용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오이시디 국가 중에 우리나라만 제한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도 지상파방송과 케이블의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만 허용하지 않을 뿐 나머지 채널은 신문의 방송 소유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제한하고 있다는 것은 맞지 않다. 또 각 나라는 신문과 방송을 교차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해 다양하게 규제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신문·방송 교차소유 범위를 확대하려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005년에는 법원이 제동을 걸었고, 올해는 의회가 부결시켰다. 미국은 신문의 지상파방송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프랑스에서도 인구와 시장점유율 등 여러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이 불가능하다. 신문·방송 겸영의 전면 허용은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여론 다양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도 신문법에서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한 조항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일간신문의 복수소유 제한 조항을 전면 삭제했다는데?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것은 특정신문의 1/2 이상을 소유한 개인이나 법인은 다른 신문의 1/2 이상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헌재 결정의 취지는 복수 소유를 통해 생존할 수밖에 없는 작은 신문사의 현실을 고려해 신문다양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은 일간신문의 복수소유 제한 조항을 완전히 없애 신문사간 인수·합병이 무제한적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이럴 경우 신문시장은 거대 신문사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김동훈 기자

도움말: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사이버모욕죄’ 누리꾼 댓글여론 봉쇄


고소없어도 처벌 ‘자의적 수사’ 악용

 

정보통신망법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사이버모욕죄’ 신설을 핵심으로 한다. 타인을 모욕하는 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정보통신망을 통해 타인을 모욕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가 가능한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점이 가장 논란거리다.

 

■ 사이버모욕죄는 ‘인권보호법’이라는데? 모욕 규제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견과 감정 표현에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인데, 이는 헌법에서 용인되지 않는다. 상대에게 듣기 싫은 의견을 제시하는 것까지 법적 책임을 부과하면 민주주의의 핵심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는 모욕죄로 고소한 사람의 지위가 높을수록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권보호법임을 자처하는 사이버모욕죄는 결국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인권침해법이다.

 

■ 사이버공간의 특성상 형법상 모욕죄로는 처벌이 불충분하다는데? 사이버모욕죄는 단순모욕을 불법정보로 규정했다. 진정한 불법정보와 단순모욕부터 구별해야 한다. 불법정보는 저작권법, 명예훼손 조항, 음란물 배포죄 조항 등 인터넷상 책임을 강화해서 풀면 된다. 최진실씨 죽음도 명예훼손의 문제지 모욕죄와는 무관하다.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에 근거한 ‘모욕’을 판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형법상 모욕죄조차 사문화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하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 우리나라뿐이다. 독일의 마지막 유죄판결은 1960년대를 마지막으로 사라졌고, 일본의 처벌 수준은 매우 경미하다. 인터넷에서 하든 얼굴을 맞대고 하든 현행법으로 규제가 가능한데, 굳이 새로운 종류의 모욕죄를 만들어 표현의 자유를 옥죄어선 안 된다.

 

■ ‘반의사불벌죄’라야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하다는데? 한나라당은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죄)인 형법의 모욕죄 처벌규정을 한층 강화해 ‘반의사불벌죄’(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도 수사 당국의 수사·처벌이 가능)로서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해야 효과적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가해자를 꼭 집어낼 수 없는 인터넷의 특성상 피해자가 직접 신고·고소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결국 수사기관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악용해 피해자가 느낀 모욕감의 정도를 자의적으로 판단·수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수사기관이 힘없는 일반 누리꾼을 위해 수사하겠는가. 사이버모욕죄는 ‘권력자 보호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도움말: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