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맛집 찾아가기

강창덕 2014. 10. 14. 12:53

조선 정조 때 실학자인 서유구가 지은 ‘임원경제지’에는 ‘호어목지’라는 우리나라 생선 도감을 남긴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귀천(貴賤)이 모두 좋아하고, 그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전어는 경골어류 청어목 청어과에 속하며, 모양이 엽전처럼 생기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돈전(錢)자와 고기어(魚)자가 합해져 전어(錢魚)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음식 가격에 따라 먹고 안 먹고 하는 것인데 전어는 가격이 저렴하기도 하고 맛이 뛰어나다 보니깐 조선시대부터 신분의 높 낮이 구분 없이 즐겨 먹은 생선이 되겠습니다.

 

전어는 봄철인 3∼6월에 산란을 하고, 여름내 각종 플랑크톤 먹고 자라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가을이 되면 몸길이 20㎝ 정도로 자랍니다. 이때는 수확의 계절인 벼가 누렇게 익을 무렵으로 1년 중 지방질이 가장 많아 뼈가 부드러워지며 고소한 맛이 가장 강해집니다. 바로 이때가 전어를 먹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제철이라 부릅니다.

 

 

 

가장 많이 잡힐 때 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장 맛이 좋을 때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가을 전어의 지방성분은 다른 계절보다 최고 3배까지 높아집니다. 고소하다는 것이 이를 두고 한 말입니다. DHA와 EPA 등 불포화지방산과 필수아미노산이 듬뿍 들어있는 전어는 콜레스테롤을 낮춰 성인병을 예방하고 두뇌 활동을 도와준다고 알려 졌습니다.

 

 전어 구이를 먹을 때는 잔뼈가 많아 다소 성가시긴 하지만 전어는 보통 뼈를 통째 먹기 때문에 칼슘 섭취에 매우 좋습니다. 옛 부터 전어와 관련된 속담들이 많아 선조들의 해학을 엿볼 수 있는 고기이기도 합니다. 돈전(錢)자가 들어가긴 했지만 먹다보면 돈이 아깝지 않고 다른 한편에서는 돈을 잊고 먹는 고기라는 이름입니다.

 

 

 

 아직 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전어 굽는 냄새는 1km까지 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죽을 결심을 하고 강둑에 오른 사람이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자살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만듭니다. 매운 시집살이로 시가집이라면 쳐다보기도 싫은 며느리를 다시 불러들이게 만든 것도 전어 구이 입니다.

 

 그 비싼 참깨는 마음대로 먹지 못해도 가을 전어 머리에 들어있는 서말이나 되는 참깨를 대신 먹으면서 가을을 즐겨야 겠습니다. 지금 이시기 전어를 먹지 못하면 한 겨울에도 가슴 시릴 정도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한 겨울에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가을철에 제 맛이 돋아나는 전어를 전라도 지방에서는 새 서방고기라고 부릅니다. 새서방(애인)에게 주는 고기라면 맛이나 영양가 측면에서 말해 뭐 하겠습니까? . 남 녀 만남이 엄한 시대에, 살짝 애인을 불러서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주는 전어가 어떤 맛인지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어느 고약한 시어머니는 가을 추수를 끝내고 며느리를 친정으로 나들이를 보냅니다. 여기까지는 좋은 시어머니지만 실속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고 하는 고기 입니다. 전어 구이는 문을 걸어 잠근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온 동네에 냄새가 진동을 하는 판국에 문까지 걸어 잠그고 먹게 되면 고약하다는 소리를 들을 지언정 남 주기 싫은 고기가 전어입니다.

 

계절을 대표하는 생선을 말 할 때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 했습니다. 가을에 먹는 전어 한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 죽인다고 하니 오늘 저녁에 창원 어디를 가나 쉽게 접 할 수 있는 가을 전어를 주문하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